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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0 17:59 수정 : 2007.04.16 18:30

김형태/변호사

시민편집인칼럼

두 달 남짓 시민의 눈으로 〈한겨레〉의 내부를 들여다봤다. 시민편집인 자리가 참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문장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가 하면 부정확하거나 핵심을 잡지 못하고 깊이가 없는 기사들도 보인다. 꼭 실어야 할 기사가 빠진 경우도 있다. 만일 내가 데스크나 팀장이라면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을 내 주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뛰어다니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런 대목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시민편집인의 할 일일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당사자에게 커다란 상처가 될 수 있겠고 문제점의 대안 제시가 아직은 벅차다.

기사의 방향성은 둘째치고 문장이나 기사의 기본이 갖추어지지 않은 글들이 가끔 실리는 것은 사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편집국장이 자주 바뀌는 현 구조에도 한 원인이 있겠다. 어디를 막론하고 합리적 위계질서는 조직이 원활하게 굴러가게 하는 근본 뼈대가 된다. 사장이 경영의 중심을 확실히 틀어쥐고 편집국장, 데스크, 팀장, 부원으로 이어지는 위계질서 속에서 각자의 소임과 책임을 분명히해야 정확하고 깊이 있는 질 좋은 신문이 나올 수 있다. 기사의 질, 정확성, 깊이는 구성원들의 ‘민주적 합의’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현재 한겨레는 오히려 ‘민주적 합의’를 둘러싼 갈등에 역량을 소모하느라 기사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한겨레는 다른 신문보다 열성적이고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제보자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음에도 기사는 제보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 왔다. 주는 떡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어찌 보면 기자로서 매우 부끄러운 평을 더는 듣지 않으려면 구성원 개개인들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한겨레 내부 게시판에 들어가 보고 느낀 실망도 크다. 민주적 언로를 보장하려 실명을 쓰지 않는 것은 일단 그렇다 치자. 익명의 그늘 속에서 오가는 일부 대화들은 일반 포털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사실에 바탕을 두고 논리를 전개하기보다는 분파와 음모론에 기댄 인신 공격성 글들이 내부 게시판에 버젓이 오르는 현실을 독자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동의 관심사를 이야기 하려면 제 이름을 밝히고 자기 글에 책임을 지는 것이 좋겠다. 그 글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쓰는 글이어야 공익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자격과 내용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을 겸하고 있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한겨레는 창간 때부터 주주나 노조 모두 이윤 추구나 높은 월급보다는 약자, 서민 대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질 높은 신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

그렇더라도 노조와 주주는 각자 그 추구하는 목표와 접근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경영자는 효율성을, 노조는 근로조건 향상을 추구한다. 그런데 노조가 우리사주를 겸할 경우 사안에 따라서는 모순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우리사주조합은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합리적 위계질서를 세우고 때에 따라서 구조조정, 임금 동결 등을 주장해야 한다. 반면에 노조는 이런 시도를 합리적으로 견제해서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노조와 주주를 두루 위한다면 이 두 입장은 분리되는 것이 마땅하다.

경영진과 노조한테 두루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기대한다.

김형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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