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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3 19:12 수정 : 2006.06.14 13:57

편집국에서독자에게

월드컵 방송 때문에 방송 3사가 신문들한테 두들겨맞고 있다.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다. 종일 월드컵 방송만 틀어대니 비판받을 만하다. 뻔히 욕먹을 줄 알면서도 방송사들이 이처럼 흥분하고 있는 데는 드러내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자료를 보면, 방송 3사가 독일 월드컵에 중계권료와 제작비로 들인 비용은 모두 합쳐 약 500억원에 이른다. 광고로 ‘500억원+α’의 수입을 올려야 한다. 밤 10시에 열린 한국-토고전의 광고료는 15초당 2500만원이었다. 1천만원 안팎인 평일 같은 시간대 광고료의 두 배 반이다. 새벽 4시에 열린 프랑스-스위스전도 1500만원이 넘었다. 평소라면 방송이 끝난 시간이다.

〈한겨레〉도 이번 월드컵을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다룰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편집회의에서 여러차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광고 때문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 신문사는 월드컵 광고 특수가 거의 없다. 광고주에게 월드컵 같은 영상용 이벤트는 방송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상대적으로 광고에서 자유로운 셈이다.

고민거리는 보도의 균형감이었다.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월드컵이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신문은 독자의 관심을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 현안들을 월드컵에 묻어버리는 것도 언론의 도리가 아니다.

그래서 월드컵 개막 하루 전부터 스포츠면을 두 면에서 네 면으로 늘리고 우리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은 관련 기사들을 종합면에 배치하되,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이나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문제 같은 현안들은 월드컵과 관계없이 평소처럼 비중있게 다루기로 했다. 그럼에도 경쟁지들이 월드컵 섹션을 따로 발행한다거나 독일로 8명의 기자를 보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우리가 월드컵에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독자들의 생각이 우리의 판단과 비슷했다. 지난 한주 동안 〈인터넷 한겨레〉의 독자 투고란에 오른 13건의 월드컵 관련 글들은 1건만 빼고 모두 ‘월드컵 과열’을 걱정했다. “월드컵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온 나라가 야단법석을 떠는 것을 보면 ‘과유불급’이라는 선인들의 말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김범태 독자) “축제는 축제일 뿐이다.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현실을 잊거나 어려운 이들의 고통을 감추려 해서는 안 된다.”(임혜송 독자) “2002 월드컵 때 스포츠면을 보느라 신문 읽는 습관을 익힌 아들 녀석이 이젠 신문을 보면서 세상엔 축구 말고도 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쁘다.”(김선호 독자) 등등 ….

안재승 편집기획팀장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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