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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4 19:10 수정 : 2016.04.24 19:10

오바마 행정부가 의회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승인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와 협력자들은 의회의 승인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

의회 표결 타이밍에 관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미국 대통령은 최소한 의회 표결 90일 전에 무역협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90일이 필요하다는 것은 최소한 여름 전에는 표결이 이뤄질 수 없다는 뜻이다. 여름 이후라면 의원들이 물갈이되는 11월 선거와 너무 가깝다. 의원들은 인기없는 무역협정을 지지했다가 표를 잃을까봐 표결을 피할 것이다.

만일 오바마 임기 중에 티피피가 표결에 부쳐진다면 11월 선거 이후 레임덕 기간이 될 것이다. 이때쯤이면 많은 의원들이 인기없는 무역협정에 투표할 수 있다. 다음번 선거 때까지 유권자들이 무역협정에 대해 잊어주기를 희망하면서.

티피피 토론이 가열될수록 무역의 이점을 강조하고 보호주의로의 회귀에 반대하는 주장들이 나올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역은 번영을 촉진하고 보호주의는 성장을 둔화시킨다. 하지만 티피피와는 상관이 없다.

미국은 티피피에 가입한 11개 나라와 엄청난 양의 무역을 하고 있다. 그중 6개국과 이미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에서 티피피가 승인되지 않더라도 무역은 중단되지 않고, 이미 체결한 협정도 폐기되지 않는다. 티피피는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관세나 쿼터 등 공식적인 무역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미미하다. 이런 장벽들은 이미 매우 낮다.

티피피는 무역보다 친기업적인 규제 구조를 고착시키는 것과 관련이 깊다. 티피피는 주요 산업계의 기업들이 직접 테이블에 앉아서 협상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은행·금융·통신·소프트웨어·화석연료 업계가 포함된 특별 실무그룹을 두고 있었다. 이 기업들은 무역협상에 직접 관여했다. 당연히 티피피가 기업에 최상의 이익을 가져다주도록 밀어붙였다. 산업 친화적인 조항이 삽입됐고, 티피피 가입 국가에서 법원을 무력화하는 별도의 사법체계인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쟁취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국가의 법체계 밖에서 작동한다. 이 제도는 오직 미국 기업의 외국 투자자들 또는 외국 자회사들에 열려 있다. 개인과 정부는 외국 투자자들을 제재하기 위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이용할 수 없다. 이 소송은 판례에 얽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항소 대상도 아니다.

티피피의 선별적 산업 조항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제약 부문에서 나타난다. 제약업계는 특허권을 더욱 강력하고 오래도록 보호하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런 조항들은 이미 가동 중인 특허권 보호장치를 더욱 강화하고, 각국이 신약 개발 자금 조달을 위해 더 현대적인 메커니즘으로 전환하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티피피 국가들이 직접 신약 개발 자금을 모으려 한다면, 제약회사들은 특허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이용할 수 있다. 치료제에 대한 접근권이 제약되고, 환자와 미국 정부는 약값으로 연간 3500억달러를 더 지급하게 될 것이다. 티피피에서 ‘특허보호 가격’과 ‘자유시장 가격’ 사이의 큰 격차는 무시된다. 제약회사들이 자사 약을 먹이려고 환자한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발생하는 막대한 손해도 무시한다.

상무부는 티피피가 체결되면 수출로 인해 일자리가 늘어나리라 추정하는데, 수입 증가와 관련된 일자리 감소는 계산하지 않는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모든 경제 논쟁들이 티피피를 정당화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우리는 미국의 신뢰도를 보호하기 위해 의회가 티피피를 승인해야 한다고 얘기할 것이다. 베트남전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논리다. 당시 미 정치인들은 대중적인 지지가 취약하고 스스로도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면서, 미국의 신뢰도 유지에 필요하다며 전쟁을 정당화했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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