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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14 18:02 수정 : 2016.08.14 19:10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미국 기업의 경영진이 받는 연봉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있다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명백한 사실이었다. 최고경영자들은 항상 높은 연봉을 받았다. 큰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긴장과 노고가 따르는 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해할 만도 하다. 그러나 경영진과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 비율이 1960년대에 1 대 20 정도였다면, 최근 10년간 이 비율은 1 대 250으로 폭증했다.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시장에 가져온 혁신을 생각해본다면, 이 정도의 임금을 받아 마땅한 경영진도 있다. 그러나 경영자들의 대다수는 잡스가 아니다. 최근 미국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이 인터넷 기업인 야후를 인수한 사례를 보면, 잡스가 아님에도 엄청난 임금을 받고 도망간 경영진도 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의 스티븐 간델 기자는 버라이즌이 야후를 인수한 뒤 야후의 최고경영자인 머리사 마이어가 챙길 수 있는 돈이 약 1억2000만달러(약 132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는 마이어가 야후에 재직할 당시 야후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그다지 열심히 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규모에 비해 매우 많은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도 충격적이다.

마이어 사장이 과도한 돈을 받은 것 같지만,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건축자재 판매업체인 홈디포의 사장을 역임한 로버트 나델리 최고경영자가 챙겨 간 돈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당시 홈디포의 주가는 약 40%나 곤두박질쳤으나, 나델리는 2억4000만달러(약 2630억원)를 받고 퇴임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최고경영자들이 기이한 수준의 임금을 받는 일이 가능하다. 기업의 거버넌스 과정이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최고경영자들이 회사의 주주들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의 임금은 기업의 이사가 모인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회사의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은 기업 경영을 감시하는 이사를 선출하는 데에 크게 관여한다. 이사는 1년에 6~12번 회의에 참여하는데, 이 대가로 약 20만~40만달러(2억2000만~4억4000만원)를 받는다. 이사직을 수행하면서 해고되는 일도 거의 없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 이사들에게 “임금을 반으로 줄여도 괜찮은 최고경영자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사실상 이사들과 최고경영자들은 한통속이고, 이사들이 최고경영진에게 적은 돈을 주도록 꾸미는 것은 자칫 무례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사람이 주주들의 자산을 뜯어내는 문제가 아니다. 최고경영자들이 받는 임금은 경제 전 영역에 걸쳐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만약 최고경영자가 2000만달러(약 221억원)의 연봉을 받는다면, 최고경영자의 보좌진 역시 수백만달러의 임금을 당당히 받게 된다. 미국 기업에서 형성되는 이러한 임금 구조는 다른 영역으로도 옮겨간다. 비영리 병원이나 대학, 심지어는 개인 재단의 경영진이 1년에 1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일은 매우 흔하다.

최고경영자의 임금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이사들의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사들은 최고경영자의 임금을 견제하려는 노력에 보상을 받고, 실패한다면 그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한다. 3년에 한 번씩 주주들이 최고경영자들의 보수에 대한 투표를 하는 것은 하나의 명백한 견제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세이 온 페이’ 규정은 미국에서 2010년에 법률로 제정됐으나, 최고경영자 임금에 대한 주주들의 발언은 실제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주주들이 최고경영진에 대한 임금이 과도하다고 결정했을 때, 이사회에서 이들의 임금을 몰수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이사회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이사들이 절약한 몫의 일부를 받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경영진이 일반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우리가 경영진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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