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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립 경성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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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미국이 탈북자 문제를 전면적으로 정치화하면서 ‘북핵 문제’도 ‘북한 문제’로 변형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도 선거 정국에 돌입하게 되는 미국의 국내 정세를 주시하면서 향후 전략을 마련하려고 할 것이다. 공화당 강경파의 퇴각을 기다리면서 ‘부시 이후’의 미국을 기대하는 것도 이런 상황에서는 하나의 전략일 것이기 때문이다. 12년째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를 민주당이 탈환할지 주목되는 11월의 중간선거가 끝나고 예비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면 미국의 차기 대선 시즌이 시작된다. 지금은 공화당이 표면적으로 불리하다. 31%까지 추락한 대통령 지지도는 미국 역사상 최저 기록을 향해 내닫고 있으며,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지지율은 23%로 떨어졌다. 또 1862년 이후 치른 36번의 중간선거에서 33번을 대통령의 당이 패배했고, 재선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중에 치른 열 번의 중간선거에서 1998년만 빼고는 대통령의 당이 지난 백 년 동안 늘 의석을 잃었다. 이른바 ‘6년차의 기절’ 법칙인데, 그래서 공화당 대통령의 임기 6년차인 이번 중간선거는 공화당이 기절할 차례다. 그러나 속사정은 좀 다르다. 미국은 주별 하원의석 수를 10년 주기의 인구조사에 근거해서 조정하는데, 2000년 인구조사 이후 조정된 12석 대부분이 공화당이 우세한 남부와 서부로 갔다. 또 부패추문으로 물러난 전 하원 공화당 대표 톰 딜레이가 3년 전에 ‘007 작전’처럼 밀어붙인 텍사스의 선거구 조정으로 공화당은 텍사스에서만 5석을 더 확보했다. 게다가 큰 주들이 현직 의원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재조정하면서 총 435곳의 하원 선거구 중에 뒤집힐 가능성이 있는 격전지는 많아야 30여곳으로 줄었다. 그뿐만 아니다. 남북전쟁 이후 지금까지 야당이 패배한 세 번의 예외적 중간선거 중 두 번은 모두 최근 선거다. 여기에 공화당의 월등한 자금력까지 감안하면 민주당이 갈 길은 생각보다 험하다. 차기 대선 판세도 마찬가지다. 미국판 ‘양치기 소년’이 된 조지 부시 대통령 탓에 안보 카드의 약발은 떨어졌지만, 차기 공화당 후보군은 여전히 강력하다. 현재 거론되는 공화당 후보 가운데 9·11 당시 ‘영웅적’이었던 뉴욕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 ‘용감 솔직’의 대명사 존 매케인 상원의원, 출마 거부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부통령 후보 내지는 대선의 히든카드로 남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모두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과 무소속 성향의 유권자로부터도 5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을 능가할 후보가 별로 없을 민주당으로서는 이 중 어느 누구도 버거운 상대다. 민주당이 차라리 중간선거에 져서 공화당내 기독교 우파의 입김이 더 커지면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지층은 넓지만 기독교 우파의 이념 기준에는 미달하는 매케인이나 줄리아니 대신 기독교 우파의 총애를 받는 빌 프리스트 상원 공화당 대표 같은 인물이 공화당 후보라면 민주당의 승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간선거에 이겨야만 두 번 연속 패배한 대선 정국의 분위기를 역전시킬 수 있는 민주당의 정치적 고민이 이것이다. 이렇게 따져보면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평양과 워싱턴을 서로 방문할 수 있었던 6년 전처럼 북한이 ‘민주당의 미국’과 다시 만날 확률은 생각보다 적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재방북’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의 정세 변화보다는 북한의 태도 변화에서 북-미 대화의 출구를 찾는 편이 빠를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되는 근거도 바로 이런 것이다.|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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