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모차르트 인 더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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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모차르트 인 더 정글>, <브로드 시티>
지난해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매체들이 결산한 최고의 드라마 목록들을 살펴보노라면 새로운 경향 하나가 눈에 띈다. 웹 콘텐츠의 성장세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첫번째 사례는 아마존 제작 드라마들의 대성공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드라마 제작 경쟁에 뛰어들어 새로운 감각과 재미를 갖춘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으로 유명한 웹드라마 강자 넷플릭스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그 자체 제작 드라마들 가운데 아마존의 개성이 제일 잘 드러난 작품은 <모차르트 인 더 정글>(사진)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출발한 업체의 작품답게 책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클래식 음악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아마존 고급 독자들의 취향을 겨냥하고 있다. 동시에 우아하고 격조 높은 무대 뒤에서 펼쳐지는 음악가들의 진면목, 즉 치열한 생존 경쟁, 섹스, 마약 등의 자극적 소재를 파격적이고 경쾌한 리듬으로 흥미롭게 버무려 웹드라마 특유의 재기발랄한 감각도 펼쳐 보이고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뉴욕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오랫동안 이끌어오던 명지휘자 토머스(맬컴 맥도월)가 명예 음악감독으로 물러나고 새 지휘자로 젊은 거장이자 악동에 가까운 로드리고(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가 취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통과 품위를 중시하는 클래식 음악계에 파격을 추구하는 천재 지휘자가 개혁을 시도한다는 줄거리는 새로울 것 없지만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젊은 연주자들의 고민과 예술업계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현악 분야는 경쟁이 치열해 동물 시체 하나를 두고 싸우는 하이에나’와 같은 냉소적 대사로 정글과 다름없는 클래식 세계를 해부한다. 그러면서도 실제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완성도 높은 연주 장면으로 음악극의 정체성에도 충실한 작품이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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