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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0 19:42 수정 : 2006.06.09 15:04

홍세화 시민 편집인

홍세화의 시민편집인 칼럼

〈한겨레〉의 초심은 오늘 지면 어디에 남아 있을까? 가령 한국 신문들은 ‘주택’면이 없는 대신 모두 ‘부동산’면을 두고 있다. 한겨레도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 재테크의 수단이 된 한국 사회를 반영한다고 하겠지만, 적어도 한겨레는 초심이 살아 있다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조건인 주거 공간을 부동산으로 한정할 수 없다. 하다 못해 부동산 사업을 주로 하는 주택공사도 이름만큼은 부동산공사가 아니라 주택공사다.

우리나라가 부동산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주택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도 철학과 의지 부족으로 주택 ‘정책’이 없으니 계속 부동산 ‘대책’만 내놓는 것이다. 한겨레는 주택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의제화하지 못한 채 정책 부재가 부른 부동산 사태를 추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한다. 최근 한나라당의 홍준표 서울시장 후보 경선자가 말한 토지임대 정책과 열린우리당이 발표한 임대주택 정책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이를 받아쓰기만 했을 뿐 그 가능성을 전망하거나 분석한 기사를 내놓지 못했다. 가령 독일의 사회주택 제도나 1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지자체가 전체 주택의 20%를 낮은 임대료 주택(HLM)으로 건설해야 하는 프랑스의 주택정책 등을 소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한겨레에서 초심을 찾기 어려운 점은 경제면과 사회면의 불균형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경제와 사회의 균형은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며, 소비자와 시민 사이의 균형이다. 정부 부처도 사회부문과 경제부문은 서로 긴장하며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한겨레의 사회부문 기사는 사회면뿐인 데 반해, 경제 기사는 경제면뿐만 아니라 자동차, 재테크, 부동산, 소비생활, 글로벌기업, 증권에다 ‘기업시민’이라는 알쏭달쏭한 면까지 있다. 이를테면, 사회부문은 ‘노동’이 한 면도 없을 만큼 위축되어 있는 반면, 경제 기사는 새끼를 쳐 특화된 면이 한둘이 아니다.

2월7일치 신문은 이러한 불균형이 어떤 몰골을 빚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예가 될 것이다. 16면 경제면에는 ‘사브 새 차들 첫선’이라는 설명과 함께 큼직한 자동차 사진이 실렸다. 외제 신차에 기대거나 올라 탄 젊은 여성의 모습을 본 독자는 다시 19면 재테크 다음 면인 20면 자동차 면에서 큼직한 사진이 실린 자동차 관련 기사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20면이 자동차 관련 기사로 채워진 한편, 12면 사회면에서는 ‘민주노총 비정규직법 처리 강행 땐 총파업’이라는 제목과 함께 예의 ‘단결’ ‘투쟁’의 머리띠를 두른 민주노총 임원선거 입후보자들의 사진이 실려 있다. 독자는 그 입후보자들이 어떤 차별성을 갖고 민주노총 임원선거에 임했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대신 모두 투쟁 일변도라는 기존의 인식을 확인할 뿐이다.

언제부턴가, 한겨레는 노동운동을 비롯한 시민사회 운동 관련 기사를 사진으로 대신하는 데 익숙해졌다. 자동차, 재테크 면을 채우다 보니 더욱 부족해진 지면 상황에서 시민사회 활력소들을 소개할 지면도 인원도 부족해 관련 사안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기사를 쓰기 어렵다면 차라리 사진도 싣지 않는 편이 낫다. 사진은 과정을 보여주지 않은 채 최후의 갈등과 투쟁 모습을 담기 쉬우니만큼 독자들에게 사회 변화 동력들을 투쟁 일변도의 이미지로만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한겨레가 사회변화 동력들에게 보내는 눈길은 자동차와 부동산에 보내는 시선보다 소홀하다. 한겨레의 초심을 찾기 어려운 것은 한겨레 독자들 역시 과거와 달라 시민이 아닌 소비자로 남았기 때문인가?

홍세화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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