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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7 18:28 수정 : 2006.06.09 16:24

Lee Jong Won, Rikkyo University (Japan)

세상읽기

일본의 황금연휴가 막 끝났다. 올해는 징검다리 형태가 됐지만 연차휴가로 잘 메우면 길게는 열흘 정도의 긴 휴가기간이 된다. 일년 중 가장 좋은 계절이기도 하기 때문에 전국의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돼 버린다. 행락지가 흥청거리는 반면 진지한 집회가 각지에서 열리는 시즌이기도 하다. 연휴 중반인 5월3일이 헌법기념일이기 때문이다. 1946년에 제정된 ‘평화헌법’을 기리는 날이다.

이 황금연휴가 내년부터 모습이 조금 바뀐다. 연휴의 시작은 4월29일 ‘녹색의 날’이다. 그 명칭이 내년부터는 ‘쇼와(昭和)의 날’로 변경된다. 원래는 ‘천황 탄생일’이었다. 1989년 1월 쇼와 일왕(히로히토)이 사망하자 그해부터 ‘녹색의 날’로 바뀌었다. 애초부터 ‘쇼와 기념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반대론이 많아 비정치적인 이름으로 낙착됐다. 그때만 해도 일본이 ‘쇼와’라는 시대에 대한 복잡한 시각, 히로히토의 역사적 평가에 대한 망설임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1992년부터 ‘쇼와 기념일’ 제정 운동이 자민당 의원을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신중론이 강해 좀처럼 실현되지 않았다.

90년대 말부터 우경화 물결이 여기에도 밀려왔다. 일본을 ‘신국(神國)’이라 부른 모리 총리 시절인 2000년 ‘쇼와의 날’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했지만 소극적 여론으로 폐안이 되기도 했다. 고이즈미 내각의 성립으로 자민당내의 움직임도 힘을 얻어 작년 5월 정식으로 명칭을 바꾸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제는 별로 논란조차 일지 않은 것이 일본 사회의 그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내년부터는 ‘쇼와’라는 전쟁의 시대를 ‘기념’하는 행사들이 여기저기에서 열리게 될 것이다.

일본의 평화헌법이 올해로 60돌이다. 환갑이 지난 이 헌법도 내년 이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물론 구체적인 개헌까지는 최소한 3~4년이 걸릴 것이다. 헌법기념일 특집으로 행해진 매스컴 각사의 여론조사를 봐도 아직 ‘전쟁 포기’를 규정한 9조의 개헌에는 소극적인 여론이 다수파다. 그러나 개헌을 향한 압력은 앞으로 한층 거세질 것 같다.

가장 강력한 압력은 미국으로부터 오고 있다. 헌법기념일 직전인 5월1일 미국과 일본은 미-일 안전보장협의회(2+2)에서 주일미군 재편 계획을 최종적으로 확정 발표했다. “미-일 동맹의 신시대” “미-일 동맹의 제3단계”라는 매스컴의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냉전기 동맹인 1954년의 미-일 안보조약과 자위대 창설, 포스트 냉전 초기의 대응인 1997년의 신 미-일 방위협력지침(신가이드라인)을 거쳐 미-일 동맹의 대상지역과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제3단계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이번 주일미군 재편의 핵심은 미-일의 군사적 통합, 사령부 기능의 일체화에 있다. 태평양과 인도양 전역을 관할지역으로 하는 미 육군 제1군단 사령부가 도쿄 부근의 자마 기지로 이동하고 여기에 자위대 정예부대인 중앙즉응집단 사령부가 이전해서 같은 기지에 동거하게 된다. 한반도에서 중국,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 지휘 아래 일본 자위대가 출동하는 상황이 가능한 포진이다.

현행 헌법으로는 그것이 어렵다. ‘비전투지역의 후방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그때그때 특별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헌법 개정, 자위대 파병의 상시 입법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승격시킨다는 자민당 개헌안을 놓고 한 일본 저널리스트는 “전쟁을 아는 세대가 퇴장하자 군대가 되돌아온다”고 했다. 일본은 ‘쇼와’로 되돌아가는가?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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