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미 대통령의 연설은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이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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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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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북한 맹비난’ 트럼프,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설 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 체제를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열거하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잔악한 독재자’로, 북한을 ‘지옥’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제는 힘의 시대”라며 “우리를 과소평가하지도, 시험하지도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러시아 등에 북한과의 외교·무역 관계 단절을 요구하고, 국제사회엔 “어떤 형태의 (대북) 지원이나 공급도 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연설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인식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북한을 대화 상대가 아닌 굴복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방한에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는 등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7일 국빈 만찬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초청해 트럼프 대통령과 포옹하게 한 것도 외교적 성과로 꼽을 만하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보다 ‘말하지 않은 것’에 더 비중을 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하다. 대북 문제에선 ‘화염과 공포’, ‘군사옵션’을 얘기하지 않았고, 통상 문제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시사하지 않았고, 중국과 사드 갈등을 봉합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3노’(사드 추가 배치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불참하고,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겠다)에 대해 이견을 표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최대한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회 연설에서 확인할 수 있듯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서 새로운 해법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압박·제재’ 외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의 ‘평화실현 5대 원칙’과 트럼프 대통령의 ‘힘에 의한 평화’를 같은 방향이라고 볼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일자리 창출’임이 확인됐다. 대북 압박과 그로 인한 무기 구매 촉진은 그 목적에 부합하지만, 우리가 같은 입장이 되긴 힘들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북핵과 동북아 평화 문제를 푸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의 갈등을 푸는 단추를 채웠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는 ‘코리아 패싱은 없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끌어냈다. 이를 발판으로 한국이 북핵 문제의 해법을 먼저 미국에 제시하고 트럼프 행정부를 견인해내야 한다.
아울러 오는 10~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통해 한-미 동맹의 발판을 다진 것은 대중 관계에서 한국의 공간을 넓히는 효과를 지닌다. 이는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균형 잡힌 외교 역량이 더욱 중요해짐을 뜻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가 제대로 출발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깊은 공감의 트럼프 방한 … “힘을 통해 평화 지키겠다”
1박2일간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굳건한 한·미 동맹에 대한 믿음을 우리 가슴에 심어주고 어제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따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방한 중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과 국회 연설에서 돌출발언을 쏟아내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될 우려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어떤 장면에서도 양국의 우호적 분위기를 망칠 이야기는 전혀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기상 악화로 돌아오긴 했지만, 어제 오전에는 예정에 없던 비무장지대(DMZ) 전격 방문을 시도했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기 위해 성의를 다한 것이다.
그의 국회 연설은 이번 동북아 순방의 백미였다. 트럼프는 연설 앞부분을 전통적인 한·미 간 우호와 한국의 성공 신화를 강조하는 데 썼다. 그는 “한국이 성공할수록 더 결정적으로 김정은 체제 중심의 어두운 환상에 타격을 가하게 된다”며 “번영하는 한국의 존재 자체가 북한 독재체제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선언했다. 한반도 정세의 본질을 이렇게 정확하게 간파한 외국 지도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트럼프는 아울러 한국의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약속과 함께 북한을 향해서는 절대 오판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그는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겠다”며 “북한이 과거 미국의 자제를 유약함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치명적인 오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과거 행정부와 매우 다르니 과소평가하지도, 시험하지도 말라”고 덧붙였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북 경고다.
트럼프는 감정적 어투로 일방적 주장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제 국회 연설에서 보인 모습은 달랐다. 차분한 태도로 남북한의 구체적 실상을 조목조목 짚어 내려갔다. 북한의 비극적인 인권 탄압 실태를 나열하며 깊은 공감을 불렀다. 한반도에 대한 그의 관심이 생각보다 훨씬 깊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순방에서 보인 트럼프의 말과 행동은 우리 사회 일각에서 고개 들었던 미국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는 데 큰 몫을 했다. 그간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미 본토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공격당하는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지켜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트럼프는 미국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7일 청와대 만찬장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한·일 간에 끊임없이 제기돼 온 위안부 논란에서 보편적 인권 쪽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라면 일부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 차량이 지나갈 광화문광장 앞 차도에 종이컵과 물병 등을 던져 갈 길을 막았던 것이다. 트럼프 일행이 반대 차로를 이용해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한국을 방문한 손님, 그것도 혈맹의 대통령에게 이런 짓을 한 것은 유감이다.
이번 트럼프 방한으로 한·미 양측이 얻은 것은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로서는 철통같은 한·미 동맹을 과시하는 동시에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날리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는 100억 달러 이상의 첨단무기를 팔았다고 트위터로 자랑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인 배려가 인상적이었다. 예상을 깨고 평택 캠프 험프리로 내려가 트럼프 대통령 일행을 맞았고, 어제는 비무장지대(DMZ)에 미리 가서 기다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제 양국은 ‘윈-윈’으로 끝난 이번 순방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신뢰를 쌓아 북핵 위기에 흔들림 없이 대처해야 할 것이다.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평화실현 5대 원칙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5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한 뒤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 남북 문제의 주도적 해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 5대 원칙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이루려는 것은 한반도 평화”라며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된다.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이 공동선언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는 용납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며 “우리도 핵을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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