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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19 19:17 수정 : 2014.09.20 10:05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중국 드라마 <러쥔카이>

요즘 국내 드라마계에서 눈에 띄는 현상 하나는 티브이 드라마의 침체와 웹드라마의 부상이다. 몇년 전부터 꾸준히 시청률이 하락해왔던 티브이 드라마는 올해 들어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화제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작품이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로 최악의 가뭄 상황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막 등장한 웹드라마는 인상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장혁, 김우빈, 김유정 등 웹드라마 최강 캐스팅 소식이 들려올 정도로 제작 규모도 점점 커지면서 차세대 유력 콘텐츠로 주목받는다.

그런데 웹드라마의 성장 가능성에 우리나라보다 먼저 주목해온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세계 최대 드라마 생산국이자 방영국인 중국은 정부 정책이나 이념이 담긴 ‘주선율’ 드라마가 주를 이루는 티브이에서보다 소재와 형식이 자유로운 웹 쪽에서 빠른 변혁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웹을 넘어 지하철, 버스 모니터 등으로까지 방영 형식을 확대한 다양한 영상물이 제작되고 있으며, 이 새로운 매체의 영상물을 통틀어 이르는 ‘신매체극’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지난해 공개된 <러쥔카이>는 이러한 중국 신매체극의 현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소후닷컴 내의 소후티브이가 제작한 이 웹드라마는 총 140여분 분량의 9부작으로 완성됐다. 중국의 인기 작가 페이워쓰춘(비아사존)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대만 출신의 톱배우 허룬둥과 장쥔닝이 그들의 대표작 <진심청안량차령> 이후 다시 호흡을 맞춰 더 화제를 모았다.

줄거리는 작품의 짧은 분량만큼이나 간결하고 단순하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러쥔카이(허룬둥)는 그녀의 죽음을 사주한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딸 리예(장쥔닝)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리예는 그 사실을 알고도 사랑을 멈추지 않지만 계속되는 학대에 지쳐 결국은 그를 떠난다. 남자는 뒤늦게 후회하고 관계를 되돌리려 애쓰나 상황은 비극적으로 흘러간다.

내용만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그 점이 <러쥔카이>를 흥미롭게 만든다. 중국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통속적 멜로와 웹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의 성공적 결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찬석왕로오적간난애정>, <래불급설아애니>, <천산모설>로 이어지는 페이워쓰춘의 기존 3부작은 흔히 중국 드라마의 3대 나쁜 남자 로맨스로 꼽힐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바 있고, <러쥔카이> 역시 그 흥행 공식을 이어받고 있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그리고 이 단순한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보여주지 않고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인물의 동기를 추적하게 하는 구성의 묘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매회 15분 분량에 맞춰 짧은 호흡의 편집 안에 극을 압축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빤하더라도 그다음 장면은 궁금하게 만드는 형식이다. 티브이 드라마 수준의 심리묘사나 개연성은 보기 어렵지만, 바쁜 일상의 틈에서 모바일로 즐기는 환경을 고려하면 익숙한 몰입도의 스토리와 형식의 조화가 돋보인다. 국내 웹드라마 제작진이나, 그동안 지나치게 길고 장황한 내용 때문에 중국 드라마에 입문하지 못했던 시청자들이라면 특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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