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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16 18:35 수정 : 2014.06.10 08:36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세계는 넓고 드라마는 많다. 그 광대한 세계의 드라마들 중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셰익스피어 <맥베스>에서 맥베스의 첫 대사는 이러했다. “이토록 추하고 아름다운 날은 처음이네.” 이를 적용한다면 <하우스 오브 카드>는 무척 “추하고 아름다운” 드라마다. 미국 의회를 배경으로, 권력층의 더러운 음모와 비리가 지극히 우아한 영상 안에 펼쳐진다.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도 ‘미추’를 초월한 인물이긴 마찬가지다. 무자비한 냉혈한이나, 자본에 장악당한 정계에서 오로지 권력만을 욕망하는 그는 현대판 맥베스다. 실제로 이 작품은 ‘피의 손’을 강조한 포스터에서부터 <맥베스>를 분명하게 인용한다. 주 내용은 의회 제일의 책략가 프랭크가 최고의 권력인 대통령직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그가 극한까지 질주하는 모습에는 셰익스피어에 비견될 만큼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심지어 셰익스피어 인물들이 그러했듯 관객을 향해 말을 걸기도 한다. 위선적인 정치계에서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의 방백은 시청자를 이 욕망의 게임에 동참하게 만든다. 그 못지않은 권력욕의 화신인 아내 클레어(로빈 라이트)도 21세기 레이디 맥베스로 손색없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첫째 매력은 이 독보적인 캐릭터들의 힘에 있다.

프랭크 부부가 펼치는 욕망의 드라마가 고전적 향취를 풍긴다면, 동시대 정치에 대한 흥미로운 재현은 또 다른 매력이다. 거기엔 교육개혁, 이익집단의 로비활동, 중국과의 외교 갈등 등 미국 정계의 쟁점도 있지만, 미국 밖의 시청자도 공감할 수 있는 기득권 정치인들에 대한 예리한 풍자도 있다. 민주적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움직이는 자들 대다수가 부패하면 소용이 없다. 그들의 탐욕을 이용해 부통령직까지 오른 프랭크가 취임식에서 “민주주의는 과대평가됐다”고 조롱한 말이 명대사로 회자되는 것도 그러한 현실에 대한 대중의 냉소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사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정치적 냉소주의는 대처 정권 당시의 정서를 반영한 영국 원작 소설에서부터 기인한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이 다시 극화되어 인기를 끄는 미국의 현재 또한 그러한 냉소가 팽배한 상태다. 지난달 민권법 제정 50돌 기념식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냉소주의를 거부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우리나라에서 정치 스릴러라는 낯선 장르임에도, 마니아층이 형성될 만큼 인기 있는 이유 역시 그와 무관하지 않다. 하물며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사회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과 정치인의 탐욕이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최근 화제를 모으는 정치사극 <정도전>(한국방송)과 함께 거론되며 정치의 근본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 제작, 명배우 케빈 스페이시 주연, 에미상 3관왕 등 완성도도 검증됐다. 올해 초 방영된 시즌 2에서 프랭크 부부는 결국 백악관 입성에 성공한다. 동시에 그동안 저지른 범죄의 대가가 유령처럼 돌아올 조짐도 보였다. 내년 방영 예정인 시즌 3에서 그 피와 어둠의 백악관이 공개된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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