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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20 18:24 수정 : 2014.06.22 10:16

프랑스 드라마 <더 리턴드>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프랑스 드라마 <더 리턴드>

학생들을 싣고 댐 도로를 달리던 버스 한 대가 순식간에 절벽 아래로 추락한다. 교사와 학생 전원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다. 4년 뒤, 유족 가운데 한 사람인 클레르(안 콩시그니) 앞에 딸 카미유(야라 필라르츠)가 나타난다. 몇 시간 만에 돌아온 것처럼 태연한 모습의 그녀는 사고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마저도.

산 자와 똑같은 모습으로 죽음에서 ‘돌아온 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더 리턴드>(사진)는 세계적인 격찬을 이끌어낸 새로운 스타일의 좀비 드라마다. 2012년 프랑스 <카날플러스>(Canal+) 채널 방영 당시 방송사 역대 최고 시청률을 올렸고 국제에미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스릴러의 거장 스티븐 킹이 트위터에 찬사의 감상평을 올려 화제를 모았고 미국에서도 리메이크 제작이 한창이다. 국내에서는 해외드라마 전문 채널 <에이엑스엔>(AXN)에서 올해 초 방영된 바 있다.

<더 리턴드>는 외모에서부터 좀비가 타자임을 드러내는 기존의 좀비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작품 속 좀비들은 산 자와 구별되지 않는다. 생전 모습 그대로 돌아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길 원한다. 자신의 사망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의문 하나가 피어오른다. 그렇다면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겉모습도, 감정도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데 누가 인간이고, 누가 좀비인가.

이 작품의 진짜 공포 또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산 자들 역시 자신이 ‘돌아온 자들’ 중 하나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그 순간에. 과거, 마을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하고 폐쇄적으로 살아가던 줄리(셀린 살레트)가 “수년 전부터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아. 아마 내가 죽었기 때문인가 봐”라고 고백하던 장면처럼.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극 중 눈에 띄게 반복되는 모티브 하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돌아온 자들’은 길 잃은 고아처럼 이리저리 머물 곳을 찾아 떠돌고 이러한 모습은 나중에 마을 전체로 전염된다. 마을을 벗어나려던 이들이 계속 제자리를 맴도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반복적 단서를 통해 작품의 질문은 ‘삶의 좌표를 상실한 현대인’에 대한 화두로 이어지게 된다. 이 근본적 회의의 시대에, 존재에 대한 끝없는 고민만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비로소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힘이다.

<더 리턴드>는 장르적으로도 큰 재미를 선사하는 드라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파브리스 고베르는 원작인 2004년 영화 <돌아온 사람들>의 철학적 질문에, 스웨덴 영화 <렛미인>을 연상시키는 서늘한 영상미를 더해 잊을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주 배경인 댐의 수위가 점점 낮아지며 마을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 절묘한 리듬의 플롯 또한 마치 최면술사처럼 보는 이를 악몽으로 이끈다. 세계적인 포스트 록 밴드 모과이의 몽환적인 음악도 그 악몽의 더할 나위 없는 안내자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시즌1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올가을 새 시즌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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