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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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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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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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이젠 정말 한국이 한반도 ‘운전석’에 앉을 때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주말 청와대 오찬에서, 북쪽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과 방북 초청이 이뤄졌다. 김정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내려올 때부터 북한 최고지도자 메시지를 갖고 올 거란 추측은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빠른 상황 진전이다. 여러 논란과 우려가 있음에도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제안을 환영한다.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남북한 그리고 미국·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청와대 발표를 보면, 북쪽 제안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화답했다. ‘조건부 수락’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이란, 유엔의 대북 제재와 ‘코피 전략’까지 운운하는 미국의 강경 일변도 정책의 변화를 뜻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런 국제 정세를 무시하고 열리긴 어렵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 답변은 신중하지만 현실적이다. 그 여건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남북이 함께 해나가는 게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한국 정부는 올림픽을 계기로 모처럼 맞은 해빙의 기회를 잘 살려나갈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 기간 중 보여준 행동은 몹시 실망스럽고 우려스러웠다. 북한이 예상 밖의 고위급 대표단을 보낸 건, 기회가 되면 미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였을 것이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 리셉션에서 북한 대표단과 아예 인사조차 나누질 않고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올림픽을 축하하러 동맹국을 방문한 인사의 행동으론 무례하기 짝이 없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여건을 만들자’는 단서를 단 건, 누가 봐도 미국을 고려한 대답이다. 한국 정부는 그렇게 미국을 배려하며 북한을 대하는데 정작 미국은 한국 정부와 한국민의 정서는 아랑곳 없이 행동한다면 동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북-미 관계 진전을 북쪽에 제시했으니, 이제 미국이 그 단초를 열려는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비핵화’는 결국 북-미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룰 수밖에 없다는 걸 트럼프 행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 전에 ‘비핵화 약속’까진 아니더라도 ‘추가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같은 전향적인 행보를 보여주길 바란다. 북-미 관계 개선 없이 남북관계만 멀리 갈 수 없다는 걸 북한 당국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결국 미국과 북한을 한발짝씩 물러서게 해서 돌파구를 열어낼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 문 대통령이 누누이 말했듯이 지금이야말로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을 때다. 평창올림픽으로 조성된 화해 기류를 북-미 대화로 이어서, 가까운 시기에 남북 정상회담을 꼭 열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기를 종식하고 도도한 평화의 길을 열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다.
[중앙일보 사설] 눈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우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해 와 남북 정상회담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빠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는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제의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방북 요청을 사실상 수락한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나 문 대통령이 여러 번 회담 의지를 밝혀 온 만큼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게 분명해 보인다.
분단 73년간 남북한 최고지도자는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 한반도는 물론 세계 정치 무대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이 갖는 무게와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은 북핵 대치로 한반도 위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전쟁의 벼랑 끝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
한반도 위기는 대화로 풀어야 하는 게 대원칙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군사적 옵션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갈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험이 크다.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에 착수한 것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게 목적이었다. 제재를 위한 제재가 아니라 대화를 위한 제재였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남북이 한반도 주변 환경을 바꾸어 나가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길 기대한다.
문제는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국제 봉쇄의 탈출구로 삼거나 핵무기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용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 당국이 각별히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문 대통령도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구체적 성과를 못 내면 남북 정상회담은 안 하느니만 못할 수 있다.
김정은과의 만남이 의미 있으려면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 배경 등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김정은이 지난 1월 화해의 메시지를 담은 신년사를 발표한 이래 평창올림픽을 전후로 집중적인 평화 공세를 펴는 것은 대북제재가 효과를 내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제한적 선제타격을 심각하게 고려 중인 미국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결국 정치·경제적 압박에 몰린 김정은 정권이 한국을 활용해 위기 국면을 헤쳐 나가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북한에 휘둘려선 안 된다. 남북 정상회담에 나가더라도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뒤 나가도 늦지 않다.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남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결실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받는 게 중요하다. 적어도 남북대화의 입구인 ‘핵 동결’을 담보하려면 대북 특사를 파견해 북한으로부터 ‘추가 핵·미사일 실험 중단’ 수준의 약속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 특히 북핵 해결의 열쇠를 쥔 미국과의 물샐틈없는 공조 속에서 회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필수 조건이다. 이번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방한에서 보듯 미국은 대북 강경책을 늦출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 성급하게 남북 정상회담을 밀어붙이다 한·미 동맹에 틈이라도 생기면 이는 북한의 이간책에 넘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올 들어 북한이 대화 쪽으로 급변침한 건 결국 호된 압박이 먹히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 만큼 정상회담에 나서더라도 대북제재의 스크럼을 섣불리 늦춰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이제부터 북한과 미국을 반걸음씩 물러서게 해야 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자칫 잘못 판단했다간 한반도 상황을 주도할 운전석에 다시는 앉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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