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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30 18:26 수정 : 2017.08.30 21:47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탈원전, 최저임금, 대북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들을 놓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론의 장이 펼쳐진다고 상상해 보자. 모든 국민들이 각자 생각하고 따져서 각 이슈에 대한 공론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때 사람들이 한겨레를 포함한 진보 및 보수 신문들의 관련 기사들을 받아들고 정독한다고 하면, 과연 한겨레의 관련 기사들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들에 대해 보수 진영과 보수 언론은 사사건건 공격과 비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겨레는 이런 행태를 비판하는 사설과 칼럼을 많이 썼다. 보수 언론들의 시비 걸기와 악의적인 편파 왜곡을 나무라는 내용의 이런 글들은 충분히 동의, 공감할 수 있고, 통쾌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사설과 칼럼 정도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슈로 떠오른 국정 현안들에 대한 치밀한 비교 분석과 입증을 통해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때로는 서로 다른 접근 방식, 즉 프레임을 놓고 보수 언론과 맞짱을 떠야 하는 상황이다. 한겨레는 이런 치열한 이슈 경쟁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는가?

□ 탈원전 이슈, 정서적 공감, 그러나 이상한 사실관계

탈원전 이슈는 문재인 정부의 현재진행형 갈등 이슈이다. 정남구 논설위원의 칼럼 ‘원자력은 ‘파멸’의 에너지’(8월9일) 등 환경과 인간, 가치 문제로 접근한 한겨레의 글들은 ‘탈원전’에 정서적 공감을 형성하게 만든다. 그러나 원전산업의 국제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공격적으로 반대 주장을 펴고 있는 보수 언론에 대항하는 한겨레의 관련 기사들은 상대적으로 양과 질에서 취약성을 보인다.

8월2일 한겨레는 ‘‘대체 에너지원의 역습’, 미, 원전 2기 건설중단’ 제목의 기사를 1면 머리기사와 3면 상자기사로 크게 실었다. 미국이 건설 중이던 핵발전소 4기 가운데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버질 시 서머 핵발전소 2, 3호 2기의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기사는 “‘원자력 대국’으로 알려진 미국에서조차 핵 발전의 ‘경제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핵발전소 중단 결정을 곧바로 우리나라의 탈원전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들기에는 불충분해 보인다. 핵발전소 2기의 건설 중단의 실제 이유는 공사기간 지연에 따른 공사비 2배 이상 증가와 경쟁 에너지원인 미국 천연가스의 가격 하락 등을 고려할 때 공사를 계속 진행하면 손해만 늘어난다는 시공사인 웨스팅하우스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건설 중단한 서머 핵발전소 2기와 함께 비교적 최근에 건설하기 시작한 조지아주의 보글 3, 4호 2기는 계속 건설중이다. 기사는 결론적으로 이번 공사 중단은 “미국도 신규 건설에 나선다”며 핵발전 진흥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해온 한국 원자력계의 주장이 국제 에너지 시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뜻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관계가 이를 뒷받침하는지는 의문이다.

탈원전 추진에 따른 전력수급 차질 여부도 논쟁이 치열한 사안이다. 한겨레는 12일 1면 ‘원전2기 덜 돌릴 만큼···전력 설비예비율 하향 전망’ 기사와 ‘‘탈원전’ 실현 가능성 보여주는 전력 설비계획’ 사설 등에서 정부의 대책 발표 내용을 보도하고 이를 지지했다. 앞서 8일, 사설 ‘핵발전소 더 짓자고 부풀려온 ‘전력수요 전망’’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핵발전소를 더 건설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력수요 전망을 과장했다는 지적을 했다. 사설을 보면, 과거 정부는 전력 소비가 연평균 2.1~2.2%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실제로는 1.2%밖에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빗나간 잘못된 예측에 기반해 원전 정책을 추진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하지만 이전 정부가 의도적으로 전력수요 전망을 부풀렸으리라는 것은 ‘심증’은 충분히 가지만 ‘확증’은 없다. 미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 추정하느냐에 따라 수요 전망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할 때, 더욱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이전 정부의 ‘꼼수’를 명백히 드러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 문재인 케어 ‘건보료 폭탄’ 논란, 정부 해명 중계 보도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서울 성모병원에서 미용과 성형 수술을 제외한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도록 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한겨레는 10일 1면과 3면 기사 등을 통해 이 내용을 전했다. 이날 야당과 보수 신문들은 대통령의 발표 내용에 대해 재정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곧 정부 부채가 늘어나고 건강보험료(건보료)가 큰 폭으로 오르는 ‘건보료 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하지만 한겨레는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다음날인 11일 8면 ‘‘문재인 케어’는 건보료 폭탄이라고?’ 기사와 ‘여 “건강보험 하나로 충분” 야 “현실성 없다”’ 기사를 통해 재정 문제를 언급했으나, 주로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의존한 보도와 여야 간의 다른 입장과 의견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보수 언론의 ‘건보료 폭탄’ 주장이 과장이라면, 이를 좀더 조목조목 지적하는 기사가 필요했는데도 깊이 있는 분석이 없었다.

15일 ‘김동연 “문재인케어 차질없이 뒷받침”’ 기사(15면)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맞춰 실손보험도 대수술을’ 사설이 추가되었지만, 보수 언론들이 제기한 재정 문제 해결 방안, 건보료 급증 대책, 병원의 비용 부담 전가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 문제 등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되지 못했다.

□ 대통령 보도, 팩트체크, 분석 강화 필요

한겨레는 문재인 대통령의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내용을 18일치 1면에서 4면에 걸쳐 거의 전량 크게 다뤘다. 중간중간에 대통령의 답변 내용에 대해 기자가 해설을 달았지만, 전반적으로 중계보도에 가깝다. 가령 논란이 됐던 “역대 정권을 다 통틀어 가장 균형인사, 탕평인사, 통합적인 인사로 국민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주고 계신다”와 같은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팩트체크 보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텔레비전 생중계로 진행됐던 대국민 보고대회에 대한 한겨레의 총평은 21일 5면 상자기사 제목 ‘280여명 초청 ‘토크쇼’ 같았던 1시간…국민이 묻고 대통령·장관이 답변, 시간제한 탓 깊이는 부족했다는 평’에 압축돼 있다. 하지만 이날의 질의응답은 즉석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전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한겨레는 기사의 끝부분에 “방송이 한창인 시각…방송 대본이 떠돌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사전 각본과 연출에 의한 행사였음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 옳았다. 예전 박근혜 정부 시절의 ‘짜고 치는 청와대 기자회견’을 강력히 비판했던 한겨레의 기존 보도 태도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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