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월19일 대통령 전용 고속열차 ‘트레인 원’에서 미국 평창겨울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엔비시>(NBC)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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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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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미국·북한, ‘한-미 연합훈련 연기 제안’에 호응해야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겨울올림픽 뒤로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할 것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도 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적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더 머뭇거리지 말고 훈련 연기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북한도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해 국제사회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는 평창올림픽이 성공하려면 꼭 필요한 조처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올림픽의 평화 정신에 부응하는 일이다. 유엔은 지난 11월 총회에서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모든 회원국이 적대행위를 일체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휴전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는 지구촌의 평화 의지에 동참하는 일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은 휴전선에서 100㎞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올림픽 기간 중에 최첨단 무기와 수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할 경우, 참가국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동시에 ‘축제’를 치르는 것은 누가 보아도 어색하다. 더구나 국제올림픽위원회 제재로 러시아가 빠진 상황이어서 이대로 가면 올림픽 열기를 높이는 게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는 관람객의 불안을 더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북한 참가를 유도함으로써 올림픽 흥행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북한이 선수단을 보낼 경우 평창올림픽은 명실상부하게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질 수 있을 것이다.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데도 중대한 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도발적 행동을 중단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좋은 신호를 보내야 한다. 미국도 북한이 올림픽 무대에 나올 수 있도록 먼저 움직일 필요가 있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가 그 출발점이다. 미국과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안에 적극 호응해 평창올림픽이 평화와 화해를 가져오는 세계인의 축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양날의 칼 한·미 훈련 연기 제안, 자충수 안 돼야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중의 한·미 연합훈련 연기 제안은 자칫하면 주인도 벨 양날의 칼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겨울올림픽 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미국에 제안했다”고 미 N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청와대가 협상 파트너로 지목한 미 군사 당국에서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연기될 공산이 커 보인다.
중·일 정상의 참가도 확정이 안 된 터라 어떻게든 겨울올림픽을 성공시키려는 문재인 정부의 심정은 이해할 만하다. 훈련 연기에 고무된 북한이 선수단을 보내주기만 한다면 올림픽이 평화롭게 치러질 가능성은 커진다. 아무리 호전적인 북한이라도 자기 선수들을 보내놓고 도발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11월 유엔에서는 올림픽 기간과 전후 7일 동안에는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채택됐다. 문 대통령이 훈련 연기를 제안하는 데 보탬이 됐을 거다.
그의 구상대로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한다면 이를 계기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모른다. 나아가 북핵 위기를 풀 실마리가 마련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하지만 이런 구상에는 잘못된 인식들이 전제로 깔려 있어 걱정스럽다. 우선 한·미 연합훈련이 평화로운 올림픽 개최에 걸림돌이 된다는 식의 사고는 위험천만하다. 북한이 위협을 느낄지 모르니 훈련을 연기하자는 건 본질을 모르는 소리다. 보통 3월에 실시하는 키리졸브(KR) 및 독수리훈련(FE)은 공격이 아닌 방어 훈련이다. 특히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리는 내년 2·3월은 북한이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이런 때에 강화해도 시원치 않을 방어적 훈련을 미루겠다는 건 평창올림픽을 도리어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연합훈련 연기가 북한의 핵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을 함께 끝내자는 중국의 쌍중단(雙中斷)론과 닮았다는 점도 개운치 않다. 우리 정부는 “쌍중단이 아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의 품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미·일과의 신뢰 관계에 큰 금이 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우리의 연기 제안을 받을지도 불확실하다. 김정은 정권이 평화의 메시지를 걷어차고 올림픽 전에 도발을 감행하면 우리는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한반도 상황이 급속히 나빠질 수 있다. 합동훈련 연기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썼음에도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지 않으니 군사적 옵션을 쓸 수밖에 없다고 미국이 나올 때는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문 대통령이 “합동훈련 연기”를 거론한 만큼 주사위는 던져졌다. 문 대통령의 승부수가 자충수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당국은 다각도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중국을 움직이든, 기존의 대북 채널을 가동하든 김정은 정권의 도발을 막고 북한 대표단이 평창에 나타나게 하는 게 최선이다. 더불어 경제제재를 더욱 옥죄는 게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독려한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한-미 연합훈련 한-미 연합훈련은 현재 유지되고 있는 키리졸브 연습과 그 이전의 팀스피릿 훈련이 대표적이다. 팀스피릿 훈련은 한반도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군사적인 돌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1976년부터 1993년까지 연례적으로 실시돼온 한-미 양국군의 연합훈련이다. 1975년 베트남 공산화 이후 급변하는 주변 정세와 북한의 도발 위협 고조에 따라 한-미 안보협력체제를 공고히 하여 전쟁을 억제하고 국민에게 국가안보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 위하여 1976년 6월에 처음 실시됐다. 팀스피릿 훈련은 1969년의 포커스 레티나 훈련과 1971년의 프리덤 볼트 훈련의 연장선상에 있었는데 이러한 한-미 연합공수기동훈련은 1969년 닉슨 독트린 이후 가시화하기 시작한 주한미군 철수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편, 키리졸브 연습은 한미연합군사령부가 매년 전쟁 억제를 위해 실시하는 합동훈련으로 팀스피릿 훈련과 이후 이뤄진 한-미 전시증원연습(RSOI)을 대체한 훈련이다. 유사시 미국 본토에서 한반도로 파견되는 증원군을 수용·대기 및 전방 이동, 한국군과의 통합 절차를 숙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한국군의 전시 지원, 상호 군수 지원 및 동원, 후방지역 조종관 업무 및 전투력 복원 절차 등을 익히기 위한 것이다.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방어훈련이지만 작전계획 시뮬레이션뿐 아니라 증원군을 포함해 1만명 이상의 미군과 한국군 5000명이 실제 상륙 및 기동훈련을 실시한다. 북한이 해마다 이 훈련을 북침 핵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해온 것도 그 때문인데 훈련 기간에는 모든 주민들에게 전시대비령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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