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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1 18:06 수정 : 2019.11.22 02:37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피해자가 해당 은행들을 비판하며 피해 구제를 호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피해자가 해당 은행들을 비판하며 피해 구제를 호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독일 국채금리, 미국·영국의 이자율 스와프(CMS) 변동성을 놓고 확률 게임을 하는….’ 금융권에 떠들썩한 소동을 일으킨 지 한참 지났는데도 ‘국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디엘에프)에 대한 설명은 입에 잘 붙질 않는다. 손익 구조와 작동 방식의 복잡성까지 고려하면 판매를 맡았던 은행 쪽에서조차 제대로 이해를 했던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금융소비자에게 적절한 설명을 하지 않고 팔았다는 ‘불완전 판매’ 이전에 은행 직원들의 ‘불완전 이해’의 문제가 먼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디엘에프를 다수에게 팔았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우리·하나은행에 이달 중순 들어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대외 여건 호조로 펀드의 기초자산인 독일 국채금리가 반등하면서 손실률이 줄고 수익을 내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이 흐름대로라면 소비자들이 손해를 입지 않게 될 테니 은행 쪽 또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법하다.

국외금리 흐름의 반전으로 소비자 피해가 줄고 있음은 천만다행이나, 이를 곧 금융회사의 면책 사유로 여길 수는 없는 일이다. 소비자의 손실 여부와 무관하게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의 문제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판 똑같은 금융상품이 한달 만에 ‘100% 손실’에서 ‘2% 수익’으로 바뀌는 양상은 오히려 이 상품의 도박성을 극명하게 보여줄 뿐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조차 이런 속성을 두고 ‘갬블’(도박)이라고 했다.

윤 원장의 말처럼 디엘에프가 갬블이면 그 갬블을 주선한 금융회사는 불법 도박장, ‘하우스’를 차렸다는 말이 된다. 국외금리의 수준을 놓고 내기를 걸게 하고, 은행은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대편에는 외국계 투자은행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판매를 한 은행들은 내기의 결과와 무관하게 수수료를 거둬가게 돼 있다. 수수료 탐욕 앞에서 ‘고객 리스크 관리’라는 금융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외환위기로 만신창이가 된 은행들을 되살려낸 게 사실상 세금인 공적자금이었음을 떠올리면 씁쓸해진다.

‘디엘에프 사태’ 재발 방지책을 발표한 이튿날인 15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대표들을 만난 간담회 뒤 기자들에게 “실내수영장부터 먼저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최소투자액 기준을 높이고,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대책에 볼멘소리 하는 금융권에 대한 해명성 답이었다. 4년 전 사모펀드 규제를 확 풀었던 게 실내수영장도 안 거친 은행을 바다로 내보낸 성급한 조처였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판단은 결국 규제장치의 미비에서 비롯된 사고였다는 것인데, 여기엔 허점이 보여 미심쩍다. 규제를 완화하고 대신 감독을 강화하는 국제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똑같은 규제 환경에서 두 은행만 집중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정 때문이다. 법규의 미비 이전에 규정 미준수 문제가 있었다. 바다로 성급하게 내보낸 것 아닌지도 살펴야겠지만 수영 경기 중 반칙을 일삼은 일을 명확히 따지는 게 더 급하고 중요한 일 아닌가. 더욱이 그 대책이란 게 법령의 정비가 필요해 언제 현실화될지, 액면 그대로 시행될지도 아직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새 규제장치를 마련한다는 ‘수영장 발언’보다 기존 감독 잣대의 엄정한 적용을 암시한 ‘갬블 발언’에 더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디엘에프 사태에서 당장 드러난 것은 일부 은행, 그중에서도 일부의 문제다. 따라서 섣불리 금융권 전체의 신뢰 문제로 연결지을 수는 없다. 두 은행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은행들도 있다. 하지만 일부의 문제에 위기의 싹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경계심은 가져야 할 것 같다. 디엘에프 사태에 이은 ‘라임펀드 환매 사태’라는 또 다른 대형 금융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경기침체 속의 부동산가격 급등, 이와 연결된 가계부채 급증 문제까지 고려할 때 금융감독의 엄정함이 필요한 때다. 디엘에프, 라임 사태에 모두 얽힌 은행을 포괄하는 금융그룹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추진이나 감독기관 출신 인사의 후임 소문이 나도는 일 따위가 금융감독의 헐렁함을 보여주는 정황이 아니길 바란다.

김영배ㅣ논설위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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