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06 17:25
수정 : 2007.06.0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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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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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한나라당 후보들끼리 했던 합동 토론회는 문자 그대로 유익했다. 정치인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은 ‘동문서답형’인데, 이명박 후보도 전형적인 ‘동문서답형’이었다. 내 눈에는 두 사람이 전혀 달라 보이지 않았다. ‘우문현답형’은 아직은 너무 먼 기대일까? 나는 우파라는 이유로 무시하지는 않지만, 동문서답을 하는 사람은 무시한다. 아무리 힘이 강해도 무시한다. 역사가 그의 어깨에 얹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4년 반 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역사의 질문에 그의 방식으로 대답했다. 그 시절에는 오히려 이회창 후보가 엉뚱한 답변을 잘 했다. 대한민국 대선에서 동문서답을 하던 사람들은 결국 역사에서 사라졌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마타도어’(흑색선전)라고 할지 모르지만, 질문에는 답을 해야 한다.
초여름 슈퍼마켓에서 자두가 사라졌다. 아마 다시는 자두를 우리나라 시장에서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노무현 효과다. 그 빈 자리를 토마토와 수박이 채웠다. 경제학적으로 원리는 간단하다. 대통령이 “농업은 포기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이후에 농민들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자본재를 포기한 것이다. 요즘 농민들은 포도나 귤과 같은 ‘과일’이 열리는 나무를 뽑는 중이다. 그리고 송아지를 헐값에 매각하는 중이다. 이런 것들은 몇 년씩 준비해야 시장에 내보낼 수 있는 자본재다.
가끔 농민들은 집회에 소를 끌고 나온다. 소는 농업 자본재를 의미한다. 밭에서 나오는 1년생 수박이 자두를 대체하는 것은 아주 나쁜 징조다. 자두를 꼭 먹어야 하는가? 물론 그것은 아니지만, 자두가 사라진 시장에서 수박과 토마토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과일 중 결국 버틸 수 있는 것은 사과와 배밖에 없다. 사과는 친환경 농업 기술이 안정화하는 5년을 힘들게 버텼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사라져도 버틴다. 배는 제사상에 꼭 올라가야 하는 과일이다. 그래서 비싸도 산다. 자두와 복숭아가 사라진 길을 결국은 귤, 수박, 토마토도 따라갈 것이고, 우리나라에는 사과와 배가 남을 것이다. 이건 전적으로 노무현 효과다.
수입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걸 어린이와 군인에게 먹일 셈인가? 과일은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에 벌레가 생기는 걸 피하려면 독한 농약을 치지 않을 기술적 방식이 없다. 얼려서 보관하는 고기와는 또 다르다. 노 대통령은 결국 일부 부자들을 제외하면 ‘농약 친 과일’을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아토피 어린이에게 줄 음식이 이제는 없다. 부자? 이 문제는 돈으로도 해결 안 된다.
박근혜와 홍준표 후보에게 묻는다. 학교급식, 군대급식, 재래종 직불제, 그리고 20~30대 귀농자 지원방안, 이 네 가지에 간단하게라도 답을 주기 바란다. 노무현 정부의 외교부는 학교급식에 소송을 걸어서 결국 이겼다. 변호사 대통령다웠다. 그의 농업정책을 계승할 것인가? 이 네 가지 제도만 있으면 친환경 농업으로 전체 농가의 50%는 살릴 수 있고, 자두도 살릴 수 있다. 인구의 7%가 아직은 농업으로 먹고살고 있고, 국민 대부분은 국내 농산물로 주식을 해결한다. 노 대통령은 외국에서 사다 먹으면 된다고 했다. 그의 농업관과 그의 농업정책을 계승할 셈인가? 아니면 자신의 농업관이 있는가? 학교급식과 군대급식만 친환경 농산물로 전환해도 우리나라 농업의 파국은 막을 수 있는데, 노 대통령은 4년 동안 이 간단한 일을 하지 않았다.
자, 박근혜·홍준표 후보, 답해 주기 바란다. 우리나라 농업은 어찌할 것인가? 이 농업 토론이 보고 싶다.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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