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8.15 21:14 수정 : 2006.08.15 21:14

홍세화 시민 편집인

시민편집인칼럼

〈한겨레〉 지면의 사회부문과 경제부문의 비대칭성을 지적하고 ‘한겨레의 초심’의 행방을 물으면서 시작된 시민편집인 칼럼은 지금껏 한겨레 지면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노동 면은 여전히 없는 채이고, 다양하게 새끼를 친 경제 관련 지면은 지속하고 있다. 이미 지적한 바 있듯이, 한겨레 지면은 나에게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사회변화 역량들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도, 굴종을 강요당한 노동자들의 분노와 저항의 몸짓도 느끼게 하지 않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특집은 〈한겨레 21〉이 대신해주었던 반면에, 광고면 확보를 위한 각종 특집은 멈출 것 같지 않다. 한겨레 사설이 ‘2%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하루 세 가지 사설’ 기조는 그대로인 채, 사설당 평균 여섯 줄 정도의 분량이 늘어났는데, 이 작은 변화도 칼럼이 나오기 전에 이미 예정돼 있었던 일이다.

결국 시민편집인 칼럼은 한겨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수용한다는 알리바이용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하다. 이는 한겨레의 정체성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게 하는데, 문제는 그것이 한겨레 구성원들의 가치관이나 이념적 지향의 차이나 한계에서 온 것이라기보다 한겨레가 처한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있다.

‘20 대 80의 사회’라고 누구나 말한다. 또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 ‘민주정치 제도’가 대한민국 정체성의 일부로 규정돼 있다. ‘20:80의 사회’를 민주정치 제도에 적용하면, ‘80’에게 정치적 지배력이 귀속된다는 게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전제한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 그것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오늘날 남미의 변화를 전망하지 못하게 만드는 대중의 자기배반에 대해서 한겨레는 정확한 인식에 터 잡은 분석과 비판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20:80은 사회 양극화의 지표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한계상황의 생존임에도 운영 비용의 80% 가까이 광고에 의존해야 하는 한겨레의 현실은 정체성을 “한국사회에 한겨레 같은 신문도 있을 만하지”라는 자본의 아량과, 한겨레의 비판적 논조를 빌미로 예정된 협찬을 취소하는 자본의 칼날 사이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게 한다. 한겨레는 국민주로 탄생했지만, 탄생과 지속적 생존은 별개의 문제다. 다시 말해, 신문대금이 아니라 광고료로 운영비용의 절대 부문을 충당해야 하는 신문시장 현실이 한겨레 정체성 확립에 상시적 억압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사회가 시장경제 사회에 머물지 않고 시장(전체주의) 사회로 나아간다고 할 때 그 전망은 더욱 어둡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가령 한겨레 정체성을 ‘중도좌파’라거나 ‘중도우파’라거나 또는 ‘개량’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더 중요한 점은 한겨레가 주간지나 월간지가 아니라 일간지라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의 일간지 중에서는 어쨌거나 가장 왼쪽에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한국사회는 한겨레라는 일간지를 어느 지점에서 지속 가능하게 하는가” 하는 물음이 한겨레 구성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겨레 비판에는 왜곡의 극에 이른 일간지 신문시장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함께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겨레 출신이라는 아우라가 나중에 정치권력이 제공하는 괜찮은 자리를 차지하는 발판이 되는 것을 용납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말이다. 한겨레는 이래저래 한국사회 건강성의 정확한 지표다.

홍세화 시민 편집인

................................................................................................................


시민편집인과 독자권익위원회는 명예훼손 등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예방과 자율적 구제를 위해 일하고, 시민을 대표해 신문제작에 관한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입니다. 한겨레 편집방향 등에 대한 따끔한 비판도 시민편집인의 몫입니다. 한겨레의 정확하지 못한 기사로 불편을 겪으셨거나, 한겨레 편집방향 등에 의견을 전하실 분은 연락해 주십시오. 시민편집인과 독자권익위원회가 여러분의 입과 손발이 되겠습니다. 또 보내주신 의견 가운데 선정된 내용은 시민편집인이 직접 답변도 드립니다.
시민편집인에게 의견보내기 | 02-710-0698
* <한겨레> 시민편집인이란 무엇인가요?
* 외국에도 시민편집인 제도가 있나요?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시민편집인의 눈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