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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4 19:35 수정 : 2019.10.04 19:38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빛나(유혜인), 보영(정혜린), 윤주(민서), 경영학과 동기 셋은 평소 입사를 꿈꿨던 대기업에서 마케팅팀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이들이 그리던 희망찬 회사생활은 출근 첫날부터 사정없이 깨진다. 꼰대 상사들의 노골적인 성차별과 성희롱, 유일한 남자 인턴에게만 미리 과제를 알려주는 불리한 경쟁 구조, 실력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음에도 따라붙는 편견 섞인 소문들, 심지어 여자화장실의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사건까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폭력은 하나둘이 아니다. 고비 때마다 인턴의 현실 때문에 갈등했지만 무던하게 넘어갈수록 오히려 피해자들이 예민한 거라며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자, 이들은 더는 참지 않기로 한다.

<티브이엔>(tvN)의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는 캠퍼스, 회사 등 여러 사회 환경 속에서 여성들이 마주하는 젠더 이슈들을 다루는 드라마다. 지난해 공개한 시즌1에서는 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한 세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신혜(김다예), 채아(홍서영), 예지(이유미), 경영학과 신입생 셋은 동아리 입단식의 성추행 사건부터 단체 채팅방 성희롱 사건을 거쳐 성차별주의자 교수의 강의실 성폭력 사건까지, 다양한 젠더 사건을 겪으면서 부조리를 비판하고 성장해 나간다. 웹드라마 특유의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대학가에서 여성 혐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주는 구체적인 에피소드와 명확한 메시지는 많은 공감을 샀다.

시즌1의 반향에 힘입어 올해 초 공개된 시즌2는 배경을 직장으로 옮겼다. 시즌1 주역들의 선배들이 사회 초년생인 주인공으로 등장해 회사 내 성차별 문화를 고발하는 ‘본격 오피스 젠더 드라마’다. 대부분이 같은 학생 신분이었던 캠퍼스의 울타리를 벗어나자, 여성을 향한 폭력은 한층 거칠고 교묘해진다. 가령 회식 자리에서 옆에 있는 임원에게 술을 따르라는 지시나, 사무실에서 커피를 타 오라는 심부름은 조직 내 위계질서에 따라 ‘막내 인턴’에게 강요되는 낡은 관습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러한 지시들이 남자 인턴에게는 예외가 될 때, 그것은 구태와 성차별이 더해진 문제가 된다. 드라마는 복합적인 차별 이슈에, 근래 들어 문제의 심각성이 가시화되고 있는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려고 유포하는 성적 사진·영상) 문제, 직장 내 미투 운동까지 다루면서 여성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물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개념 남친’들의 활약과 관습적인 이성애 로맨스 플롯은 시즌1과 2를 관통하는 약점이다. 이러한 한계가 있는데도 웹콘텐츠 특유의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언어를 통해 만나는 젠더 이슈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유독 여성 관련 단어에 금기와 제약이 많은 현실을 고려할 때, 시즌2 첫회의 생리 에피소드처럼 여성들 고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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