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독자에게
지난 초여름이었습니다. 〈중앙일보〉에서 눈에 띄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엘지전자 에어컨 광고였는데, 좌우 두 면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광고였습니다. 카피도 ‘길~ 어진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이 광고를 보면서 “얼마 안 있어 우리 신문에도 이 광고가 실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기억납니다. 어제 〈한겨레〉 16~17면에 비슷한 광고가 실렸습니다. 초가을이라 에어컨은 아니었고, 삼성물산의 아파트 래미안 광고였습니다. 카피는 ‘와이드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전경’이었습니다. 광고업계에선 이런 광고를 ‘부양(浮揚)’ 광고라고 부릅니다. 광고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인 지면 하단에서 위로 떴다는 얘기입니다. 영어로 ‘센터 스프레드’ 광고라고도 하더군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신문 광고는 으레 지면 아래의 5단 광고였습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지면을 전방위적으로 파고드는 각종 ‘변형 광고’들이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미 눈치채셨을 텐데, 변형 광고는 일반 광고보다 광고료가 비쌉니다. 기사가 들어갈 자리에 광고가 배치돼 주목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변형 광고는 독자의 기사 읽기를 방해해,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신문사들이 변형 광고를 실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광고에 대한 경영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신문 광고 시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신문사의 경우 지난해 신문 광고 매출이 신문 판매액의 5배 정도 됐습니다. 다른 곳들도 사정이 비슷할 겁니다. 그런데 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를 보면, 신문 광고 시장 규모는 2000년 2조1214억원에서 2005년 1조6724억원으로 5년 새 20% 넘게 줄었습니다.
안재승 편집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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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더, 신문 시장이 정상화하려면 독자 여러분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1면 머릿기사 자리를 광고에 넘겨주는 날이 와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안재승 편집기획팀장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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