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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22 19:03 수정 : 2018.01.22 19:03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제를 마친 시민들이 509호실에서 헌화·추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검·경·국정원 개혁, 결국 국회 입법이 핵심이다

청와대가 14일 경찰·검찰·국정원 구조개혁안을 발표한 건, 권력기관 개혁의 종합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흡하거나 보완할 내용이 있고, 실제 실현 가능할지 우려되는 부분도 눈에 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이런 방향으로 권력기관을 재편하겠다는 건 긍정적이다. 문제는, 개혁안이 현실화하려면 국회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게 쉽게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이번 개혁안에서 주목받는 건 ‘힘을 빼기’보다 오히려 권한을 키운 경찰이다. 경찰은 검찰로부터 일반 사건 수사권을 넘겨받고, 국정원으로부터는 대공수사권을 이양받게 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찰 비대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수사경찰과 행정경찰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뿌리 깊은 경찰 불신을 해소하긴 어렵다. 영화 <1987>이 다룬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경찰 폭력’ 때문이었다. 그걸 단지 ‘30년 전 과거’라고만 치부할 순 없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숨지고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국민이 의심하는 건, 아직 경찰이 ‘신뢰를 받는 수사기관’으로 정립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경찰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과 외부 감시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검찰 수사권 분산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는 당연하고 시급한 일이다. 청와대는 경제·금융 등 특별수사에 한해선 부분적으로 검찰 수사권을 존속시키기로 했다. 고위공직자 수사는 공수처로 넘기고 일반 수사권은 경찰로 넘겼으니, 무소불위였던 검찰의 힘이 약해지는 건 맞다. 하지만 공수처법 입법이 계속 늦어지면 특별수사 기능을 바탕으로 검찰이 다시 권한 확대를 꾀할지 모른다는 우려엔 귀 기울여야 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및 국내 정보수집 권한 폐지는 잘한 일이다.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 일부 야당과 보수 언론은 ‘간첩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며 맹비난한다. 그러나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갖는 건 세계 추세와 맞지 않을뿐더러 인권침해 및 월권 행위를 방치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수사 효율만 따지는 ‘간첩수사 관행’이 바로 고문을 묵인하고 수많은 조작 사건을 합리화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남북 간 경제력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상황에서, ‘빨갱이 잡는 걸 방해하면 모두 빨갱이’라는 식의 사고를 대공 수사기관에 주문하는 건 시대착오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국회 입법을 통한 제도화다. 공수처법과 국정원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됐으나 야당 반대로 언제 본회의를 통과할지 알 수 없다. 경찰의 외부 감시를 강화하려면 경찰법을 바꿔야 한다. 입법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개혁안도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검·경·국정원 개혁은 정략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권력기관 사유화를 지켜봤고, 그래서 그런 대통령을 퇴진시킨 ‘촛불 시민’의 요구이자 시대적 과제다. 국회는 권력기관 개혁 법안을 빨리 심의해서 입법하는 게 국민 염원에 부응하는 길이다.

[중앙일보 사설] 권력기관 개편 방안에 대한 기대와 우려

청와대가 어제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 방안’에는 국가정보원과 검찰에 대한 깊은 불신이 바탕에 깔렸다. 지속적인 국내 정치 개입 사례가 드러난 국정원과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스스로 떨쳐 버리지 못한 검찰로서는 최악의 사태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동안 정치 권력에 편승해 집단적 이익을 추구해 온 이들 기관의 거대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그 권한을 경찰에 대거 이양할 경우 경찰 권력의 비대화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으며, 경찰이 과연 그런 권한을 넘겨받을 역량과 준비를 갖췄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걱정스럽다. 대공수사의 경우 경찰이 국정원의 정보력이나 노하우, 인력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경찰도 대공수사를 해왔지만 대체로 이적표현물 게시 등 단순 사건 위주여서 상당 기간 대공수사의 공백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을 개혁하려면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잘못된 관행을 없애야지, 국가 안보에 꼭 필요한 기능을 폐지해서는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경제·금융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분야의 1차 수사를 경찰이 전담하는 것도 불안하다.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일반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해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지만 대공수사권과 아울러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게 되면 경찰 권력의 비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던 기존 경찰 관행을 유지한다면 경찰이 새로운 괴물이 돼 국민을 상시 감시하고 이어 표적수사로 이어지는 ‘파놉티콘(거대감옥) 사회’가 초래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입법 과정에서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이 진영 논리와 당리당략을 떠나 진정한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인권침해 막으려면 대공수사권 경찰에 이관해야”…중앙 “국가 안보 꼭 필요한 기능 폐지 안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4일 청와대는 국정원, 검찰, 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큰 방향은 국정원과 검찰의 힘을 빼서 경찰의 역할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수사·기소권을 독점한 채 영장 청구권과 형 집행권까지 쥐고 있는 검찰은 표적수사와 정치보복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또한 역대 정권 가운데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을 받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을 떼어내 경찰청으로 옮기고, 검찰 수사권 대부분은 경찰청과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로 옮기려 한다.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 남용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원론 차원의 지지를 보낸다. 한겨레는 “큰 틀에서 이런 방향으로 권력기관을 재편하겠다는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중앙 역시 “정치권력에 편승해 집단적 이익을 추구해 온 이들 기관의 거대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진단한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대해지는 경찰의 권한, 특히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두 사설의 입장이 날카롭게 갈린다. 한겨레는 “경찰 비대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수사경찰과 행정경찰 분리를 추진”하겠다는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옳은 방향”이라고 잘라 말한다. 반면, 중앙은 경찰에 대해 “권력의 비대화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으며, 경찰이 과연 그런 권한을 넘겨받을 역량과 준비를 갖췄는지”에 의문을 던진다.

