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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12 18:41 수정 : 2014.09.14 11:05

전쟁 드라마 <아워 월드 워>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 드라마 <아워 월드 워>

올해 영국 <비비시>(BBC)에서는 ‘방송사 자체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야심찬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다. 수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준비해온 비비시는 지난 6월28일 사라예보에서의 기념 방송을 시작으로, 종전 100주년이 되는 2018년까지 무려 2500시간 분량의 관련 프로그램들을 내보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방영된 전쟁 드라마 <아워 월드 워> 역시 그 기획에 포함된 작품이다. 1차 대전 참전 영국군들의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전쟁의 참상을 그려내 화제를 모았다. 세 편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세 시간 안에 전쟁의 첫날부터 종전까지, 1차 대전의 중요한 흐름을 압축하며 그것이 왜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압도적이고 잔혹한 역사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가령 1회에서 직업군인들이었던 영국 군대가, 2회에선 자원군, 3회에선 징집군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에는 자세한 설명 없이도 이 전쟁이 모두의 전쟁이 되어가는 결정적 변화가 나타나 있다. 또 3회에서 현대적 전차 마크1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우린 말을 타고 전쟁에 왔고 이제는 탱크로 갈아탄다. 미래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하는 장교의 말은 이 전쟁이 얼마나 빠르게 진화했는가를 환기시킨다.

이 비극을 제일 잘 드러낸 것은 2화다. 늘어나는 사망자들로 새 군대가 필요한 영국은 자원자들을 뽑게 된다. 이때 같은 지역의 친구들과 자원입대해 싸운 동료 부대들이 있었다. 드라마는 영국에서 큰 논란거리 중 하나였던 이탈병 사형 문제를 바로 이 ‘친구들의 부대’에서 다룬다. 1편에서 강조된 “우린 옆 동료를 위해 싸운다. 그것이 우리가 승리하는 방법이다”라는 감동적인 전우애가 동료 부대의 손에 의해 파괴되는 역설적 상황이 전쟁의 괴물 같은 본모습을 드러낸다.

실제 1차 대전 당시 두려움에 전투를 거부하거나 이탈했던 병사들은 변변한 변론 기회 없이 총살당했고 그 수는 306명에 이르렀다. 후에 영국 정부는 이들 대부분이 오랜 기간 참호에서 폭격을 겪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린 사실을 인정하며 집단사면했다. 집권자들조차도 이토록 길고 혹독한 싸움이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고 그래서 별다른 준비도 없이 젊은이들을 전쟁으로 내몰았던, 인류 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의 비극이 낳은 고통스러운 풍경이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이 작품의 연출 방식도 흥미롭다. 배우 몸 위에 부착한 스테디캠으로 전투의 긴박한 상황을 찍어낸 장면, 적외선 항공촬영, 액션 대전 게임의 배경음악 등 많은 요소들이 명백하게 게임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스타일은 부조리한 전쟁의 부속물 같은 병사들의 상황을 두드러지게 하며, 동시에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진행중인 전쟁을 게임처럼 관전하는 듯한 현대인들을 역으로 비판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하여 유독 더 많은 전쟁 소식이 들려온 올해, 제목마저 ‘우리의 전쟁’인 이 드라마는 더욱 씁쓸하고 의미심장한 작품으로 다가온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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