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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4 17:57 수정 : 2007.04.26 18:53

김형태 변호사

시민편집인

오랜만에 전철을 탔다. 낮이어서 더 그랬을 게다. 하릴없이 시간이나 때우는 노인들, 고단한 삶에 밀려다니는 후줄근한 옷차림과 표정들로 전철 안은 우중충했다. 넥타이 맨 번듯한 이들은 찾기 어려웠다. 자기 차들이 있을 테니. 중산층이 크게 줄어 일부만 상층으로 가고 대부분은 하층계급으로 양극화되었다는 최근 통계 그대로였다. 남양주에서 중개업하는 친구 말로는 작은 가게들 상당수가 텅 비어 있단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대형마트에 밀려 지방 재래시장까지도 모조리 문을 닫고 있다. 그래도 대통령은 ‘경쟁, 효율’만이 살 길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인다.

헌법 제119조는 대통령, 장관, 협상 실무자들에게 이렇게 명령하고 있다.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라.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라.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하라. 요컨대 ‘경쟁과 효율’만 내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자동차회사를 위해 농민을 죽게 만드는 정책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헌법 위반은 이미 오래 전 시작되었다. 헌법 제5조에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전쟁을 부인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웃 나라를 쳐들어간 것도 아니고 대량살상무기도 존재하지 않는 이라크를 침략한 미국의 전쟁에 국군을 파병한 것 역시 탄핵소추감이다. 먹고살기 위해 미국 눈치를 보아야 한다 해도 헌법상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중대한 헌법위반은 또 있다. 진보와 경제민주화, 서민을 표방하여 당선된 대통령이 반대편인 보수와 대기업, 상층을 지지하는 정당에 정권을 넘겨주겠다거나 연정을 하겠다는 시도가 그것이다. 정치가 다양한 이념과 이해관계,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라 해도 권력을 상대방에 넘기는 것은 헌법과 국민의 뜻을 저버린 행위요 권력을 개인의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공약 차원으로 넘어가도 문제는 심각하다. 사립학교 개방형 이사제를 원점으로 돌린 열린우리당을 보면서 그동안 치른 사회적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시작을 하지 않았던 편이 차라리 나았다. 여당이 과반수를 넘던 시절, 사실상 사문화되어가던 국가보안법 하나를 처리하지 못한 데서 이미 그 조짐이 보였다.

현정권은 역사가 아닌 제 손으로 제 업적을 평가하겠다고 나섰다. 조선왕조 시대에도 없던 일이다. 대통령기념관 건립 이야기도 나온다. 참으로 씩씩하다. 바야흐로 권력을 향해 많은 이들이 미쳐 돌아가는 대선정국의 시작이다. 여론조사 결과나 대권후보 동향보고에 끌려다니는 보도는 그만둘 일이다. 대통령이 내세웠던 공약은 수백가지다. 그 한 예로 엊그제 ‘왜냐면’에 실린 보건교과 설치도 들어있다. 2003년 보건교과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유엔에 공식보고까지 했던 사안인데 다른 공약들처럼 관료들의 벽에 막혀 있다. 〈한겨레〉는 연중 기획으로 공약 하나하나에 대해 관련자 및 전문가와 함께 이행 여부와 안 된 이유 등을 낱낱이 살피고 대안을 챙겨보자. 공약이 그저 선거 때 표 모으는 수단으로 끝나지 않도록 사후 평가와 대안제시를 통해 후임자에게 승계가 이루어지도록 하자. 현 대통령의 헌법과 공약 준수에 대한 평가는 대안을 만드는 기초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잣대는 분명하다. 저 우중충한 전철 속의 약자들과 서민의 이익.

김형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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