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제를 마친 시민들이 509호실에서 헌화·추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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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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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검·경·국정원 개혁, 결국 국회 입법이 핵심이다
청와대가 14일 경찰·검찰·국정원 구조개혁안을 발표한 건, 권력기관 개혁의 종합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흡하거나 보완할 내용이 있고, 실제 실현 가능할지 우려되는 부분도 눈에 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이런 방향으로 권력기관을 재편하겠다는 건 긍정적이다. 문제는, 개혁안이 현실화하려면 국회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게 쉽게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이번 개혁안에서 주목받는 건 ‘힘을 빼기’보다 오히려 권한을 키운 경찰이다. 경찰은 검찰로부터 일반 사건 수사권을 넘겨받고, 국정원으로부터는 대공수사권을 이양받게 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찰 비대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수사경찰과 행정경찰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뿌리 깊은 경찰 불신을 해소하긴 어렵다. 영화 <1987>이 다룬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경찰 폭력’ 때문이었다. 그걸 단지 ‘30년 전 과거’라고만 치부할 순 없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숨지고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국민이 의심하는 건, 아직 경찰이 ‘신뢰를 받는 수사기관’으로 정립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경찰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과 외부 감시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검찰 수사권 분산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는 당연하고 시급한 일이다. 청와대는 경제·금융 등 특별수사에 한해선 부분적으로 검찰 수사권을 존속시키기로 했다. 고위공직자 수사는 공수처로 넘기고 일반 수사권은 경찰로 넘겼으니, 무소불위였던 검찰의 힘이 약해지는 건 맞다. 하지만 공수처법 입법이 계속 늦어지면 특별수사 기능을 바탕으로 검찰이 다시 권한 확대를 꾀할지 모른다는 우려엔 귀 기울여야 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및 국내 정보수집 권한 폐지는 잘한 일이다.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 일부 야당과 보수 언론은 ‘간첩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며 맹비난한다. 그러나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갖는 건 세계 추세와 맞지 않을뿐더러 인권침해 및 월권 행위를 방치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수사 효율만 따지는 ‘간첩수사 관행’이 바로 고문을 묵인하고 수많은 조작 사건을 합리화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남북 간 경제력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상황에서, ‘빨갱이 잡는 걸 방해하면 모두 빨갱이’라는 식의 사고를 대공 수사기관에 주문하는 건 시대착오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국회 입법을 통한 제도화다. 공수처법과 국정원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됐으나 야당 반대로 언제 본회의를 통과할지 알 수 없다. 경찰의 외부 감시를 강화하려면 경찰법을 바꿔야 한다. 입법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개혁안도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검·경·국정원 개혁은 정략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권력기관 사유화를 지켜봤고, 그래서 그런 대통령을 퇴진시킨 ‘촛불 시민’의 요구이자 시대적 과제다. 국회는 권력기관 개혁 법안을 빨리 심의해서 입법하는 게 국민 염원에 부응하는 길이다.
[중앙일보 사설] 권력기관 개편 방안에 대한 기대와 우려
청와대가 어제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 방안’에는 국가정보원과 검찰에 대한 깊은 불신이 바탕에 깔렸다. 지속적인 국내 정치 개입 사례가 드러난 국정원과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스스로 떨쳐 버리지 못한 검찰로서는 최악의 사태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동안 정치 권력에 편승해 집단적 이익을 추구해 온 이들 기관의 거대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그 권한을 경찰에 대거 이양할 경우 경찰 권력의 비대화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으며, 경찰이 과연 그런 권한을 넘겨받을 역량과 준비를 갖췄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걱정스럽다. 대공수사의 경우 경찰이 국정원의 정보력이나 노하우, 인력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경찰도 대공수사를 해왔지만 대체로 이적표현물 게시 등 단순 사건 위주여서 상당 기간 대공수사의 공백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을 개혁하려면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잘못된 관행을 없애야지, 국가 안보에 꼭 필요한 기능을 폐지해서는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경제·금융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분야의 1차 수사를 경찰이 전담하는 것도 불안하다.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일반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해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지만 대공수사권과 아울러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게 되면 경찰 권력의 비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던 기존 경찰 관행을 유지한다면 경찰이 새로운 괴물이 돼 국민을 상시 감시하고 이어 표적수사로 이어지는 ‘파놉티콘(거대감옥) 사회’가 초래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입법 과정에서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이 진영 논리와 당리당략을 떠나 진정한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문재인 정부의 3대 권력기관 개편 방안 지난 14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개편의 기본 방침으로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청산”,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에 따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 “상호 견제와 균형에 따른 권력남용 통제”를 제시했다. 조국 수석은 “집중된 거대 권한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결과 검찰은 정치권력의 이해 내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검찰권을 악용해 왔다”고 평가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 수사 이관, 직접 수사 축소, 법무부 탈검찰화를 통해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에 대해서는 “국내외 정보수집권에 대공수사권, 모든 정보기관을 아우를 기획조정 권한까지 보유했지만 이를 악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인·지식인·종교인·연예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하고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국정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꾼 후 오직 대북·해외 활동에만 전념하는 전문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정원에 대한 국회와 감사원의 예산 통제 및 감시 강화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경찰에 대해서는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이관한 뒤 ‘안보수사처’를 신설해 수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수사경찰·행정경찰 분리를 통해 상대적으로 커지는 경찰의 권한을 분리 분산해 나갈 방침이다. 국회에서는 이번 개편 방안에 대한 입법 여부를 사법개혁위원회를 통해 6월말까지 가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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