중앙은 무엇보다 대공수사권을 경찰이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한다. 정부는 국정원과 검찰이 담당하던 대공수사를 경찰 내에 신설될 안보수사처(가칭)로 이관하려 한다. 하지만 기존에 경찰이 하던 대공수사는 주로 이적표현물 소지, 찬양고무 혐의 등 단순 사건 위주다. 오랜 기간 축적된 정보와 운영 노하우가 필요한 대공수사 업무를 담당할 만한 역량이 경찰에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중앙이 “국정원을 개혁하려면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잘못된 관행을 없애야지 국가 안보에 꼭 필요한 기능을 폐지해서는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유다.

반면, 한겨레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및 국내 정보수집 권한 폐지는 잘한 일”이라며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들은 대부분 정보와 수사를 분리한다.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갖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한겨레는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인권침해 및 월권행위를 방치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그러나 수사권 이관으로 비대해질 경찰의 권한에 대해서는 한겨레도 우려를 보낸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정보기관이 아닌 치안본부(경찰) 대공수사처에서 벌어졌다. 단순히 업무를 이관한다고 해서 “뿌리 깊은 경찰 불신”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겨레가 “경찰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과 외부 감사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중앙 또한 대공수사와 더불어 1차 수사의 대부분을 경찰이 전담하도록 하겠다는 권력기관 개편 방안에 비판적이다. 중앙은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던 기존 경찰 관행을 유지한다면 경찰이 새로운 괴물이 돼 국민을 상시 감시하고 이어 표적수사로 이어지는 ‘파놉티콘(거대감옥) 사회’가 초래될 가능성마저 있다”며 강한 우려를 보낸다.

사실 이번 청와대의 개편방안은 큰 틀에서 원칙을 밝힌 것일 뿐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대선 당시의 공약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개혁이 가능하려면 국회에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에서 개정해야 할 법안은 경찰법, 형사소송법, 국정원직원법, 국회법, 감사원법 등 최소 6개 이상이다. 한겨레와 중앙은 각각 “검·경·국정원 개혁은 정략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며 “정치권이 진영 논리와 당리당략을 떠나 진정한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고민”하라고 당부한다. 큰 그림에서는 두 사설의 입장이 일치하는 셈이다. 그러나 대공수사권 등 세부 실행 방안에 있어서는 견해가 완전히 갈리며 생각이 격하게 충돌한다. 이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두 사설을 서로 견주어 읽어 보면 권력기관 개편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쟁이 어떻게 흐를지 짚어볼 수 있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법의 정신

몽테스키외 지음, 이재형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2015년

“권력을 가진 자들은 누구 할 것 없이 권한을 남용하며 권력의 한계에 이르기까지 이를 행사하려 한다.”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독재보다 더 잔혹한 것은 없다.” <법의 정신>에 나오는 명언들이다. 몽테스키외는 정치권력이 커질수록 개인의 자유는 위축된다고 보고, 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어 서로를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바이어던, 근대 국가의 탄생

박완규 풀어씀, 사계절 펴냄, 2007년

토머스 홉스에 따르면, 권력의 목적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있다.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궁핍하며 불쾌하고 야만적인데다가 수명도 짧다”. 이 때문에 개개인은 ‘사회계약’을 통해 질서를 지켜줄 권력자를 뽑았다. 이 권력자가 시민들을 지켜주기는커녕 억누르려 하면 어떨까? 권력 기관 개편의 핵심을 이루는 물음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문재인 정부의 3대 권력기관 개편 방안

지난 14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개편의 기본 방침으로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청산”,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에 따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 “상호 견제와 균형에 따른 권력남용 통제”를 제시했다.

조국 수석은 “집중된 거대 권한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결과 검찰은 정치권력의 이해 내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검찰권을 악용해 왔다”고 평가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 수사 이관, 직접 수사 축소, 법무부 탈검찰화를 통해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에 대해서는 “국내외 정보수집권에 대공수사권, 모든 정보기관을 아우를 기획조정 권한까지 보유했지만 이를 악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인·지식인·종교인·연예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하고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국정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꾼 후 오직 대북·해외 활동에만 전념하는 전문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정원에 대한 국회와 감사원의 예산 통제 및 감시 강화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경찰에 대해서는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이관한 뒤 ‘안보수사처’를 신설해 수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수사경찰·행정경찰 분리를 통해 상대적으로 커지는 경찰의 권한을 분리 분산해 나갈 방침이다. 국회에서는 이번 개편 방안에 대한 입법 여부를 사법개혁위원회를 통해 6월말까지 가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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