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시민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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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편집인칼럼
괴물적 사회라고 할 만하다. 한강에 ‘괴물’이 등장해 3주 만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더니, 한국사회엔 탈법·불법·비리의 ‘바다 이야기’라는 괴물이 등장해 출렁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사행성 게임에 빠진 사회상과 패가망신한 피해자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겨레>는 일찍부터 성인오락실 폐해의 심각성을 제기해 왔는데, 이를 통해 서민들의 삶과 사회가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 그 실상을 보여주는 데는 부족했다. 한겨레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수준에도 못미치는 ‘소 잃고 외양간 부수기’의 양상인 여야 정치 게임이나 문화부-영등위 책임 공방을 따라가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사행성 게임 중독에 빠지게 된 배경과 이유를 사회문화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치유할 방안과 대책을 내놔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도둑이 들려니 개도 안 짖더라”고 술회했다지만, 이번 사태가 행정 당국의 정책입안 과정과 감독상의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때, 도둑맞은 피해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며 한국사회다. 그 일차적 책임은 행정 당국에 있지만 국회도 이번 사태를 낳게 한 공범자다. 그들 뒤에 이 사회를 지배하는 물신이 도사렸다. 정부에서건 국회에서건, 여당에서건 야당에서건 “게임산업을 규제하면 정보기술(IT) 산업 진흥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주장 앞에서 다른 소리는 잦아들어야 했다. 주류언론은 물론, ‘대학은 산업’이라는 주장에 맞서 ‘짖을’ 줄 몰랐던 대학까지 모두 “게임산업도 산업”이라고 주장한 편과 한통속 아닌가? 말하자면, 이땅의 ‘입’들은 ‘돈벌이’ 논리 앞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선 안 되는 것이다. 황우석의 장밋빛 전망 앞에서 그랬듯이,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 앞에서 그렇듯이. 본디 경제란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 구성원과 사회를 위한 것인데, 경제 지상주의에 빠지면 그것이 인간과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바다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겨주어야 할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오늘 위정자들은 개혁을 말하지만 진정한 개혁에는 그에 따른 새로운 문화창출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할 만큼 경제 유일사상에 빠져 있다. 한겨레는 올바른 사회의 파수꾼으로서 ‘짖었고’ 지금도 ‘짖는다.’ 다만 영향력이 크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최근 한국기자협회가 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신뢰도에서 한겨레가 15%로 1위를 차지했다. 300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신뢰 언론사가 없다고 말한 기자가 45%나 될 정도로 한국 언론사들은 기자들에게서도 신뢰받고 있지 못하다. 이 점이 아니더라도 한겨레가 고급지 전략을 고민하면서 신뢰를 그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바라본 것은 백번 옳다. 그리고 신뢰받는 언론의 일차적 조건이 <르몽드> 창설자의 말처럼 “진실, 진실, 그리고 또 진실”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그 진실을 어떤 사회문화적, 철학적 시각으로 바라보느냐가 또한 중요하다. 한국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 몰상식한 시회이며 물신에 찌든 괴물적 사회다. 그 위에 공격적 뻔뻔스러움이 번득이는 몰염치한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신뢰받는 언론의 조건은 ‘진실과 불편부당의 결합’이 아니라, ‘진실과 올바른 철학의 결합’에서 비롯될 것이다. 요컨대, 내공의 깊이와 진정성, 그리고 치열성에 있다. 홍세화 시민 편집인 ................................................................................................................시민편집인과 독자권익위원회는 명예훼손 등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예방과 자율적 구제를 위해 일하고, 시민을 대표해 신문제작에 관한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입니다. 한겨레 편집방향 등에 대한 따끔한 비판도 시민편집인의 몫입니다. 한겨레의 정확하지 못한 기사로 불편을 겪으셨거나, 한겨레 편집방향 등에 의견을 전하실 분은 연락해 주십시오. 시민편집인과 독자권익위원회가 여러분의 입과 손발이 되겠습니다. 또 보내주신 의견 가운데 선정된 내용은 시민편집인이 직접 답변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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