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17 19:45
수정 : 2016.04.17 19:45
한반도 지정학 요소에서 핵심은 대국들의 전략에 편입된 한반도에서 대국들의 전략이익이 상호 교착되어 역학관계를 이루는 것이다. 그것은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 이 전략이익들을 떠받드는 것은 힘이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합력론’대로라면 한반도 역사는 바로 그 힘들이 부딪쳐 이루어진 합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엥겔스가 말하는 ‘합력’(合力)이란 여러 갈래의 힘들이 서로 방해를 하고 견제하며 충돌하고 상쇄하며 서로 추동하고 촉진하면서 융합되어 생기는 총체적 결과의 힘을 이른다. 한마디로 상호 교착된 힘들과 힘의 평행사변형들이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생기는 전체적인 힘이다. 이 이론을 한반도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한반도는 현재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4강의 전략이익이 밀접히 교차돼 있는 곳이다. 거기에 당사국인 남북한까지 합하여 적어도 6자의 힘이 상호 교착돼 있다. 냉전이 종식된 후 이 6자는 북핵을 둘러싸고 역학관계를 이루었다. 여러 갈래로 교착된 6자의 힘과 밀고 당기기의 평행사변형은 하나하나의 합력을 이루었고 그것은 ‘9·19 합의’와 같은 결과들을 도출하였다. 그 ‘9·19 합의’가 깨진 것 역시 힘들이 상호 교착되어 서로 견제하고 충돌하고 상쇄하면서 새로운 합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결국 북핵 관련 6자의 힘에는 강약이 있고 힘이 쏠리는 방향도 같을 수 없다. 추동력은 나라마다의 국가 이익이다. 국가 이익의 구도는 원천적으로 갈등 구도다. 이러한 국가 이익들이 상호 작용하고 영향을 미치며 견제하거나 상쇄하면서 힘의 강약과 방향이 부딪치는 교착점에서 합력이 이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오늘의 북핵 정국을 이룬 합력은 북한만을 비난할 만큼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이제 북핵 정국은 북한을 힘으로 제압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 힘과 힘들이 교착되어 이루는 합력은 또 어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2270호 결의에 강력히 반발하는 북한의 힘은 관련국들의 힘과 완연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서로 상쇄하는 것이다. 거기에 관련국들의 힘의 강약과 방향도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똑같은 제재라고 하지만 목적이 다를 수 있다. 한국의 목표는 북한의 ‘폭정 종식’인 것 같다. 미국은 아태 전략 차원에서 접근한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담판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목적이 다르면 의지가 다를 수 있고 추동하는 힘의 강약과 방향도 다를 수 있다. 결국 관련국들의 힘도 서로 상쇄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엥겔스의 말을 빌리면 그 결과는 어느 누구도 희망하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북한은 현재 21세기 글로벌 시대가 무색하게 핵과 미사일로 한·미·일을 공갈한다.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북한이 외딴섬이라면 몰라도, 결국 그 힘의 원천은 한반도의 지정학에 있다. 북한은 지정학적 열세를 우세로 만들어 ‘강대국들을 쥐락펴락한다’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반도를 자기들 전략에 편입시킨 강대국들의 힘겨루기가 북한에 힘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미국의 ‘인내 정책’도 결국 북핵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힘들은 서로 걸림돌이 되거나 견제하며 충돌하거나 상쇄하는 작용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긍정적 합력을 만들어나가는 힘은 외부가 아닌 한반도 내부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감정적 차원이 아닌 전략적 차원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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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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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역시 대결의 지정학적 힘을 약화시키고 협력의 지정학적 힘을 늘려가는 것뿐이다. 엥겔스도 역사 합력의 제 요소에서 궁극적으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경제 요소라고 하였다. 그 합력은 무슨 이유이든 민초들의 삶까지 피폐화시키며 경제 파탄으로 이루려는 합력은 아닐 것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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