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등 참석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한겨레 사설] 대선패배 ‘성찰’ 없이 정치일선 복귀한 안철수 대표
안철수 전 대통령후보가 27일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됐다. 5·9대선에서 패배한 지 100여일 만의 정치 일선 복귀다. 대선 패배와 뒤이은 ‘제보조작 사건’으로 심각한 위기에 몰렸던 안 대표로선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제3당인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의 지휘 아래 국민 뜻을 최우선으로 받드는 정당으로 나가길 바란다.
대선에서 2위를 했던 홍준표 후보는 이미 자유한국당 대표로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대선 이후 넉달이 채 지나기 전에 득표 1, 2, 3위의 후보가 한 사람은 대통령으로, 다른 두 사람은 야당 대표로 정치를 함께 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셈이다. 과거엔 대선에서 지면 상당 기간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했는데, 이젠 학교 회장 선거에 떨어진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된 듯싶다. ‘대선 패배’에 담긴 국민의 뜻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안 대표가 다시 국민 지지를 얻으려면, 경선 승리의 기쁨에 앞서 대선 패배에 대한 겸허한 자기비판과 반성을 하는 게 꼭 필요하리라 본다. 정치의 목표가 단지 권력 쟁취가 아니라면, 지난 대선에서 한때 지지율 1위에 올랐던 자신이 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는지 철저하고 뼈아픈 성찰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안 대표는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의 면담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했고, 결국 대선평가서는 후보였던 안 대표의 참여 없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가려는 모습에서 국민들이 회의적 시선을 거둘 수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안 대표는 당선 직후 “결연한 심정으로 제2 창당의 길, 단단한 대안야당의 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야당이 정권의 잘못을 강하게 비판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여당 비판만으로 국민의당 미래가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대선의 참담한 패배는, 내용을 갖추지 못한 채 ‘대안 세력’이란 기치만으로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 비판’이나 ‘극중(極中)주의’만으로 국민 신뢰를 받는 야당으로 우뚝 서긴 어렵다.
새 정부의 개혁과 ‘적폐 청산’에 협조할 건 협조하고, 잘못된 정책은 비판하면서 당명 그대로 국민 뜻을 무겁게 여기는 정당으로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안 대표의 상징과 같은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되살릴 수 있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안철수, 집권 세력의 독선·오만 막는 야당 만들라
안철수 전 의원이 어제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유효투표의 51.1%를 얻어 새 대표로 선출됐다. 정동영(28.4%)·천정배(16.6%)·이언주(3.9%) 의원에 비해 큰 표 차를 냈다고 할 수 있으나 과반 기준엔 겨우 턱걸이로 통과했다. 자칫 며칠 후 결선투표를 또 한번 치를 뻔했다.
안철수의 아슬아슬한 승리는 바람 앞 촛불 같은 ‘안철수 야당’의 시련을 상징한다. 그는 대선 패배와 이어 터진 제보 조작 사건의 정치 책임자로 몰려 정계 은퇴의 압박까지 받았다. 국민의당 역시 같은 호남에 지역 기반을 둔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눈치를 보면서 흐리멍덩한 정체성에 내분까지 겹쳐 흡수통합론·정계개편론의 먹잇감이 되었다. 이러니 39명의 의석을 가진 원내 3당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정의당에도 못 미치는 5%대 지지율을 헤맸던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상황의 거대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본인의 정치적 미래뿐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당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안 대표의 국민의당이 수행해야 할 가장 큰 임무는 청와대와 민주당 집권 세력이 휘두르는 독선과 오만을 막아내는 것이다. 집권 세력은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과 탈권위 덕분에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집단사고, 코드인사, 사법부 무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젖어 언제 내리막길로 접어들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다. 집권층의 전형적 권력 도취 현상인데 이는 야성(野性)이 펄펄 살아 있는 야당 지도자가 아니면 제어할 방법이 없다. 제1 야당인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이 야당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만큼 새로 정비된 제2 야당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2012년 정계 입문 이래 적대적 공생으로 활개 치는 좌우·양극단 정치를 비판하고 중도·실용 정치를 추구해 왔다. 안철수 정치가 회생하면 한국 정치에 다당제 정치도 뿌리내릴 것이니만큼 그의 분발을 기대한다.
[추천 도서]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안철수의 ‘새 정치’ 지난 몇 년간 한국 정치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매우 다양한 평가의 대상이었고, 그가 주장했던 ‘새 정치’는 희망을, 그로부터 구체화된 실체는 실망을 가져다준 양면적 정치인이었다. 이런 그의 정치적 주장의 모호성과 양면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조용한 품성의 대학교수이자 유능한 기업 경영인이었던 그가 정치에 발을 담근 이후 서울시장 후보로 오르내렸고, 새로운 당을 창당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에도 당선되었을 뿐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 대선에까지 도전하는 등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매우 다양한 정치적 경험을 한 정치인이 되었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정계 은퇴설까지 나왔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국민의당 경선에 도전해 새로운 대표가 됨으로써 그의 정치적 실험과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모든 국민에게 선언했다. 정치인의 등장과 퇴장은 결국 국민이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음모와 계략으로 정치를 하나의 거래나 권력 암투의 대상으로 삼았던 과거의 정치는 이제 사라졌다. 정치인도 콘텐츠로 인정받고 능력으로 평가받는 투명한 세상이다. 한때 ‘안철수 정치’, ‘안철수 현상’으로까지 불리면서 많은 국민의 환호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안 대표가 과연 그때 그 ‘새 정치’를 다시 국민에게 이제는 손에 잡히는 실체를 가지고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제2 야당 대표로 다시 정치 일선으로 돌아온 안 대표가 지향하는 정치의 실체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국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어떤 이는 집권 여당의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판하는 강력한 야당 대표를 기대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여소야대의 현 정치 지형 속에서 반드시 해야 할 개혁 과제들을 처리하려는 집권 여당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기대할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신임 대표는 과연 소통과 협치가 구현되는 그야말로 ‘새 정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