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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19 16:13 수정 : 2016.06.19 19:55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주택 거품이 꺼진 지도 8년이 넘었다. 당시 거품 붕괴는 전세계를 20세기 초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 불황으로 몰아넣었다. 지금 세계 경제는 그리스를 빼곤 최악의 상황에서 반등하고 있지만 위기 이전으로의 완전한 회복은 한참 멀었다. 그런데 대다수 국가의 경제정책은 여전히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거품 붕괴에 이어진 연쇄 위기의 복잡한 금융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제침체의 이유는 간명하다. 총수요가 심각하게 부족했다. 이전의 거품은 엄청난 규모의 수요를 창출했다. 미국에선 국내총생산(GDP)에서 주거용 건물 신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록적으로 높아졌는데, 인구통계적 추세로 보면 주택 신축은 오히려 축소됐어야 했다. 저축률이 바닥이었던 반면 소비는 치솟았다. 이 또한 인구통계학적 추세에 역행하는 현상이었다. 당시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둔 시기였고, 따라서 이례적으로 저축률이 높았어야 했다.

거품의 폭발은 수요를 뒷받침할 근원을 없애버렸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거대한 수요 부족을 경제가 재빨리 메꿔줄 거라고 믿고 싶어했지만, 지난 8년간 그런 일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정부 예산을 책정하고 중앙은행의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가 금리를 올리려 하는 것에서 그런 사례를 분명하게 본다. 경제 위기 국면과 초기 회복 단계에서 연준은 단기 기준금리를 ‘제로’(0)까지 낮춤으로써 긍정적 구실을 했다. 장기금리를 겨냥한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연준은 금리를 정상 수준보다도 높게 끌어올리려 안달이 났다. 진짜 큰 문제는 경제가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고용률 데이터만 봐도 분명하다. 한 달 동안 생겨난 일자리는 3만8000개였는데, 이는 대다수 분석가들이 기대했던 16만~20만개에 턱없이 못 미친다. 반면, 사라진 일자리가 3만5000여개, 매우 취약하고 불안한 일자리는 7만5000개에 이른다. 더 나아가 5월 통계보고서는 그 전 2개월의 일자리 창출 수를 하향 조정했다. 최근 3개월 평균 일자리 창출은 11만6000개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고용 상태인 핵심 노동력(25~54살)의 비중은 침체 이전보다 여전히 2.5%포인트 이상 낮은데, 이는 3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완전고용을 바라는 시간제 노동자들의 비중은 여전히 경제 불황 시기의 수준에 근접한다. 노동 희망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일터를 떠나는 퇴직 또는 해고율도 마찬가지다.

연준은 금리를 인상할 게 아니라 수요를 늘리고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일부에선 장기금리 목표치를 명료하게 설정하는 것을 한 방법으로 제안한다. 예컨대, 연준은 5년 만기 국채 금리를 1.0%에 묶어둘 수도 있었다. 이는 자동차 구매 대출이나 주택 모기지 금리, 그밖의 다른 장기금리들을 낮추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연준도 경기 부양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으며, 정부의 재정정책이 경기 부양의 주요한 몫을 했어야 한다. 지금처럼 수요가 부진한 시기는 인프라와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장기적 효과를 가져올 다른 지출을 늘리는 엄청난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우리가 지구 온난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더욱 뼈아프다. 미국과 여러 나라들은 청정기술의 개발에 엄청난 보조금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에너지, 전기차와 충전소 확충 등 정부보조금이 필요한 분야가 널렸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정상적 시기라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고금리와 인플레로 이어질 것이다. 중앙은행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상 시기가 아니라는 걸 여러 경제 데이터가 보여준다. 세계 경제는 정부의 추가 지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정책결정권자들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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