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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8.15 18:21 수정 : 2014.08.17 09:40

미국 드라마 <아웃랜더>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아웃랜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클레어(케이트리오나 발피)는 종군간호사 임무를 마치고 남편 프랭크(토비어스 멘지스)와 스코틀랜드 하일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신비한 의식을 치르는 여인들을 목격한 클레어는 다음날 의식 장소를 다시 찾았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는다. 한참 뒤 그녀가 눈을 뜬 곳은 놀랍게도 18세기 스코틀랜드였고 또 다른 전쟁이 진행 중이었다.

지난주 미국 케이블 채널 <스타즈>에서 방영을 시작한 <아웃랜더>는 시대극과 시간이동 소재를 결합한 역사 판타지다. <스파르타쿠스>, <다빈치 디몬스>, <블랙 세일즈> 등 굵직한 작품들을 연달아 내놓으며 사극 전문 채널로 거듭나는 중인 <스타즈>가 또 한편의 흥미진진한 시대극을 탄생시켰다. <아웃랜더>는 역사, 액션, 권력 투쟁 등 <스타즈> 사극들의 공통적 특징들을 공유하면서도 평범한 여성이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이전의 남성적 사극들과 차별화된다. 이는 <아웃랜더>가 기본적으로 로맨스 장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 중인 동명의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두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대규모 서사 안에서 결국은 한 여성의 내면과 감정을 탐험하고 있다.

드라마는 전적으로 클레어의 시점을 따라간다. “사람들은 늘 사라진다”는 내레이션의 목소리로 먼저 등장한 그녀는 곧 상점 안의 꽃병을 들여다보는 장면으로 모습을 처음 드러낸다. 내레이션의 첫 문장은 클레어의 은밀한 탈출 욕망을, 유리창 너머 꽃병은 그녀의 현재 모습을 나타낸다. 클레어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그와는 관심사도, 성향도 다르다. 역사학 교수인 남편이 집안 계보를 조사하기 위해 선택한 여행지에서 그녀는 근본적인 ‘아웃랜더’, 즉 이방인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실감한다. 클레어를 낯선 시공간으로 이동시킨 미지의 힘은 사실 내면에 봉인된 탈주의 욕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클레어가 이동한 18세기 초 영국은 여성에게 더 위협적인 세계였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싸움이 한창이던 자코바이트 반란기에 도착한 클레어는 그녀를 창녀 취급하는 잉글랜드 점령군 장교와 마주치고 그로부터 강간 위기에서 벗어나자마자 스코틀랜드 저항군에게 포로로 붙잡힌다. 저항군 또한 그녀를 창녀나 마녀 취급하기는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것은 이 폭력적인 세계에서 비로소 클레어의 영웅적 기질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전문지식을 이용해 저항군의 전사 제이미(샘 휴언)를 구하는 그녀의 모습은, 극 초반 세계대전 중 부상병을 치료하다 의사에게 자리를 비켜주던 모습과 대조되며 강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요컨대 <아웃랜더>는 여성이 소외된 역사와 전쟁 안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여성적 사극이다. 남성들이 주도하는 사극과 다른 색깔의 이야기를 원하는 여성 시청자들에게 반가운 작품이 될 듯하다. 그뿐만 아니라 9월18일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스코틀랜드 역사에 대해 관심이 커지는 상황과도 맞물려 여러모로 흥미를 자아내는 드라마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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