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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14 21:02 수정 : 2018.01.14 21:03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최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회담 결과,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데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도 이런 사태 전환에 열광적인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한테 미국도 북한과 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미국인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미국의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 간 논의에 불편해하는 기색이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회담 속에 어떤 숨겨진 의제들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고문과 분석을 실었다.

이러한 논평들을 보면, 북한 지도자는 한국과 미국을 이간질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따라서 미국은 남북회담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남북회담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배제하고 한-미 동맹을 위태롭게 하는 합의문을 만들려고 할 것이며, 수용하기 어려운 양보를 문재인 정부한테 끌어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탯 연구원은 <뉴욕 타임스>에 “북한은 국제적인 대북 비핵화 압박 공세의 가장 약한 고리를 한국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북한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한국에 촉구했다.

실제로 그리고 당연히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이간질’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정학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미국이 중국에 외교적 문호개방을 꾀하던 1970년대에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관계를 이간질하고 싶어 했다.

게다가 북한은 오랫동안 이러한 ‘이간질 전략’에 의존해왔다. 냉전 시기에는 중국과 소련을 서로 경쟁하게 만들어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려 했다. 북한은 1990년대에는 한국, 일본, 미국을 상대로 똑같은 시도를 했다. 북한은 특정 국가에 독자적으로 맞설 만큼 강하지 않다. 북한 입장에서 ‘이간질 전략’은 약자의 무기다.

북한이 정상적인 지정학적 활동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은 한국이나 일본, 미국을 날려버리겠다고 위협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럼에도 북한이 남북 대화 제안과 같은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일을 하는데도, 많은 미국 전문가들은 이를 악의적인 의도로만 보고 있다.

또한 ‘이간질’ 주장은 한국에는 현명한 형님인 미국의 훈수가 필요하며 한국은 독자적으로 북한과 효과적인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모욕적인 태도다.

특히, 백악관의 현 주인을 고려할 때 그것은 더욱 거만한 태도다. 트럼프는 미국 근대사에서 가장 변덕스럽고 성마르며, 가장 비외교적인 대통령이다. 따라서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쥐고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협상 토대를 준비하는 것이 훨씬 더 안심이 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최근 남북 간 협상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잘해냈다. 또한 미국 정부로부터 겨울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군사훈련을 연기하겠다는 약속을 끌어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갑자기 한국과의 대화 및 올림픽 참가에 관심을 보였을까? 북한은 궁극적으로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도 트럼프가 관심의 중심에 있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안다. 북한 입장에선 한국과 접촉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북 대화 회의론자들은 김정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도 북한은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 간 최근 합의는 회의적 시각으로만 취급당해선 안 되며, 오히려 축하를 받아야 한다. 북한이 무기보다는 말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을 때, 호언장담보다는 협상하기로 결정했을 때, 신뢰구축 프로젝트를 논의하자고 앉았을 때, 미국 전문가들은 이간질에 대해서는 그만 말해야 한다. 대신 새롭고 더 평화적인 경로를 건설하기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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