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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12 20:39 수정 : 2018.03.12 20:39

근로시간 단축 내용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지난 2월2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던 중 함께 손을 잡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 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노동시간 단축’ 전기 마련한 근로기준법 개정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7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경영계와 달리 노동계엔 사전 설명도 없었고, 휴일노동에 대한 ‘중복할증’ 원칙이 무시되는 등 형식도 내용도 아쉬운 부분이 적잖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최장 노동시간 국가’라는 딱지를 뗄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되면, 올 7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된다.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2004년 이후 주 40시간인데도, 정부의 행정지침 탓에 연장근로(12시간) 및 휴일근로(8+8시간)를 더해 최장 68시간 노동이 가능하던 관행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다. 다만 이번 합의에서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1년6개월간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는데 영세 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노동시간 양극화’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대 쟁점이 되어왔던 휴일근로수당을 ‘중복할증’이 아니라 현행 150%로 유지하기로 한 점은 유감이다. 법원 1·2심의 다수가 ‘중복할증’ 편을 들었고 이제 대법원 판결을 앞둔 터라, 노동계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노사정 대화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여야가 ‘주고받는 협상’ 없이 합의안 도출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복할증 문제를 이유로 개정안 전체를 좌초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민간기업에서도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화하기로 한 조항은 의미가 크다. 적용되는 노동자 범위도 휴일수당 중복할증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무한노동’을 가능케 했던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올 7월부터 26개에서 5개로 줄이고, 5개 업종도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한 것 또한 진전이다. 궁극적으론 ‘폐지’로 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오이시디(OECD) 평균(1764시간)에 비하면 ‘혹사’에 가깝다. 노동자들이 명실상부하게 ‘저녁이 있는 삶’을 찾고, 일자리 나누기 효과까지 나타나려면 과제가 적잖다. ‘편법’이나 ‘꼼수’가 나오지 않도록 엄격한 시행과 함께, 노사정 모두 지혜를 모아 보완대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겨우 노동시간 ‘정상화’의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 영세기업 외면한 근로시간 단축, 땜질 보완책 우려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어제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입법 논의가 시작된 지 5년 만에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다. 그만큼 진통이 컸던 사안이다. 이 법안이 오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장시간 근로 관행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16년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이 2069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05시간 더 길다. 정부는 근로시간이 줄면 국민이 ‘저녁이 있는 삶’을 되찾고 신규 채용도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엄혹한 현실이다. 지금 영세기업들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그런데 또다시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충격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52시간 제한 이후 기업이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연 12조1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 비용의 70%는 중소기업이 떠안게 된다. 근로 단축으로 부족해진 인력 26만6000명을 추가 고용하고 법정 공휴일도 유급휴무로 전환되는 데 따른 비용이다.

이를 고려해 환노위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올 7월부터 시행하되, 50인 이상과 5인 이상은 각각 2020년 1월과 2021년 7월로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한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쉴 때도 생산 납기를 맞추기 위해 공장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를 더 고용할 여력이 없으면 자동화만 가속화할 수 있다. 근로 단축으로 영세기업 근로자의 실질 임금 감소도 우려된다. 본회의에서는 이런 현실을 정밀하게 반영해서 영세기업에 대한 탄력적 예외조항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두더지 잡기식 땜질 보완책에 급급한 최저임금 혼란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정상화’로 가는 첫 단추”…중앙 “영세기업 후유증 최소화 위해 예외조항 필요”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는 지난 2월27일 주당 법정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법정근로시간이 1주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여기에 추가로 12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휴일근로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국가기관에 의해 행하여지는 구속력 있는 법의 해석)을 통해 휴일을 ‘근로일’에서 제외해 토·일요일 8시간씩 16시간의 추가 근로가 허용됐다. 사실상 68시간의 근무가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환노위가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법제화함으로써 기업은 원칙적으로 노동자에게 그 이상의 노동을 요구할 수도 없고, 노동자도 그 이상을 일할 수 없게 되었다.

