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3 19:46
수정 : 2008.02.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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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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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나는 프랑스에서 대학원부터 공부를 했기에 개인적으로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그러나 나는 한국 경제의 대안으로 프랑스형 경제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몇 해 전부터 나는 연구할 때 작업가설로 스위스와 덴마크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고, 정말로 한국이 스위스와 덴마크 중간에 있는 경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프랑스 모델에는 좋은 점과 함께 어두운 점이 많기에 꼭 프랑스가 한국의 미래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프랑스에 대한 평가는 개인적으로 아주 박한 편이다.
최근 새로 시작한 몇 가지 연구 자료를 찾느라 어지간해서는 잘 오려고 하지 않던 파리에 다시 오게 되었다. 시라크의 파리 개편과 경제 구성 방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사르코지의 무시무시한 경제개혁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지 않다는, 아주 개인적인 편견들이 좀 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로 잠깐씩 출장 왔던 것을 제외하면 도서관에 앉아서 자료들을 찾고 차분하게 파리에서 책을 읽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10년이 넘는 일이기는 하다. 별 기대 없이 왔다가 사실 격세지감 아니면 문화충격을 받을 정도로 프랑스의 최근 모습에 놀랐다.
개인적으로 김영삼 정부 때부터 정부개편 얘기가 나올 때마다 직간접으로 자문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정부 절차에서 직접 정부조직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한 적이 있어서 정부 조직에는 약간 익숙한 편이다. 내가 주로 자문한 부처는 에너지·환경·산업·농업, 그리고 가끔 식품관리와 같은 분야다. 이 분야에서 내가 주로 참고하는 나라는 환경·농업·식품을 하나로 합치면서 광우병 파동을 극복한 영국의 경우다. 프랑스 쪽은 별로 실속이 없는 부처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내가 프랑스의 환경부 개편을 보고 완전히 놀랐다.
간단히 내용을 간추리면, ‘환경’이라는 단어를 떼어내고 생태와 지속발전, 그리고 국토정비라는 세 부처를 하나로 만들어, 부총리급 장관을 포함해 장관 셋이 있는 거대 부처가 되었다. 한국식으로 설명하면, 환경부가 생태관리부가 되면서 부총리급으로 격상이 되었고, 건설과 교통을 합병시킨 그런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에너지와 기후변화협약과 관련된 부처까지 모여 있다. 한국은 건설 부문이 교통은 물론 산림관리까지 가져가고 틈틈이 환경업무도 자신의 안에 두려고 하는데, 이와 정반대의 정부 개편 모델인 셈이다. 파리 지하철 역사에는 이 부처에서 홍보하는 ‘물을 살리자’, ‘종 다양성을 생각하자’와 같은 자료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었다. 내가 아는 한도 안에서는 환경부를 생태관리부로 전환한 것은 선진국에서는 처음이고, 생태적인 시각에서 경제구조 전환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처음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정말 놀란 것은 상원 재경위 토론이었는데, 우리식으로 치면 재경위원장이 주재하는 토론회에서 국립대학의 생태연구 지원방안과 ‘산업생태학’에 대한 기업들의 연구결과 발표가 이뤄지고 있었다. 국회 재경위에서 이런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다. 충격을 잘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데, 후배한테서 운하와 관련된 자료 좀 찾아달라는 부탁이 왔다. 솔직히 좀 비참한 느낌이 들었다. 10년 전, 말로만 하던 ‘경제의 생태적 전환’이 이제 현실이 되는데, 우리는 대운하 논쟁이나 하고 있어야 하는가.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생태관리 장관은 굉장히 젊은데, 73년생의 여성 엔지니어다. 그네가 얼마나 야무지게 새로운 변화를 이끌겠는가.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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