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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07 17:23 수정 : 2006.11.07 17:23

홍세화

시민편집인칼럼

치솟는 집값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부모 도움 없이는 평생 월세를 벗어날 수 없는 사회다. 야만적인 교육과정에 시달린 뒤 취업 전선에서 그나마 성공한 젊은이가 일 년에 버는 돈이 기껏해야 3천만원이다. 그에게 이 사회는 하루아침에 집값이 5천만 원, 1억원 오르는 또 하나의 야만을 약속한다.

나라 안 모든 매체가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두고 총공격에 나섰다. <한겨레>의 목소리는 건강하다. 한 사람이 1083채, 819채를 소유하고 있다고 폭로하지만, “공공성의 가치는 신성시된 사유재산권을 넘어설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치열하게 밀고나가지는 않는다. 부동산 사태와 관련하여 한겨레에서 치열성을 느끼지 못한 것은 나만의 일일까. 치열성이 없는 곳에 전망이 보이지 않고, 전망이 없는 곳에 패배주의가 자리잡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성의 가치는 “삼성공화국”, “도박공화국”. “부패공화국”(한겨레만이라도 이런 말은 쓰지 말자)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공화국의 의미 자체가 실종되었기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닌가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죠!”라는 주장 앞에 백기를 들어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를 옥죄어왔던 ‘레드 콤플렉스’로부터 놓여난 듯했다. 그러나 관성은 사람들의 의식을 쉽게 놓지 않는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대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가 그 한 사례다. ‘교육의 공공성’, ‘의료의 공공성’이란 주장은 “무슨 돈으로 그 많은 사람들을 다 공짜로 해 주느냐?”라는 한 마디 앞에서 무력화된다. 토지 공개념도 마찬가지다. 시장논리에 반대된다는 이유로 그것은 불온한 사상이 되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서 공익적 가치의 실현은 그 수혜 당사자들인 다수의 방관 속에 소수 사익추구 집단의 강력한 저항을 받아 왔다.

한겨레는 가령 미국의 텃밭이었던 남미에 줄줄이 좌파정권이 들어서는데 우리나라엔 그런 전망이 보이지 않는 이유와 배경에 대해 독자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는가? 애당초 관심이 부족한 게 아닐까? 한겨레가 레드 콤플렉스에선 벗어났는지 몰라도 그것이 가로막았던 공공성의 가치 실현과 정치세력에 대해선 소홀한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유럽의 좌우파 정당이 중앙 수렴현상을 보인 지 오래다. 현실 사회주의가 사라진 뒤 ‘좌파’ 정치세력은 좌파라는 착지점 때문에 오히려 우경화 정책을 펴는 데 거침이 없을 수 있다면, ‘우파’는 우파라는 레테르 때문에 우경화 정책을 펴는 데 주춤하기 때문이다. 최근 스웨덴에 중도우파 정권이 들어섰을 때, 그것이 한국의 ‘하이에나’, ‘파블로프의 개’ 같은 수구신문들에겐 큰 차이를 가져오는 양 부각되지만, 정작 스웨덴 민중들에겐 별 차이가 없다. 그 사회는 사회 공공성이 실종된 채 보수정치 세력만 주류인 한국사회와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도 한겨레는 보수 정치인들의 거동에 지면을 할애한다. 독자는 어느 정치인이 누구와 만났는지 알아야 하지만, 그들의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비정규직, 이라크 파병 자이툰에 대한 견해, 교육정책, 주택정책, 조세정책 얘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왜? 그들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묻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차별성이 있는 것들, 예컨대 대북정책, 지역정당 논의 등은 그들이 현실 정치인임을 확인해주는 정치공학 게임으로 끝난다.

한겨레 스스로 ‘진보’라고 규정한 착지점이 오른쪽으로 일방통행하는 기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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