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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31 17:49 수정 : 2016.07.31 21:17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프랑스의 사상가 장자크 루소는 대의정치를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영국 사람은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의원을 선거로 뽑는 기간뿐으로, 의원이 당선되자마자 영국 인민들은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루소의 이 말은 그대로 현재 일본 정치에 들어맞는다. 7월10일 참의원 선거 투표일까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헌법 개정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올해 연초부터 헌법, 특히 평화주의를 선언한 9조를 개정하겠다는 강한 의사를 밝혔고, 참의원 선거에서도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획득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혀왔다. 그러나 참의원 선거 기간 동안 아베 자민당은 헌법과 관련된 논점에 일절 손대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헌법 개정에 소극적인 민의가 밝혀지고, 야당이 헌법 개정 저지를 내걸고 협력 체제를 형성했기 때문에 도망쳐 다니기만 한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추진 등) 경제정책만을 내세워 소극적인 현상유지라는 국민들의 선택을 끌어내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선거 승리로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세력이 (참의원에서도) 3분의 2를 차지하게 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떤 조문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국회의) 헌법심사회에서 논의가 수렴돼 가는 게 기대되는 상황이다. 자민당은 늘 헌법 개정을 내걸어왔다. (당의 헌법) 개정초안이 실현되도록 하는 게 당 총재로서의 책무이기도 하다. (헌법) 개정은 중·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발의가 필요하니,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우리 당의 안을 베이스로 해 가면서 어떻게 3분의 2를 구축해 갈 것인가, 참으로 정치의 기술이라고 말해도 좋다.”(<아사히신문> 7월12일 조간)

자민당의 헌법개정안을 토대로 3분의 2의 합의를 형성해 가는 게 정치의 기술이라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한 ‘다마시우치’(속여서 뒤통수를 때린다는 뜻)를 정당화하는 사리에 맞지 않는 뻔뻔한 태도이다.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 뒤에 태도를 바꾼 것은 어느 정도 정치를 지켜봐온 국민들에겐 예상할 수 있었던 사태다. 즉, 국민 다수파는 헌법 문제에 무관심하니, 소비세 증세를 연기하거나 경기회복을 호소해온 아베 정권에 (일본을) 맡겨두면 자신들의 생활이 당분간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리라는 판단을 끌어낼 수 있다. 이런 국민을 권력자가 바보 취급 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12월 중의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아베 정권은 중·참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개헌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좋은 기회를 활용해 아베 자민당은 개헌안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9조 개정은 국민적 반대가 강하기 때문에 긴급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내각에 포괄적인 권한을 주는 개헌안을 먼저 제안하는 게 좋다고 말하는 여당 정치가도 있다. 자민당이 그 이름대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정당이라면 헌법 개정 논의를 해도 무해한 일이겠지만, 그런 낙관이 용납될 상황이 아니다. 자민당의 (2012년 4월) 개헌안을 보면, 기본적 인권은 “공공질서에 반하지 않는” 정도로 제약되고, 권력에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과 데모는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으로 여겨져 억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자민당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전통과 가족의 존재양식을 존중하는 게 의무화된다. 루소가 말한 그대로 일본 국민이 노예가 되는 것이다. 긴급사태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총리의 권한을 강화한다면, 국회 다수파의 뜻에 따라 긴급사태가 기한 없이 연장돼 인권 억압이 일상화되는 것도 가능해진다.

앞으로 2년간은 일본 민주주의에 최대 위기의 시대가 될 것이다. 지난 참의원 선거에서 원전사고 피해지역인 후쿠시마현과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해 온 오키나와현에선 야당 후보가 여당의 현직 각료를 꺾었다. (현재 일본은) 이런 지역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위기감을 다른 국민들이 공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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