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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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편집인칼럼
10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100년 후에도 그럴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 소란스럽고 그 속에 있는 이들은 늘 괴롭다. 불가에서는 탐(貪) 진(嗔) 치(痴)에서 원인을 찾는다. 가만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다. ‘진’은 성냄보다는 강한 자기 주장으로 새기는 것이 더 맞아 보인다. 신이 있느냐 없느냐, 진보가 옳으냐 보수가 옳으냐? 싸움의 대부분이 강한 자기 주장에서 비롯된다. 욕심이나 어리석음은 비교적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서 사람들은 보통 이를 감추려 한다. 그런데 진(嗔), 글자풀이로 ‘진리(眞)를 떠드는(口)’데는 객관적 잣대가 없다. 그래서 유사 이래 돈을 둘러싼 싸움보다 종교전쟁이 훨씬 더 잔인했고 결론이 나질 않았다. 오래 전 검사시보를 할 때 몇 달 만에 전철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이 다 죄수로 보였다. 그 길로 나갔더라면 눈매는 매서워지고 주변 사람들은 내심으로 나를 피했을 것이다. 수십년 그 길에 있으면서도 따뜻한 마음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닌 친구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어떤 행위가 사기인지 아닌지,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이분법적으로 딱 잘라내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그래도 그 일을 해야 하는 검사에게 그 직분은 개인적으로 십자가다. 무엇이 진실인지를 외쳐야 하는 기자도 그렇다. 강한 자기 주장(嗔)을 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성직자·교수·법조인·기자처럼 남들을 가르치고 판단하는 이들이 오히려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서민 대중과 약자를 위한다는 ‘공익 깃발’을 높이 든 <한겨레> 역시 더욱 치열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3월 신학기, 대학 사회의 폭력 신고식을 <한겨레>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한 것은 잘된 일이다. 선후배 사이 억압적 위계질서를 대물림하는 현상은 군대나 직장·학교·운동선수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잘못된 전통이다. 이번 연속 보도가 상당한 경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번 인천전문대 신입생 신고식 보도는 그동안 쌓은 공을 다 까먹는 절제 잃은 기사였다. 우선 신문 1면에 ‘팬티만 걸친 엽기적인’ 모습으로 경례를 하는 사진과 ‘거의 팬티까지 벗은 모습으로 단체로 춤을 추는’ 사진을 실은 것은 보도윤리에 어긋난다. 독자들에게 수치심과 혐오감을 불러일으켰고 사진 속 어린 학생들의 인권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시민편집인으로서 독자들과 관련 학생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 그 신고식은 이번 신학기가 아니라 1년 전의 일이다. 기사에서 이를 밝히기는 했지만 2007년 실태보도에 이어진 것이어서 많은 독자들이 이번에 일어난 일로 착각했을 것이다. 1년 전 사진을 이번에 새삼스레 보도한 것은 적절치 않다. 팬티바람에 경례를 하거나 춤을 춘 것은 선배들의 강압이라기보다는 흥을 돋우려고 스스로 그랬다는 것이 당사자들 주장이다. 개인의 의사가 무시당한 채 집단 속에서 괴로워했을 제보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한겨레>가 관련자들을 충분히 취재하지 않고 반론형식으로 몇 줄 써 준 것은 폭력 신고식과 성희롱이라는 기존 보도틀에 맞추려는 무리수였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당사자들의 반론이 있자 “반성 없는 새내기 폭력 신고식” 이라는 기사를 다시 실은 것은 지면을 가진 <한겨레>의 횡포라는 질책이 나와도 할말이 없겠다. 품격 있는 <한겨레>를 기대한다. 김형태/변호사 ................................................................................................................시민편집인과 독자권익위원회는 명예훼손 등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예방과 자율적 구제를 위해 일하고, 시민을 대표해 신문제작에 관한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입니다. 한겨레 편집방향 등에 대한 따끔한 비판도 시민편집인의 몫입니다. 한겨레의 정확하지 못한 기사로 불편을 겪으셨거나, 한겨레 편집방향 등에 의견을 전하실 분은 연락해 주십시오. 시민편집인과 독자권익위원회가 여러분의 입과 손발이 되겠습니다. 또 보내주신 의견 가운데 선정된 내용은 시민편집인이 직접 답변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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