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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6 16:47 수정 : 2019.12.27 13:58

올해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 중 하나인 서울 잠실동 아파트 단지

올해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 중 하나인 서울 잠실동 아파트 단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일부 지역의 초고가 아파트라는 특정 대상을 핀셋으로 잡아서, 쓸 수 있는 카드를 한꺼번에 전격적으로 실시할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1월 말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집값 대책에 관한 질문에 답한 말이다. ‘초고가 아파트’ ‘카드를 한꺼번에’ ‘전격적으로’에 방점이 찍혔다. ‘12·16 집값안정 대책’의 큰 방향인 초고가주택·다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와 보유세 인상은 이미 20일 전 예고됐던 셈이다. 하지만 보수언론들은 “사전예고 없이 군사작전하듯 했다”며 비난했다.

거친 공격은 이어졌다. “돈키호테 따로 없는 …”(중앙일보), “정부가 집값 불지르고 …”(조선일보).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언론의 역할이다. 문재인 정부는 ‘서민들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약속했다. 하지만 정권 초기 안이한 대응으로 투기심리에 불을 댕겼다. 그렇다고 상식에 어긋난 비판, 비판을 위한 맹목적 비판까지 용인돼서는 안 된다. 여론을 호도하고, 자칫 집값 불안을 조장할 위험마저 크다.

‘12·16 대책’은 ‘미친 집값’을 잡기 위한 고육책이다. 11월 초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 뒤에도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집값을 잡으려면 신규 수요 차단을 위한 대출 규제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자유시장경제 파괴하는 위헌적 정책”이라고 공격했다. 헌법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문이다. “국가가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헌법 35조 3항)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 적정한 소득 분배 등을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헌법 119조 2항) 이낙연 총리도 쓴소리를 했다. “돈 있는 사람이 특별한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많이 벌고, 그로 인해 절대다수의 국민이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데, 금융기관이 돈까지 빌려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

정부 규제가 반시장적이고 오히려 집값 불안을 자극한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시장과 싸우지 말라는 교훈, 정부는 외면하나”(한국경제) “반시장적 집값 통제”(문화일보) 경기부양을 위해 2014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온 유럽도 집값 폭등으로 몸살 중이다.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등의 집값은 40~50% 폭등했다. 임대료도 덩달아 천정부지다. 급기야 베를린시는 향후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하기로 했다. 12·16 대책을 뛰어넘는 파격 조처다. 한국 보수언론이 “반시장적”이라고 한다면 유럽인들은 뭐라고 할까?

‘공급 확대론’과 ‘시장 자율론’은 보수언론의 단골 메뉴다. “강남 아파트값 잡는 특효처방은 공급확대…부동산을 시장 흐름대로 가게 놔둬야”(중앙일보) 일반 재화는 장기적으로 수요-공급이 일치하는 선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하지만 주택은 수요가 있다고 해서 무한정 공급을 늘릴 수 없다. 부동산 불패 신화까지 가세해 주택을 쇼핑하듯 사 모으는 다주택자도 활개 친다. 11채 이상 ‘집부자’만 4만명에 육박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기세력을 차단하지 않으면 공급을 늘려도 다주택자의 보유만 늘린다”고 말했다. 공급만 늘리고 나머지는 시장 자율에 맡기라는 것은 ‘미친 주장’이다.

‘세금폭탄론’도 빠지지 않는다. “왜 국민에게 세금폭탄 안기나”(조선일보) 국민의 60~80%는 투기 근절을 위한 보유세 인상에 찬성한다. 하지만 솔직히 자기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부담이다. 보수언론은 그 틈을 교묘히 파고든다. 집값이 오르면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한해 재산세 증가율은 30%를 못 넘는데도 세금폭탄이라고 과장한다. 우리의 부동산 실효세율(부동산 가격 대비 보유세 비율)은 2015년 기준 0.16%에 불과하다. 미국은 6배, 일본은 3배를 넘는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종부세는 우리나라 인구의 97.5%와는 관계가 없다”며 “종부세가 중산층에 세금폭탄이라는 것은 보수언론의 조작”이라고 꼬집었다.

집값 안정에는 보수-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과잉 유동성에 따른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우리는 가계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 집값 급등·급락이 모두 재앙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거품 붕괴에서 시작됐다. 개인 및 집단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목적으로 집값 불안을 부추기거나 정책을 흔드는 것은 ‘악마의 선택’이다.

곽정수 ㅣ 논설위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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