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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26 20:31 수정 : 2017.07.26 21:22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 보수 신문들의 편파, 분열 보도의 재연

요즘 신문들의 대통령 관련 보도를 보면 기시감이 든다. 노무현 대통령 때 그랬다. 이른바 ‘조중동’의 노 대통령을 향한 왜곡, 편파, 공격 보도는 악명이 높았다. 사람들은 그래서 진보, 보수 여러 개의 신문을 봐야 사안의 실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지금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신문 구독률 급락과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보수 신문의 영향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일부 보수 신문들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잠시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더니, 이내 정파와 진영 언론의 고질적인 편파적·공격적 보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새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보수 신문 보도의 문제는 첫째, 반대를 위한 사실의 왜곡과 편파적 짜깁기가 자주 발견되고, 둘째,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 식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비난과 비방, 공격, 냉소와 혐오의 보도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에 관한 조선일보 1면 기사와 사설 제목은 각각 ‘자치경찰제 실시하고 전교조 합법화한다’, ‘선심 국정과제에 178조원, 국민 세금을 물쓰듯’이었다.)

사드 배치, 대북 정책, 4대강 감사, 탈원전, 최저임금 등 갈등적인 이슈일수록 객관적이고 바른 정보, 사회 내 다양한 의견 제공이 언론의 우선적인 규범 역할일진대, 지금 일부 보수 신문들은 정파적 자기주장과 상대방 비난, 공격으로 부당한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시도하고 있고, <한겨레>를 비롯한 진보 신문들은 상반된 입장에서 마치 방어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갈등 사안의 기본적인 사실관계와 진실,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나머지, 편향적인 집단으로 남아 있거나 정치적 냉소와 무관심층으로 떨어지기 쉽다.

<한겨레>의 국가 정책 보도는 정부 입장을 경청,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려는 자세는 좋으나, 이견과 갈등의 지점에서 보수 신문의 편파보도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편파성’을 극복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를 보인다. 일부 사설은 ‘신문이 할 일’을 넘어서 정치 개입과 훈수를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

■ ‘편파’는 객관적이고 다양한 증거 제시로 극복해야

탈원전 정책, 최저임금 등 갈등 사안에 대해 한겨레는 주로 반박 보도와 외부 칼럼 등을 통해 보수 신문의 편파 보도를 비판했다. 14일 26면 김종철 칼럼 ‘원전문제, 누가 결정해야 하나’를 비롯한 외부 칼럼들은 객관적 증거와 예시로 비교적 설득력 있는 비판과 주장을 전개했다. 그러나 객관적 형식을 띤 관련 기사들은 취재원 선택과 자료 인용 과정에서 보수 신문의 편파성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았다.

21일 1면 ‘미·영 “원전 발전단가, 5~8년 뒤 신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싸진다”’ 기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주요국의 발전비용 산정 사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원자로 폐로 비용 포함 여부와 미국, 영국의 지역적 특성 반영 등을 감안할 때 발전 비용 산정의 객관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참고로, 보수 신문들은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에 의뢰한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전혀 다른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 13일치 2면 그린피스 사무총장 인터뷰 기사(‘“탈원전은 기술 아닌 가치 문제, 공론조사 3개월 짧지 않다”’)는 환경 문제를 위해 지속적인 원전 필요성을 주장한 미국 환경운동가를 인터뷰한 보수 신문의 기사와 대조를 이룬다.

18일 8면 ‘최저임금 오르면 고용 위축? 20년간 반박사례 더 많아’ 기사는 1992년 미국 뉴저지 지역 패스트푸드점의 최저임금 인상이 10대들의 고용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연구 결과만을 소개하고 국내 연구 결과들은 엇갈리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국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고용 효과에 관한 유효한 근거를 제공하지 못한 셈이다.

공정 보도로 정평이 난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는 섣불리 ‘공정성’을 내세우지 않고 겸손하게 ‘불편부당성’(impartiality) 원리를 추구한다. 그 과정에서 ‘편파보도’의 문제는 객관적이고 다양한 관점의 증거 제시로 해결하도록 한다. 한겨레는 24일 1면 ‘탈원전 논란, 이것이 팩트다!’ 기사에서야,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대표적인 주장과 보도에 대한 ‘팩트 체크’”에 나서면서 공정보도 노력에 다가서고 있다.

■ ‘정치가 할 일’과 ‘언론이 할 일’

6월30일 사설 ‘김상곤 후보자, 교육개혁 이끌만하다’는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색깔론’을 들이대고 “‘사상검증의 장’을 방불케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청문회 태도를 비판하고 논문 표절 등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가 교육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보인다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설은 야당의 부당한 주장과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한겨레가 나서 김 후보자를 두둔, 변호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임명권자인 청와대가 할 일을 신문이 대신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또한 합리적인 이견들이 있는 상황에서 한겨레의 단정적인 판단과 결론은 과연 민주적이고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8일 사설 ‘추미애 대표의 잇단 ‘강경 발언’ 부적절하다’는 “국민의당 대선조작 게이트는 북풍 조작에 버금가는 것”이라며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추 대표를 향해 시급한 추경예산 국회 통과 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나무라는 훈계와 훈수 성격의 글이다. 추 대표의 발언 시기와 표현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민주당 내부와 청와대가 지적, 비판, 해결할 문제인데, 한겨레가 괜히 나서서 마치 민주당과 청와대가 할 일을 대신하는 듯한 모양이 됐다. 더욱이 사설이 추 대표를 탓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중대한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대선조작 사건과 이에 대한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룬다는 오해를 샀다. 한겨레 사설이 그동안 선거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하여 특검과 연계하자는 국민의당의 파렴치한 주장을 비판하고, 안철수 후보의 책임 문제를 강하게 제기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설은 없느니만 못했다.

■ 겸손한 언론! 되기를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호주 정치학자 존 킨은 최근 국내 출판된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에서 2천년 역사에서 명멸했던 지구촌 민주주의 역사를 추적한 뒤 다음과 같이 통찰하고 있다. “민주적 이상은 언제 어디서나 겸손한 자들의, 겸손한 자들에 의한, 겸손한 자들을 위한 통치이다.” 문재인 정부로의 정권 교체 이후 다시 분열 정치, 편파 언론 징후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지금, <한겨레> 신문이 먼저 ‘편파’를 극복하고 겸손한 언론으로 거듭나는 길을 모색하기를 바란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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