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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5 09:42 수정 : 2019.11.25 09:44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대만 드라마 <탕탕 라이브>

대만의 룽탄 고등학교. 교사들이 모두 모인 교장실에 단단한 돌멩이 하나가 날아든다. 유리창을 깨고 날아온 돌멩이는, 이 학교 학생 천신톈의 인터넷 노출 사건 때문에 당혹감에 빠져 있던 교사들에게 연이은 충격과 도전으로 다가온다. 같은 시각, 교실을 빠져나온 천신톈은 담장을 넘어 학교를 탈출하고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다. 돌멩이 투척의 범인이 천신톈임을 확신하는 교사들은 천신톈의 같은 반 친구들을 차례차례 불러 추궁한다. 하나같이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은 무언가를 감추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 시각에도 천신톈의 라이브 방송은 계속된다.

이달 초부터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대만 드라마 <탕탕 라이브>(원제 ‘糖糖 Online’)는 인기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는 17살 고등학생 천신톈의 이야기를 다룬다. 크리에이터라는 신종 직업이 청소년의 선망으로 자리잡은 현상을 반영한 트렌디 학원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기성세대의 위선을 향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아낸 사회드라마 성격이 더 강하다.

주인공 천신톈은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다. 그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예쁘게 포장된 이야기를 올리는 대신,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솔직하게 생중계한다. 특별한 설정이나 준비도 없이, 마음이 내키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켜고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천신톈의 ‘탕탕 라이브’는 마니아층을 모으게 된다.

천신톈이 라이브 방송에 몰두하게 된 데는 가족사적 배경이 있다. 천신톈의 엄마는 과거 밴드의 보컬과 사랑에 빠져 천신톈을 낳았고, 그와 헤어진 뒤 홀로 아이를 키웠다. 바텐더 자격증을 따서 바를 운영하는 엄마는 동네 사람들에게 멸시당하고, 천신톈 역시 미혼모이자 술집 여자의 딸이라는 편견에 시달린다. 천신톈은 그러한 선입견 없이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방송에서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노출 사고와 의문의 돌멩이 투척 사건이 가져온 파문은 천신톈의 방송에 전환점을 가져온다. 천신톈은 사람을 출신과 배경에 따라 구분하고 차별하는 사회와,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쳐야 하는 학교마저 그에 동조하는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친구 잔자상과 흥미로운 인터넷 방송을 계획한다. 이른바 ‘불우학생’이라는 이유로 부유층 자선사업의 홍보모델 역할을 해야 했던 잔자상은 학생 대표로 답례사를 하기 위해 기자들 앞에 선 순간, “우리가 얼마나 가난한지 그만 떠들라”고 소리친다. 초청받은 기자들은 바로 카메라를 내리지만, 천신톈은 이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이를 시작으로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는 천신톈의 라이브 방송은 돌멩이 투척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와 관계없이, 이미 기성세대의 모순을 저격하는 짱돌이 된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1990년에 등장한 전설적인 청춘 저항 영화 <볼륨을 높여라>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과거나 지금이나, 청춘들의 억압적인 현실에는 큰 변함이 없고, 그들에겐 자신만의 목소리를 대변할 스피커가 절실하다. 말하자면 <탕탕 라이브>는 2019년도의 17살 청춘이 찾아낸 새로운 스피커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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