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편집국에서독자에게] 오탈자 없는 신문, 노력하겠습니다 |
지난주 한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늘 신문 13면 ‘이색 선거운동’ 기사에 ‘굴착기를 타고 다니며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고 나와 있는데, 굴삭기를 잘못 쓴 거 아닙니까?” 전에도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기에 자신있게 답변했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 국어대사전〉을 보면, 굴삭기와 굴착기는 같은 말이며 일본식 한자어인 굴삭기를 굴착기로 순화해서 쓰라고 돼 있습니다.” 그러자 독자는 “그렇지 않은데, 굴삭기와 굴착기는 서로 다른 기계예요”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독자의 말도 맞았다. 국립국어원도 한국기계공업협회의 지적을 받고 굴삭기와 굴착기 두 종류의 기계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던 것이다. 굴착기는 주로 땅이나 암석을 뚫는 기계이고, 흔히 ‘포클레인’으로 부르는 굴삭기는 땅을 파내는 기계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기계에 따라 좀더 쓰임새가 구별되는 이름이 필요하므로 새롭게 하나 더 지어 다음 개정판(2007년)을 낼 때 수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굴삭기’는 일본식 한자말이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적절한 단어를 찾고 있으며, 이 때까지는 ‘굴착기’로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주신 오성환 독자님께 감사드린다.
이처럼 독자들은 신문을 읽으면서 기사의 내용뿐 아니라 표기가 정확한지도 유심히 보고 있다.
기자들이 글쓰기 훈련이나 맞춤법 교육을 많이 받지만 그래도 종종 틀리는 단어들이 있는데, 독자들은 이를 어김없이 집어낸다. 김성만 독자님은 “5월8일치 20면 ‘가신이의 발자취’에 ‘스스로를 존경하라’고 나와 있는데, 부사인 ‘스스로’에 조사를 붙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모두’와 ‘너무’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또 조재형 독자님은 “신문에서 흔히 ‘결실을 맺다’를 쓰는데, ‘열매를 맺음’을 뜻하는 ‘결실’과 ‘맺다’를 함께 쓰면 뜻히 겹친다”고 바로잡아 주었다.
오자나 탈자 같은 단순한 실수도 독자들의 지적을 자주 받는다. 오·탈자를 내지 않으려고 취재기자가 기사 작성 단계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팀장이나 편집장이 데스크를 보면서 다시 확인하고, 편집기자와 교열기자가 마지막 단계에서 거르지만, 완벽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창간독자 이상권 독자님은 신문을 보면서 발견한 오·탈자들을 1년치씩 모아 ‘오·탈자 일지’로 정리해 편지로 보내준다. 지난 18일에도 편지가 왔다.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오·탈자들을 모아놓은 이 편지엔 “오자 때문에 기사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자 없는 신문 발행을 청원합니다”라는 당부가 함께 적혀 있다.
모두 눈물겹도록 고마우신 분들이다. 더 분발해 기사 내용뿐 아니라 표기에서도 정확한 신문을 만들도록 하겠다.
안재승 편집기획팀장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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