노동자가 휴일에 일하면 기본 수당(통상임금의 100%)에 휴일근로수당(50%)과 연장근로수당(50%)을 각각 더해 200%를 지급받는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고, 8시간 이내의 휴일근무는 통상임금의 150%를, 8시간을 넘는 휴일근무는 200%의 수당을 지급받도록 했다. 이 개정안을 두고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다르다. 지난 3월5일 청와대의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인간다운 삶으로 나아가는 대전환의 첫걸음”이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노동시간 단축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정부의 입장이 분명히 나타나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일보와 한겨레 모두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 2069시간을 언급한다. 혹사에 가까운 노동시간의 단축은 시대적 당위라는 데에는 두 신문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두 신문의 사설에는 미묘한 차이가 엿보인다. 중앙의 사설 제목은 “영세기업 외면한 근로시간 단축, 땜질 보완책 우려된다”이고, 한겨레 제목은 “‘노동시간 단축’ 전기 마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이다. 중앙은 노동시간 단축이 가져올 문제점에 주목하고 있는 반면, 한겨레는 노동시간 단축이 갖는 의의에 방점을 찍고 있다.

중앙이 우려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영세기업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중앙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겨운 영세기업들한테 근로시간 단축은 ‘충격’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이로 인한 생산 차질과 매출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시간 52시간 제한 이후 기업이 생산량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12조1000억원이고, 이 비용의 70%를 중소기업이 떠안게 된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데이터를 중앙이 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겨레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노동시간의 양극화’, 즉 영세기업의 노동자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영세기업 노동자들은 기본급은 적고 수당이 많다. 영세기업에서의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오히려 삶의 질의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영세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이번 개정안은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1년6개월간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는 사실을 들어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대의 아래 만들어진 개정안이 영세기업 노동자들의 복지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겨레는 진단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노동시간을 줄이면 정부의 기대대로 일자리는 늘어난다. 그러나 신규 채용에 따르는 선발비용, 4대 보험 및 퇴직금, 복리후생비용 등에 영세기업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 정부가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개정안의 시행을 시차적으로 적용한다고 했지만 이런 조치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중앙의 지적이다. 고용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 자동화를 가속화하면 정부가 기대한 대로 고용이 확대될지에 대해서도 중앙은 의문을 제시한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영세기업 근로자의 실질 임금 감소도 중앙이 우려하는 바다. 중앙은 노동시간 단축을 원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영세기업에 가져올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시행 과정에서 좀 더 정밀한 반영과 탄력적인 예외조항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한겨레는 휴일근로수당을 ‘중복할증’이 아니라 현행 150%로 유지하기로 한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시한다. 이는 노동계와 같은 입장이다. 그럼에도 노동계가 한발 물러서기를 권한다.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화하기로 한 조항”은 노동계가 ‘얻어낸’ 것이고,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올 7월부터 26개에서 5개로 줄이고, 5개 업종도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한 것 또한 노동계가 ‘얻어낸’ 것이니만큼 중복할증 문제는 노동계가 양보할 사안이라는 것이 한겨레의 입장이다. 한겨레는 노동시간 단축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정상화’로 가는 첫 단추를 끼우는 일에 비유하며 엄격한 보완대책을 주문한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추천 도서]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

오건호 외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는 11위이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이 도입되어 복지가 늘고 있는데도, 국민들의 삶의 질 체감지수는 낮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책은 2010년 무상급식 도입 논쟁을 시작으로 확대된 복지 제도를 평가하며 의료, 주거, 연금,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행 복지 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 있다. 고용과 실업 문제, 적극적인 노동 시장 정책의 효과성 문제 등 한국의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중복할증

2008년 경기도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휴일에 일한 것은 휴일근로이자 초과근로이므로 수당을 두 배로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당시 환경미화원들은 1일 8시간씩 주 5일제로 일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4시간씩 추가 근무를 했다. 성남시는 휴일근로 가산만 적용해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했지만 환경미화원들은 연장근로 가산도 함께 적용해 통상임금의 두 배를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3월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에서도 환경미화원들이 승소하면 주말 수당을 150%만 인정하는 정부 해석과 법원 판결이 달라져 노동 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여야가 연장근로에 토·일요일도 포함해 총 12시간을 넘길 수 없게 하고 할증률은 150%로 유지하는 개정안에 합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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