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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08 09:40 수정 : 2018.12.08 11:22

일본 드라마 <페이크 뉴스>의 한 장면.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페이크 뉴스’

일간지 기자였던 시노노메 이쓰키(기타가와 게이코)는 모종의 사건으로 회사를 그만둔 뒤 인터넷 매체에서 일하게 된다. 조회수와 비용 대비 효과를 우선시하는 인터넷 매체에서 취재를 바탕으로 진지한 기사를 쓰려는 이쓰키는 편집장 우사미 간지(아라이 히로후미)와 마찰을 빚는다. 기사가 연속으로 최저 조회수를 기록하자 이쓰키는 결국 인터넷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사건에 관해 기사를 쓰기로 한다. 한 식품회사의 즉석 우동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일명 ‘애벌레 우동’ 사건이었다. 당사자는 우동 사건 고발에 그치지 않고 식품회사가 악덕 기업이라는 증거를 계속 폭로한다. 하지만 당사자를 직접 만난 이쓰키는 글의 진위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혹시 이 사람에게 거대한 배후가 있는 건 아닐까?

지난 10월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에서 방영한 스페셜 드라마 <페이크 뉴스>는 요즘 국내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가짜 뉴스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2부작의 짧은 드라마지만 전통적인 언론 매체의 위기, 인터넷 매체의 양면성, 가짜 뉴스를 믿고 확산하는 대중의 속성 등 굵직한 주제와 문제의식으로 꽉 차 있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언내추럴> 등 완성도와 흥행성을 갖춘 작품을 잇달아 선보여 천재 작가로 불리는 노기 아키코의 필력이 이번에도 큰 힘을 발휘했다.

가짜 뉴스가 기존 언론을 뛰어넘어 거대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과정과 이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는 꽤 섬뜩하다. ‘애벌레 우동’ 사건의 최초 제보자는 식품회사에 대한 분노로 글을 올렸으나, 글이 화제가 되자 블로그 광고 수입을 목적으로 한 가짜 제보가 더해지고, 기초적인 취재도 없이 조회수만 노린 속보 기사들이 일을 더 크게 만든다. 여기에 거대 이권과 관련된 정교한 가짜 뉴스가 추가되면서 정치판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확대된다. 이쓰키가 진실을 밝힌 기사는 정작 관심을 받지 못한다. 누군가 가볍게 생각하고 누른 가짜 뉴스의 공유 버튼 하나에, 어떤 이는 직장과 가족을 잃고, 한 회사는 도산 직전에 이르렀으며, 어느 부정한 권력자는 이득을 취했다.

전통 언론의 위기에 관한 묘사도 인상적이다. 흔히 신문, 방송 등 전통 언론은 무게와 신뢰를 지닌 매체이고, 인터넷 매체는 검색으로 낚시 기사나 쓰는 삼류 매체로 인식된다. 하지만 전통 언론 역시 권력에 휘둘려 가짜 뉴스를 써낸 역사가 존재한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서 자부심이 강했던 이쓰키도 기존의 언론은 인터넷 매체가 등장하기 전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다고 반성한다. 전통 언론이든 인터넷 매체든 중요한 건, 진실을 밝히고 약자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다. 이쓰키는 묻는다. ‘최소한 언론이라면,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단순한 질문이지만,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물음을 <페이크 뉴스>는 던지고 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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