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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03 17:47 수정 : 2016.07.03 19:38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일본에선 10일 참의원 선거를 향한 선거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전후 일본의 정치체제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올해 들어 헌법 개정, 특히 평화주의를 선언한 제9조의 개정에 대한 의욕을 보여왔다. 또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획득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중의원에선 여당이 이미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참의원에서 여당이 대승하면 전후 처음으로 헌법 개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막상) 선거가 다가오자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 국민들이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며, 9조 개정에도 압도적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는 게 명확히 확인된다. <아사히신문>의 5월3일치 조사에선 헌법 개정에 ‘찬성’이 25%, ‘반대’가 58%였고, 9조에 대해선 ‘바꾸지 않는 게 좋다’가 지난해 63%에서 68%로 올라 ‘바꾸는 게 좋다’ 27%(지난해 29%)를 크게 앞섰다. 헌법 개정을 선거 주요 쟁점으로 삼으면 선거에 불리하다는 것을 아베 총리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선거에서 국민에게 호소하지 않더라도 자민당이 승리하면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고 주장할 것임에 틀림없다. 2014년 12월 중의원 선거 때도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용인이나 안전보장법제 추진을 전혀 쟁점화하지 않았지만, 아베 정권은 각의결정으로 헌법 9조의 해석을 변경해 지난해 여름 안전보장법제를 실현했다. 이번에도 틀림없이 같은 수법을 동원할 것이다.

지난해 안전보장법제에 대한 다양한 반대운동을 확산시켰던 시민운동은 야당과 협력해 32개의 1인 선거구(일본의 참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지만 인구가 적은 현에선 한 개 현 또는 두 개 현을 합쳐 1명의 당선자를 뽑는다)에서 통일후보 추대를 실현했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자민당·아베정권 대 야당’이라는 양자택일의 구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운동을 이끌어온 우리의 계획과는 달리, 선거전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예측을 하고 있다. 또 사전 여론조사에선 여당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쟁점 감추기가 현재까지 성공을 거두고 있다.

경제정책이나 원전재가동 등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선 아베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 지지하는 이들보다 많다. 이러한 정책 평가가 선거에서 ‘반(反)자민’이라는 투표 행동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현재 민의의 특징이다. 일본 국민은 현재 정치의 모습에 그다지 불만이 없고, 아베 총리에 의한 헌법 개정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오랜 기간 일본 민주주의의 심화를 외쳐온 나로서는 사람들의 이런 무신경을 어떻게 평가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압정은 하룻밤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어제까지 이어진 날들이 내일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낙관과 만족이 사고 정지를 불러와 거대 권력의 폭주를 허용한다. 그리고 압정의 폐해를 인식하게 됐을 땐 이를 멈추기엔 시간이 이미 너무 늦게 된다. 자민당 헌법 초안에 따라 헌법 개정이 실현되면 정치를 논하는 자유는 공공의 질서라는 이름 아래 크게 제약된다. 억압적인 헌법을 재개정하는 운동은 질서 파괴라는 명목으로 탄압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헌법 개정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불가역적으로 파괴한다. 투표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선거를 통해 여당에 압도적인 다수를 안겨줘 헌법 개정의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면 그것은 일본 민주주의의 자살이 될 것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일본 전후 민주주의의 붕괴 과정에서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하는 지점’(point of no return)이 될지도 모른다. 일본인의 각오와 견식이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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