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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4 19:44 수정 : 2006.05.11 10:12

홍파복지원에서 운영하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쉼터요양원에서 박주은 선생이 뇌성마비와 정신지체에 시각장애까지 겹친 중증장애인인 지영권(16)군을 돌보고 있다. 강재훈선임기자 khan@hani.co.kr

[우리의 아이들 사회가 키우자] 장애어린이, 버려지거나 병원 전전하거나
1·2급 중증 4만6천명선
요양원 수용 12% 못미쳐 집서 돌봐도 경제 ‘흔들’
일본은 의료비에 연금까지 치료병원 건립 서둘러야

어린이가 방치돼 있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데서 비극이 출발합니다. 주위에 보살피는 어른이 없거나 위기에 빠진 어린이가 있으면,〈한겨레〉로 알려주십시오. 또 이런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 분들은 정부나 이웃으로부터 어떤 도움이 더 필요한지 알려주십시오. 정책에 대한 제안도 환영합니다. 접수된 내용은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한편, 후속 기사 준비에 소중하게 활용하겠습니다.

지영권(15)군. 뇌성마비와 정신지체, 시각장애의 멍애를 짊어지고 힙겹게 살아가는 소년이다.

사실 그의 이름 석 자와 나이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확실한 것은 부모한테 버림받아 서울시립아동병원을 거쳐 1995년 10월1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1266 홍파복지원 ‘쉼터요양원’에 들어왔다는 것 뿐이다. 이름은 병원에서 환자관리를 위해 지어준 것이고, 1991년 10월31일이라는 생년월일은 요양원에서 그를 특수학교에 보내기 위해 주민등록을 하면서 주어진 것이다.

수락산 자락 쉼터요양원에는 작은 방마다 7~8명씩 90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부러질 듯 가는 팔과 다리, 작은 몸집의 주인들이 몸을 움직이지 못해 가만히 바닥에 누운 채 낯선 얼굴을 향해 뜻모를, 그리고 순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가까스로 바닥을 기어다니거나 걸음마를 하는 어린들의 모습은 안쓰럽기만 하다. 모두 영권군처럼 중증장애 때문에 버림받았다. 이들의 부모는 24시간 맞교대를 하며 돌봐주는 생활교사들과, 박일남(63) 원장이다.

요양원이 문을 연 90년 이후 50여명의 아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9명의 장애어린이들은 급성폐렴 등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묘를 돌봐줄 사람도 없어 화장한 유골은 산에 흩뿌려졌다. 그들이 세상에 남긴 흔적이라곤 요양원 사무실 한쪽 서랍장에 꽂혀있는 ‘생활인 관리 카드’ 뿐이다.

박 원장은 “이곳 아이들은 부모한테 버림받았다가 다행히 누군가의 눈에 띄어 여기까지 오게된 것”이라며 “24시간 누군가 매달려서 돌봐줘야 하는 중증장애아를 집에서 키운다는 게 우리 사회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버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쉼터요양원처럼 버려진 중증장애어린이를 돌보는 시설은 서울에 13곳이 있지만 계속해서 버려지는 아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 지금도 서울시립아동병원에는 400여명의 중증장애 어린이들이 이미 포화상태인 요양시설에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장애 어린이들 상당수가 사회보호는 물론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1·2급의 중증 장애어린이는 현재 4만6천여명으로 추정되지만, 장애인 요양시설에 들어가 생활하는 어린이는 5300여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들에게 요양을 넘어 치료를 제공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 시설은 시설대로 열악하고, 재정상황 때문에 의료인력을 채용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가정에서 보호하는 경우에도 마땅한 병원이 없어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기 위해 여러 병원과 의사를 찾아 전전하는 이른바 ‘닥터 쇼핑’을 해야 한다. 그만큼 경제적 부담도 크다. 국립기관은 국립재활원 한 곳뿐이고, 서울시가 250병상의 시립아동병원을 운영하는 정도다.

장애어린이의 부모들은 사설기관 치료에 대부분 아이를 맡기지만, 역시 돈이 문제다.

김운자(44)씨의 초등학교 5학년생 딸은 뇌병변 등 복합장애로 걷지 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한다. 병원에서 한주일에 2차례씩 물리치료를 받지만 몇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20분정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김씨는 대부분의 다른 장애아 부모들처럼 딸을 사설기관에서 스포츠 마사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비용은 한달에 60만원. 언어치료도 해야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생각도 못하고 있다.

이런 실태는 이웃나라 일본과 크게 대비된다. 일본은 1950년대부터 장애어린이의 요양과 의료를 통합한 이른바 ‘요육시스템’을 도입했다. 2005년 현재 일본 전국에는 요육시설이 182개에, 병상 수는 1만8508개에 이른다.

요코하마의 한 요육시설을 예로 들면, 입소자 한사람 앞에 한달에 119만엔이 드는데 이 가운데 63%는 건강보험에서, 나머지 37%는 중앙 및 지방정부에서 지원된다.

집에서 생활하는 중증장애인에게도 연금과 수당을 합쳐 한해 120만엔 가량이 지원된다. 의료비와 약값도 전액 정부가 지원하고, 간병인을 파견해 장애아를 돌보는 서비스도 한달에 4차례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왕준 인천사랑병원장은 “중증장애 어린이의 상당수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상태가 아니라 오랜 기간 아무런 의료서비스 없이 요양만 받다보니 후천적 장애가 생겨 몸 상태가 악화한 경우”라며 “국가가 이들을 특별히 보호한다는 명시적 규정을 아동복지법에 만들고 전문적인 치료·재활을 위한 국공립병원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현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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