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31 17:30
수정 : 2006.10.31 17:30
편집국에서독자에게
1980년대 중반 <토요일은 밤이 좋아>란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토요일 밤은 직장인들이 다음날 출근하는 부담 없이 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요즘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다면 제목을 <금요일은 밤이 좋아>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주 5일제로 휴일 전날이 토요일에서 금요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주 5일제가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독자들의 생활 양상과 관심이 바뀜에 따라 신문 구독 습관도 달라졌습니다. 신문사들은 주말 지면을 새롭게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주말판에는 영화, 여행, 취미, 웰빙 같은 말랑말랑한 기사들이 주로 실립니다. ‘노는 토요일’을 강조하는 다른 신문 주말판과 달리 한겨레는 지난해 5월 ‘책·지성 섹션’인 ‘18.0’를 냈습니다. 두뇌활동에 가장 적합한 온도인 18도란 섹션 이름처럼, 한겨레는 그동안 차분한 주말을 강조했습니다.
외국 신문들도 주말판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은 토요일치 주말판 ‘위크엔드 저널’을 만들었습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자기들의 주말판만 보면 한 주를 정리하고 다음주 흐름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나라 안팎에서 주말판이 확대되는 데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습니다. 바쁜 독자들이 그나마 느긋하게 신문을 손에 쥐고 찬찬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주말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 인터넷과 방송에서 뉴스를 찾고 신문을 외면하는 젊은 층을 독자로 끌어오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 신문업계에서는 주말판 경쟁이 불붙었습니다. 신문사마다 기존 주말판을 그냥 확대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매체’ 수준의 주말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자사의 기준에서 차별화된 주말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아일보>도 여섯 달째 주말판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13일부터 토요일치에 ‘위클리 비즈’란 경제섹션을 내고 있습니다.
<한겨레>도 내부적으로 주말판을 꾸준히 검토해 왔습니다. 사실상 새 주간지 창간 개념인 주말판 경쟁에서 <한겨레>는 설비와 돈 같은 하드웨어만 보면 경쟁지들보다 나을 게 없습니다. 그러나 남들이 갖지 못한 ‘성공의 경험’이 있습니다. 1994년 <한겨레21>이 세상에 나왔을 때 ‘과연 그게 잘 될까’란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한겨레21>은 ‘전혀 다른 시사주간지’를 내세워 이런 걱정을 깨끗하게 날려버렸습니다. 주말판 준비팀장을 맡은 고경태 전 한겨레21 편집장은 “폼 나고 새롭고 재미있는 지면으로 독자의 주말을 책임지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습니다.
권혁철 편집기획팀장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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