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경제부총리 재임 당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에 대한 신상발언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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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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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국정원 특활비 국회의원에게도 건넸는지 밝혀야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이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특수활동비 1억여원을 제공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이라고 한다.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있을 때 특수활동비가 건네졌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특활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사실이라면 파장이 클 것이다. 국정원 특활비가 박근혜 전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와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두루 건네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1억여원이 최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진술과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국정원 예산을 책임졌던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런 진술을 했고, 이병기 전 국정원장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국정원이 당시 정부 예산을 총괄하던 최 의원에게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건넸다면, 이는 국정원 예산 증액 등을 노린 뇌물의 성격이 짙다고 봐야 한다. 돈의 성격이나 용처를 따져봐야겠지만, 건넨 쪽이나 받은 쪽이나 뇌물 수수와 국고 손실 등의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돈이 최 의원 한 사람에게만 건네졌겠느냐는 점이다. 국정원이 친박 실세들이나 국회 핵심 의원들에게 정책 협조나 입법 로비 목적으로 특수활동비를 뿌렸을 가능성이 있다. 국회 주변에선 국정원이 여야 의원들에게 평소 거마비 명목으로 100만원 정도의 활동비를 제공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만일 국회의원들이 특활비를 받아 사적으로 쓴 뒤 국정원 예산 배정이나 정책 집행에 협조했다면 매우 심각한 일이다. 행정부를 감시·견제해야 할 입법부 의원들이 임무를 방기하고 오히려 행정부에 ‘매수’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7일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영장이 기각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은 모두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상납한 것을 범죄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그런 인식이라면 ‘친박 실세’를 비롯한 의원들에게도 용돈 주듯 특활비를 뿌렸을 수 있다. 국가 예산을 용도에 맞지 않게 전용한 것은 중대 범죄다. 여기에 로비 성격까지 가미됐다면 더 큰 범죄가 된다. 관행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 돈은 모두 국민 혈세에서 나왔다. 이번 기회에 국정원의 ‘예산 농단’ 실태를 철저하게 밝혀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전방위 사정으로 번지는 적폐수사, 균형 잃지 말아야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의 ‘적폐청산’을 기치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대대적인 정치권 사정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당초 수사의 핵심은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이른바 ‘댓글’ 사건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유사 행각이었다. 그런데 수사 도중에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에 이어 여야 정치권으로도 흘러간 사실이 불거졌다.
댓글 사건 수사의 최종 타깃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수사의 초점도 이 전 대통령이 댓글 사건을 보고받고 지시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어제 효성그룹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배경을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다. 겉으로는 ‘30건이나 되는 총수 일가의 내부 고발에 따른 수사’라고 하지만 오래 묵혀온 이 전 대통령 사돈 기업 사건을 이 시기에 꺼내 든 것 자체가 표적 수사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제공했다는 국정원장 3명 가운데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 이어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도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당 원유철·이우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강제 수사를 받고 있다. 현재 수사를 받는 야당 의원이 10여 명에 달한다. 이에 비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여권 인사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뿐이다.
과거 정부의 그림자를 지우는 적폐 수사와 비교할 때 현 정부의 정·관·재계 유력 인사들을 겨냥하는 사정 수사는 실적만큼이나 중요한 게 형평성이다. 2004년 대선 자금 수사,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검찰 수뇌부가 고심한 것도 여야의 형평성 문제였다. 대형 사건 수사가 끝나고 나면 검찰이 으레 ‘정치권의 시녀’라는 말을 들으며 국민 불신이 가중돼 왔음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뇌부가 이제부터라도 형평성을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다.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특수활동비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지침에 의하면 특수활동비란 정보 및 사건 수사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특수활동비는 급여 이외의 비용으로 국회를 비롯해 검찰, 국방부, 경찰 등 정부 각 부처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곳은 국정원이다. 특수활동비에 대해 중앙관서의 장은 당초 편성한 목적에 맞게 집행하여 부적절한 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감사원·법무부·국세청은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가 제시한 취지에 맞게 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되어 있다. 지급한 상대방에게 영수증의 교부를 요구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사유와 지급 일자, 지급 목적, 지급 상대방, 지급액을 명시한 관계 공무원의 영수증서로 대신할 수 있으며, 현금으로 미리 지급한 뒤 나중에 집행내용 확인서만 붙일 수도 있고 이마저도 생략할 수 있다. 한편, 특수활동비는 집행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거나, 관련인의 신변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비공개가 가능하다. 특수활동비와 유사한 예산으로, 줄여서 특경비라고도 하는 특정업무경비가 있는데 국정원·검찰·경찰·법무부·헌법재판소·감사원·국세청 등 주요 수사·감사·예산 기관의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비공식 특수활동비로 공적 업무를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며, 영수증 등 증빙 서류를 반드시 제출해 공무 관련성을 입증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정당한 업무 범위를 넘어 청와대, 국회로 넘어간 것으로 밝혀졌는데 구체적으로 이를 받은 사람과 뇌물 또는 상납 여부를 가리기 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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