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세계 여러나라의 친구들이 요즘 내게 묻는다. 그 무엇에도 논리적인 주장을 내놓지 못하는 노골적인 여성 혐오주의자이자 인종주의자이며 외국인 혐오주의자인 인물이 어떻게 미국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었냐고. 내 대답은 이렇다. 겉보기보다 나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고. 첫째, 사람들은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되진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5월 공화당 후보에 지명된 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보다) 뒤처졌다. 수백만명의 유권자들은 지금도 트럼프를 티브이(TV) 리얼리티 쇼의 웃기는 진행자로만 알고 있다. 클린턴이 넉넉한 차이로 이길 것 같은 이유다. 트럼프가 지금껏 어떻게 잘 해왔는지는 여전히 쟁점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경선을 얕잡아본 전문가들은 사태를 완전히 오판하고 있었다. 지난해 가을 내내, 그리고 올해 초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사실상 만장일치로 생각했다. 그런 시각은 경선 구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의 경선 유력 주자들이 트럼프를 뒤쫓기보다는 서로를 견제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다른 경선 후보들이 트럼프가 지명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 트럼프의 요행이 반복될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그가 펼치는 선거전의 저열함은 엄연한 현실이다. 공공연한 인종차별 단체들은 트럼프의 선거 유세에 나타나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연합기를 흔들어댔다. 트럼프의 지지자들 중 대부분은 이를 괘념치 않는다. 비슷하게, 트럼프가 여성을 향해 쏟아내는 혐오 발언들에 대해서도 그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기존의 많은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보다 더 매너있는 모습을 보여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지지자들은 공화당에서 매우 중요한 토대 중 하나고, 유권자들 중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비록 멕시코인들을 성폭행범 혹은 마약 밀매상이라 주장했던 트럼프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류 공화당 정치인들 역시 일상적으로 이들의 정서에 영합해왔다. 그 밑바탕에 깔린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백인 사이에서 혐오 정서는 항상 존재해왔다. 다만 새로운 것은, 이런 혐오 정서가 트럼프의 공고한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 계층과 함께 정치의 장으로 흡수되어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백인 노동자 계층은 갑자기 인종차별주의자가 된 것이 아니다. 바뀐 것은 지난 수십년간 노동자층 다수의 임금이 정체되어 왔다는 점이며, 이들은 미국에서 자신의 자녀들이 부모에 비해 더 나쁜 전망을 가졌다고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대부분 우연이 아니라 고의적인 것이다. 무역 정책은 명백하게 제조업 노동자들을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노동자들과 경쟁하도록 했다. 경쟁의 이론적이고 실제적인 영향은 노동자들, 특히 저학력 노동자들의 임금 하락을 부채질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동시에, 무역 밖의 보호 조치들은 대부분 고학력 노동자층에게 혜택을 줬다. 외국 출신 의사들이 미국에서 레지던트 프로그램을 수료하지 않는 한, 이들이 미국에서 개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엄격한 보호주의를 통해 국내 의사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지난 40여년간 무역 협정과 국내 입법을 통해 특허권·저작권을 더욱 강하고 오래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는 특허권·저작권을 독차지한 독점가에게 평범한 노동자들의 돈이 흘러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인 노동자 계층은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힘써오지 않았다고 느낄 권리가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만약 앞으로도 주류 정치인들이 부유층의 뜻대로만 움직인다면, 백인 노동자 계층은 자신들의 문제가 유색인종 탓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에게 계속 기대를 걸게 될 것이다. 정치가 바뀌지 않는 한 미국 정치의 추악한 모습은 계속되리라. 아마도 힐러리 클린턴 정부는 나라를 다른 방향으로 향하도록 바꿀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트럼프가 이끌지 않더라도 인종차별, 성차별, 외국인 혐오는 이후의 미국 선거에서 여전히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중남미 |
[세계의 창] 도널드 트럼프를 위한 변명 / 딘 베이커 |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세계 여러나라의 친구들이 요즘 내게 묻는다. 그 무엇에도 논리적인 주장을 내놓지 못하는 노골적인 여성 혐오주의자이자 인종주의자이며 외국인 혐오주의자인 인물이 어떻게 미국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었냐고. 내 대답은 이렇다. 겉보기보다 나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고. 첫째, 사람들은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되진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5월 공화당 후보에 지명된 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보다) 뒤처졌다. 수백만명의 유권자들은 지금도 트럼프를 티브이(TV) 리얼리티 쇼의 웃기는 진행자로만 알고 있다. 클린턴이 넉넉한 차이로 이길 것 같은 이유다. 트럼프가 지금껏 어떻게 잘 해왔는지는 여전히 쟁점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경선을 얕잡아본 전문가들은 사태를 완전히 오판하고 있었다. 지난해 가을 내내, 그리고 올해 초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사실상 만장일치로 생각했다. 그런 시각은 경선 구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의 경선 유력 주자들이 트럼프를 뒤쫓기보다는 서로를 견제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다른 경선 후보들이 트럼프가 지명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 트럼프의 요행이 반복될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그가 펼치는 선거전의 저열함은 엄연한 현실이다. 공공연한 인종차별 단체들은 트럼프의 선거 유세에 나타나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연합기를 흔들어댔다. 트럼프의 지지자들 중 대부분은 이를 괘념치 않는다. 비슷하게, 트럼프가 여성을 향해 쏟아내는 혐오 발언들에 대해서도 그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기존의 많은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보다 더 매너있는 모습을 보여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지지자들은 공화당에서 매우 중요한 토대 중 하나고, 유권자들 중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비록 멕시코인들을 성폭행범 혹은 마약 밀매상이라 주장했던 트럼프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류 공화당 정치인들 역시 일상적으로 이들의 정서에 영합해왔다. 그 밑바탕에 깔린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백인 사이에서 혐오 정서는 항상 존재해왔다. 다만 새로운 것은, 이런 혐오 정서가 트럼프의 공고한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 계층과 함께 정치의 장으로 흡수되어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백인 노동자 계층은 갑자기 인종차별주의자가 된 것이 아니다. 바뀐 것은 지난 수십년간 노동자층 다수의 임금이 정체되어 왔다는 점이며, 이들은 미국에서 자신의 자녀들이 부모에 비해 더 나쁜 전망을 가졌다고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대부분 우연이 아니라 고의적인 것이다. 무역 정책은 명백하게 제조업 노동자들을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노동자들과 경쟁하도록 했다. 경쟁의 이론적이고 실제적인 영향은 노동자들, 특히 저학력 노동자들의 임금 하락을 부채질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동시에, 무역 밖의 보호 조치들은 대부분 고학력 노동자층에게 혜택을 줬다. 외국 출신 의사들이 미국에서 레지던트 프로그램을 수료하지 않는 한, 이들이 미국에서 개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엄격한 보호주의를 통해 국내 의사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지난 40여년간 무역 협정과 국내 입법을 통해 특허권·저작권을 더욱 강하고 오래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는 특허권·저작권을 독차지한 독점가에게 평범한 노동자들의 돈이 흘러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인 노동자 계층은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힘써오지 않았다고 느낄 권리가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만약 앞으로도 주류 정치인들이 부유층의 뜻대로만 움직인다면, 백인 노동자 계층은 자신들의 문제가 유색인종 탓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에게 계속 기대를 걸게 될 것이다. 정치가 바뀌지 않는 한 미국 정치의 추악한 모습은 계속되리라. 아마도 힐러리 클린턴 정부는 나라를 다른 방향으로 향하도록 바꿀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트럼프가 이끌지 않더라도 인종차별, 성차별, 외국인 혐오는 이후의 미국 선거에서 여전히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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