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신소정(오른쪽부터), 북쪽 황충금, 김향미 선수가 지난 2월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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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신소정(오른쪽부터), 북쪽 황충금, 김향미 선수가 지난 2월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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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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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감동과 울림을 준 단일팀, ‘평화’란 이런 것이다
사상 최초의 올림픽 남북 단일팀인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세계인들 앞에 큰 감동을 전해주며 20일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스웨덴과의 7~8위 결정전에서 단일팀은 14일 일본전에 이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는 등 막판까지 최선을 다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북쪽 황충금 선수가 남쪽 최지연 선수에게 달려가 포옹했다. 관중석엔 한반도기가 나부꼈다. 선수들은 링크 중앙에 함께 둘러서 “하나 둘 셋, 팀 코리아”라는 구호를 외치며, 짧았지만 큰 울림을 준 ‘팀 코리아’ 일정을 모두 마쳤다. 돌아보면, 숨가쁜 순간의 연속이었다. 대회를 한 달 남겨두고 급작스레 단일팀이 결정돼 선수들은 당혹스러워했다. 여론도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남북 선수들은 함께 훈련하며 금세 ‘언니, 동생’이 되어 서로 돕고 감싸안았다. ‘승리’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질주하며 울고 웃었다. 여기에는 세라 머리 감독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논란 초반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며 선수들을 다독이는 한편, “선수를 고르는 건 내 권한”이라며 중심을 잡아 남북 선수들이 모두 믿고 따를 수 있게끔 했다.
단일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외침 속에 ‘작은 통일’의 감격을 누렸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정치와 이념을 떠나 젊은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하나 되어 땀 흘리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을 수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남북 단일팀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했다”며 “이것이야말로 올림픽 정신”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앞으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다시 만들어질지는 알 수 없다. 애초 단일팀을 제안했던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 회장은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단일팀이 출전할 수 있다면 돕겠다”고 말했다. 2021년 겨울 아시아경기대회의 남북 공동개최가 성사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만일 단일팀 논의가 다시 이뤄진다면, 이번 사례를 본보기 삼아 관계 당사자들과 일찍부터 깊이 있게 논의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한 ‘팀 코리아’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들이 안긴 감동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올림픽 정신 보여준 아름다운 어깨동무
‘빙속여제’의 아름다운 은메달이었다. 18일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는 한국 스포츠 역사에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올림픽 3연패에 나선 이상화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에게 안타깝게 금메달을 내줬지만, 온 국민은 그의 선전과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를 마친 이상화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12년간의 눈물을 쏟아낼 때는 지켜보던 이들도 함께 울컥했다.
아름다운 장면은 그다음으로도 이어졌다. 고다이라가 이상화에게 다가와 어깨를 감쌌고, 이상화는 몸을 기댔다. 두 사람은 가볍게 포옹한 채 각자의 국기와 함께 빙판을 돌았다. 서로 “잘했다” “너를 존경한다” “네가 자랑스럽다” 격려했다. 필생의 라이벌이자 서로를 동력 삼아 자신과 싸워 온 두 사람이다. 한·일 간 정치적인 교착상태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정신으로 하나 된 두 영웅의 어깨동무에 외신들도 주목했다. 미국 NBC는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보여 줬다”고 보도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같은 날 여자 쇼트트랙 1500m 시상식에서도 있었다. 금메달리스트 최민정과 동메달리스트 킴 부탱(캐나다)이 한 손씩을 내밀어 하트를 만들었다. 500m 결승 때 최민정의 실격 이후 킴 부탱을 향한 ‘악플테러’로 껄끄럽게 만났던 두 선수다. 최민정은 “부탱이 (하트 세리머니를) 제안했다. 모든 선수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판정은 오직 심판의 몫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빙판에선 양보 없는 경쟁자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룬 후에는 결과에 승복하는 스포츠 정신. 그리고 역사와 정치의 간극마저 허물 수 있는 스포츠의 힘. 올림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평화 올림픽 평창겨울올림픽 폐막식 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개회식 공동입장은 스포츠를 넘어서는 강력한 평화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한 것”이라 평가하고 “다른 곳도 아닌 한국에서 벌어진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왜 정치를 배제하려는 올림픽에서 ‘평화’의 정신이 강조되는 것일까. 올림픽은 출발부터 국가 간의 적대 행위 중지를 목적으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늘 도시국가들 사이에 전투가 있었기 때문에 일시적이나마 전쟁을 멈추기 위해 협약을 맺고 대회를 개최하였다. 각종 평화 조치도 수반되었는데, 이 기간에는 올림픽 지역을 불가침 지역으로 정하고, 사면도 실시하였다. 도시국가들이 자국 선수를 보내고 타국 선수를 해치지 않는 것은 휴전 약속을 지키겠다는 표현이었고, 만약 전쟁을 도발하면 모든 참가국이 함께 제재를 가했다. 이를 가리켜 ‘올림픽 휴전’ 또는 ‘올림픽 평화’라 부른다. 19세기 말에 유럽 국가들의 전쟁 기운이 높아지자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인 쿠베르탱은 평화의 수단으로 올림픽 재건을 주창했다. 쿠베르탱은 세계 젊은이들이 함께 어울리면 서로 알게 되고,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존중이 시작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이후 100여년간 실제로는 인종, 이념, 문화의 충돌로 인해 세계대전과 냉전 및 각종 국제 분쟁으로 얼룩졌고 올림픽 휴전은 지켜지지 않았다. 올림픽 정신은 ‘국가의 대표들이 함께 어울려 상호 존경과 우의를 다짐으로써 전쟁의 분위기를 완화시키고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인류가 오랫동안 염원해 오던 올림픽 휴전의 역사성을 재현한 것, 그것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의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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