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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9 22:51 수정 : 2006.07.09 22:51

김갑수 문화평론가

세상읽기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게 또 있을까 하고 월드컵 축구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다. 그것도 무려 일곱 기나. 프랑스와 이탈리아, 어느 편이 우승할지 궁금해 죽을 지경인데 신문방송은 미사일 소식이, 그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요란한 반응이 더 궁금하고 재미있는 모양이다. 준결승에서 포르투갈의 피구를 이겨낸 프랑스의 지단이 마침내 이탈리아의 토티와 어떤 명승부로 축구인생의 대미를 장식할 것인가. 이것이 뉴스의 최대 관심사처럼 느껴지는 이때 언론은 김정일, 조지 부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간에 펼쳐지는 공방을 중계하기에 여념이 없다. 아, 재미없다!

현실은 축구보다 이렇듯 재미없어야 하는가라고 한탄하려는 순간 어떤 신문이 아예 준특집 규모의 기사로 국민을 야단치고 나선다. ‘티브이는 월드컵 중계 중 … 시민들은 무덤덤, 한국은 안보 불감증’. 제목이 이렇다. 그러고 보니 축구로 인한 정치 무관심, 안보 불감증처럼 보이는 현상은 맞는 것 같다. 야단치는 기사 앞에 주눅이 들기도 하고 좀 얼빠진 사람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 축구가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니까. 더욱이 미사일 불꽃놀이가 주는 위험의 진정한 당사자는 미국, 일본에 앞서 우리들 자신이 아닌가. 하지만 기왕 안보 불감증자로 치부된 된 김에 좀 한가해 보일 수 있는 관전평이나 늘어놓아 볼까.

우선 미국 쪽 반응이 유별나다. 흡사 국지전이라도 벌어진 양 거창하고 시끄러우면서 또한 차갑다. 독립기념일 행사며 대통령의 육순 환갑잔치까지 중단시킨 채 언론을 통해 최대한으로 목소리를 높이되, ‘북한, 너네들이 원하는 직접대화는 없다’를 반복해 표명한다. 목소리와 몸짓은 최대한 크게, 하지만 실제 행동의 알맹이는 빠져 있다. 그 유별나게 제스처만 큰 태도의 행간 속에서 형편없는 부시 정권의 지지율, 미사일방어(MD) 시스템 판매의 목적성, 이라크전 비난여론 잠재우기 따위가 읽히는 것은 왜일까.

일본의 태도를 아주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북한더러 무슨 일 좀 저질러 달라고 아예 고사를 지내고 있다가 기회를 잡았다고 환호하는 것 같다. 북한의 군사력이 그들에게 얼마나 실제적 위협이 되는지는 판단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통상적인 군사훈련’이라는 북쪽 주장을 넘어 일본에 대한 군사적 침공의 동기를 찾을 수 있을까. 지금 국면에서 중국의 사주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보다는 일본 내부의 필요성. 즉 헌법 개정을 통한 군사 재무장의 동기는 그들에게 항상적인 현안이다. 그리고 그런 여론을 환기시킬 주적 대상으로서 북한처럼 만만한 악당도 없다. ‘경악’으로 표현되는 일본 반응이 과잉과 호들갑으로 비치는 것을 어쩌랴.

이제 시선은 우리 내부다. 안보 불감증이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흘러간 전통을 따르자면 일단 ‘북괴’의 야욕을 규탄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쓰는 애국자들이 등장해야 하고, 전시체제 선포에다 예비군 총동원령이 하달되고 …. 이래야 한다는 말인가. 프로정권이었다면 그렇게 해서 바닥을 밑도는 지지율을 회복하고 야당의 기세를 찍어 눌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신중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비료 등 직접적 물자지원 중단선언도 병행했다. 미국, 일본과는 사뭇 다른 대응인데, 가만 생각해 보면 그 두 동맹국과는 자세와 대응의 동기가 다르지 않나 싶다.

사실 아무리 축구에 열광한다 해도 안보 불감증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한 진단이다. 자기 생업보다, 심지어 전쟁 가능성을 품고 있는 사안을 두고 축구보다 덜 진지하게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중하되 내용 있는 대응, 우리는 이것을 원할 뿐이다.

김갑수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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