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교수 냉전이 종식된 후 한·미와 북한은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치킨 게임을 지루하게 펼쳐왔다. 1차 북핵 위기 때의 치킨 게임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과 영변 핵시설 단지에서의 폐연료봉 재처리 시도로 이어졌고,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했다. 전쟁 일보 직전이었다. 질주하던 차를 충돌 직전에 멈춘 것은 김일성 주석과 클린턴 대통령이었고 김영삼 대통령이었다. 김일성 주석은 핵개발 중단을,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중단을 단행했으며, 김영삼 대통령은 미국의 핵시설 폭격을 결사반대했다. 결과적으로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고 경수로 건설이 시작됐다. 북핵을 둘러싼 1차 치킨 게임은 윈윈으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게임의 시작일 뿐이었다. 금방 2차 핵위기가 닥쳐왔고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북핵과 한반도를 둘러싼 치킨 게임은 릴레이로 펼쳐졌다. 그동안 전쟁 직전만도 여러번 갔다 왔다. 치킨 게임 이론에 따를 때, 동일한 주제의 게임이 반복되면 서로 부딪치는 상호작용으로 게임 자체가 개변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작금의 치킨 게임은 이젠 룰이 없이 전개되는 것 아닌가 싶다. 통상 치킨 게임의 룰을 보면 게임을 하는 쌍방은 적어도 상대가 ‘이성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상대가 ‘비이성적’이라면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정신이상자’와 치킨 게임을 벌이는 것은 자살이고 공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치킨 게임의 상대인 김정은을 “정신상태가 통제불능”이며 광적이고 무모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으레 이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언제 어느 때 전쟁으로 치달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치킨 게임을 하는 데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하나는 역시 상대가 ‘이성적’이라고 보기 때문이거나, 다른 하나는 전쟁이 두렵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쪽일까? 그동안 한반도 치킨 게임에는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그랬기에 ‘연평도 포격 사건’도 무력충돌로 이어지진 않았고 그 후의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도 ‘무박 4일’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 합의를 도출했다. 전쟁의 위험이 증폭되고 실제 전쟁 가능성이 점쳐지면 쌍방이 동시에 또는 어느 한쪽이 충돌 직전에 질주하는 차를 멈추면서 반전을 이뤄왔던 것이다. 전쟁은 양쪽 모두에 최악의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이젠 그 공감대가 깨지는 것 같다. 오히려 ‘생즉사, 사즉생’으로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전쟁 불사’의 결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치킨 게임에서는 전쟁이 최악의 선택은 아니라고 인식하는 쪽은 질주를 멈추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은 ‘성전’으로 통일을 한다 하고 남한은 북한 체제를 무너뜨려 통일을 한다는 모양새다. 이젠 북한도 남한도 ‘전쟁’이 최악의 선택은 아니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아닐까. 남북한 모두 치킨 게임에서 상대가 물러선다고 오판하면 어떻게 될까.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에 성공하면 미국을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남한은 지독한 제재로 북한을 질식시키면 북한이 종당에는 굴복하고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결국 북한은 ‘핵개발’에 모든 것을 걸고 남한은 ‘제재’에 모든 것을 걸고 질주하는 모양새이다. 그래서일까? 이젠 전쟁이라는 의제도 별로 민감한 의제가 아닌 듯하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 ‘참수작전’을 운운하고 실제 북한에 대한 외과수술식 폭격이 거론돼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 같다. 어찌 됐든 치킨 게임은 이젠 이전과는 다른 상황으로 전개된다. 1차 세계대전은 치킨 게임을 하는 나라들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오판했기에 우발적 사고로 일어났다고 한다. 남북한은 지금 상대를 오판하면서 질주하는 것은 아닐까.
칼럼 |
[세계의 창] 치킨 게임 중의 오판과 전쟁 / 진징이 |
베이징대 교수 냉전이 종식된 후 한·미와 북한은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치킨 게임을 지루하게 펼쳐왔다. 1차 북핵 위기 때의 치킨 게임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과 영변 핵시설 단지에서의 폐연료봉 재처리 시도로 이어졌고,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했다. 전쟁 일보 직전이었다. 질주하던 차를 충돌 직전에 멈춘 것은 김일성 주석과 클린턴 대통령이었고 김영삼 대통령이었다. 김일성 주석은 핵개발 중단을,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중단을 단행했으며, 김영삼 대통령은 미국의 핵시설 폭격을 결사반대했다. 결과적으로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고 경수로 건설이 시작됐다. 북핵을 둘러싼 1차 치킨 게임은 윈윈으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게임의 시작일 뿐이었다. 금방 2차 핵위기가 닥쳐왔고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북핵과 한반도를 둘러싼 치킨 게임은 릴레이로 펼쳐졌다. 그동안 전쟁 직전만도 여러번 갔다 왔다. 치킨 게임 이론에 따를 때, 동일한 주제의 게임이 반복되면 서로 부딪치는 상호작용으로 게임 자체가 개변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작금의 치킨 게임은 이젠 룰이 없이 전개되는 것 아닌가 싶다. 통상 치킨 게임의 룰을 보면 게임을 하는 쌍방은 적어도 상대가 ‘이성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상대가 ‘비이성적’이라면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정신이상자’와 치킨 게임을 벌이는 것은 자살이고 공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치킨 게임의 상대인 김정은을 “정신상태가 통제불능”이며 광적이고 무모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으레 이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언제 어느 때 전쟁으로 치달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치킨 게임을 하는 데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하나는 역시 상대가 ‘이성적’이라고 보기 때문이거나, 다른 하나는 전쟁이 두렵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쪽일까? 그동안 한반도 치킨 게임에는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그랬기에 ‘연평도 포격 사건’도 무력충돌로 이어지진 않았고 그 후의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도 ‘무박 4일’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 합의를 도출했다. 전쟁의 위험이 증폭되고 실제 전쟁 가능성이 점쳐지면 쌍방이 동시에 또는 어느 한쪽이 충돌 직전에 질주하는 차를 멈추면서 반전을 이뤄왔던 것이다. 전쟁은 양쪽 모두에 최악의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이젠 그 공감대가 깨지는 것 같다. 오히려 ‘생즉사, 사즉생’으로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전쟁 불사’의 결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치킨 게임에서는 전쟁이 최악의 선택은 아니라고 인식하는 쪽은 질주를 멈추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은 ‘성전’으로 통일을 한다 하고 남한은 북한 체제를 무너뜨려 통일을 한다는 모양새다. 이젠 북한도 남한도 ‘전쟁’이 최악의 선택은 아니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아닐까. 남북한 모두 치킨 게임에서 상대가 물러선다고 오판하면 어떻게 될까.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에 성공하면 미국을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남한은 지독한 제재로 북한을 질식시키면 북한이 종당에는 굴복하고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결국 북한은 ‘핵개발’에 모든 것을 걸고 남한은 ‘제재’에 모든 것을 걸고 질주하는 모양새이다. 그래서일까? 이젠 전쟁이라는 의제도 별로 민감한 의제가 아닌 듯하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 ‘참수작전’을 운운하고 실제 북한에 대한 외과수술식 폭격이 거론돼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 같다. 어찌 됐든 치킨 게임은 이젠 이전과는 다른 상황으로 전개된다. 1차 세계대전은 치킨 게임을 하는 나라들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오판했기에 우발적 사고로 일어났다고 한다. 남북한은 지금 상대를 오판하면서 질주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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