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둘러보며 최만우 밀양소방서장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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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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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조금씩 드러나는 ‘인재’, 이제라도 제대로 고치자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의 충격 속에 진상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을 통해 당시 응급실 환복·탕비실 천장 전선에서 처음 발화했고, 화상보다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가 많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사전에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안타까운 희생을 약간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대목도 차츰 나타나고 있다.
이번 화재는 최근 몇년 사이 발생한 대형 참사의 종합판이라 할 정도로 구조적인 원인을 애초부터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충북 제천 화재 당시 지적된 필로티 구조물에다 1층 천장에서 발화했으나 소방점검을 통해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것도 공통적이다. 2015년 경기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처럼 불에 잘 타는 외장재를 사용했고,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들의 손을 묶어놓았던 점이나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도 똑같다. 스프링클러나 제연·배연 설비가 없어 피해를 키운 것은 제도에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에서 언급했듯이 건물 면적이 아니라 이용자 상황·실태를 기준으로 안전기준을 두었다면 이번 참사는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으로 대책을 마련해온 당국의 뒷북행정, 탁상행정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선제적·종합적으로 대책을 세웠더라면 비슷한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책을 세울 때마다 ‘안전’ 문제를 ‘비용’ 우선으로만 판단해온 우리 사회의 반생명적 안전불감증이 항상 발목을 잡아온 사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제천 화재 이후 소방당국이 일제히 점검을 했는데도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당국의 예방 소홀 등 잘못은 없는지도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병원 쪽은 최근까지 모두 12건이나 무단증축을 했음에도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버텨온 것으로 알려진다. 안전불감증도 문제지만 그만큼 제재가 가벼웠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서는 바람에 6명이나 숨졌다면 비상용발전기에 문제는 없었는지, 방화문을 열어놓은 건 아닌지 등 병원 쪽 잘못도 잘 따져봐야 하겠다.
이낙연 총리가 “안전관리가 취약한 전국 29만 곳에 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처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쳐온 잘못을 더는 되풀이해선 안 된다.
[중앙일보 사설] 정치권, 참사 막을 입법 대신 네 탓 정쟁에만 골몰하는가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189명의 사상자(사망 38명 포함)가 발생하면서 인구 11만 명인 경남 밀양시는 도시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네 탓 공방에만 혈안이다. 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책임론을 뒤집어씌우고 있다. 야당은 문재인 중앙정부의 재난 대응이 잘못됐다며 비판한다. 반면 여당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남지사 시절에 소방 안전 대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이런 게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치 다툼이 아니고 무엇인가. 오죽했으면 밀양 현지에서 “장례식장에 정치하러 왔느냐”고 면박을 주었겠는가.
지금 정치인들이 재난 현장에 달려가 사진 찍기보다 정작 서둘러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제대로 된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국회 스스로 법적 미비점을 손질하는 일이 그것이다.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화재 이후에도 소방 관련법 5건은 아직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늑장 처리는 국회의 직무 유기나 다름없다.
이번 밀양 참사에서 드러난 문제점만 하더라도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건축물 규모에 따라 획일적으로 안전 기준을 적용하는 현행 소방 관련법은 손질이 필요하다. 규모만 따지다 보니 세종병원처럼 거동이 불편한 70세 이상 고령 환자와 중증 환자가 많아 안전 대책이 더 절실한 건물이 화재에 무방비였다.
또 현행 소방시설법(화재 예방·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 시행령에 따르면 옥내소화전·스프링클러·비상경보기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은 수용 인원 100명 이상의 문화·집회·종교·운동시설 등에 한정된다. 세종병원 같은 의료시설은 빠져 있다.
입법 사각지대는 곳곳에 널려 있었다. 의료기관 등은 일반 건물 기준에 준해 4층 이상이면서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건물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되게 돼 있다. 세종병원은 5층 건물이지만 바닥 면적이 394.78㎡여서 설치 의무가 없다. 병상 숫자에 따라 병원 안전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현행 규정도 문제다.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는 실내 내장재로 방염 자재를 써야 한다. 하지만 99병상 이하의 중소병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세종병원은 95개 병상이었다. 이번 화재 때도 건축 내장재와 매트리스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질식해 많은 환자가 숨졌다.
이처럼 정부와 국회가 꼼꼼히 챙기고 손질해야 할 사안들이 수두룩하게 쌓이고 있다. 밀양 같은 중소도시는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지방 병원에 고령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전국에 세종병원 같은 규모의 중소병원도 1400곳이 넘는다. 안전 사각지대를 방치하면 언제 어디서 ‘제2의 밀양 참사’가 터질지 모른다.
그동안 정부는 재난이나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증요법식 땜질 처방만 해왔다. 이번에야말로 종합적인 재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급한 불 끄기’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안전 대책을 내놔야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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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소방기본법 개정안 국회는 지난 1월30일 본회의에서 소방기본법·도로교통법·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전용구역에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막으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도록 했다. 아울러 소방차 접근이 쉽도록 다중이용업소가 있는 건물 주변을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소방 관련 시설 주변에 주차뿐만 아니라 정차도 금지한다.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은 방염처리업자에 대한 방염처리능력 평가와 공시 제도를 도입하고, 소방시설업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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