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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8 19:16 수정 : 2017.08.28 19:16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나라다운 나라’ 물꼬 튼 100일, 이제부터 시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개혁의 구체적 결실을 맺기 위해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0일 동안 국가 운영의 물길을 바꾸고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 과제를 실천해왔다”며 “이제 물길을 돌렸을 뿐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어려움과 과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말대로, 지난 100일은 ‘나라다운 나라’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해 국가 운영의 물줄기를 크게 트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국가정보원 개혁 등 적폐 청산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과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삶의 질 개선, 그리고 ‘베를린 구상’ 선언 등 북핵 및 남북관계 대책 마련 등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비교적 높은 국민 지지 속에 국정의 큰 방향이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당면한 안보와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일자리·주거·안전·의료 같은 국민생활 분야에서 속도감 있게 실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이 구체화돼 국민이 효능감을 피부로 느끼도록 하는 일이 이제부터의 과제다. 검찰·국정원 개혁, 재벌 개혁 등 시대적 과제들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개혁은 집권 초기에 승부를 보아야 하는 만큼 로드맵을 잘 마련해 과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지난 100일 동안 성과도 많았지만 몇몇 분야에선 한계도 나타났다. 특히 내치에선 야당의 협력을 실질적으로 얻어내 ‘협치’를 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더 강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의 인사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탕평 인사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지만 뒤로 갈수록 이런저런 인사 논란이 야기된 부분에 대해선 겸허하게 그 이유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 시기 개헌을 거듭 약속했다. 개헌 추진 과정에서 국회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함으로써 협치를 진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아무런 사전 각본 없이 자유로운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한 점은 국민들이 보기에 신선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00일을 지나면서 진정한 국민주권 시대가 시작됐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국민의 마음을 끝까지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첫 100일의 다짐대로 문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개혁의 대장정을 성과 있게 추진해나가길 기대한다.

[중앙일보 사설] 자신에 찬 대통령 100일 회견에서 아쉬웠던 몇 가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신선했다. 취임 100일에 즈음한 회견은 역대 정부에서 계속돼 왔지만 이번처럼 각본 없이 진행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회견 장소를 춘추관보다 넓은 영빈관으로 정한 것과 기자단 의자를 반원형으로 배치한 것, 대통령이 책상 앞에 앉아서 질의응답을 한 것 또한 눈높이를 맞춘, 보다 폭넓은 소통을 상징하는 데 충분했다.

질문 내용을 사전 통보받지 않았음에도 문 대통령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고 자신에 차 있었다. 외교·안보를 비롯해 경제, 사회, 정치, 위안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이르기까지 국정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확실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 주길 바라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었다.

특히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집권하고 나면 없던 일로 치부하던 역대 정권과는 달리 국회 개헌특위에서 개헌 논의에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정부 주도로 개헌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하겠다는 로드맵을 다시 한번 천명함으로써 정치권으로서는 보다 적극적인 개헌 논의 압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에 지나치게 낙관적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의구심을 다시 한번 들게 만들었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에 레드라인에 다가가는 도발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그러나 기자의 질문에 답한 것이고, 대화 여건이 갖춰진 다음이라는 전제를 달았다고는 해도 “‘대북 특사’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적절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처럼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에 그릇된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반도 위기 해결을 위해 물밑에서는 대북 특사 검토를 넘어 막후 대화 채널까지 가동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은 인사에 대해 “균형·탕평·통합 인사라고 국민이 평가한다”고 말한 것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 세웠던 ‘5대 공직 배제 사안’을 어기고도 사과없이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것은 문 정부가 가장 잘못한 것으로 인사를 꼽고 있는 다수 국민들을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상당수 국민들이 우려하는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점, ‘약속 대련 없는 회견’이라 자랑해놓고 주류 언론에는 질문 기회가 돌아가지 않은 점들도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어떠한 정부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100% 이해시키고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다름’이 곧 ‘틀림’은 아니다. 나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생각을 경청해 양쪽의 공감대를 최대화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협치’ 위한 방안 더 강구해야”…중앙 “‘균형 인사’ 언급은 다수 국민 무시 태도”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7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 되는 날이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평균 국정 지지도는 82%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박근혜 정부(53%), 이명박 정부(29%), 노무현 정부(48%)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한 두 사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한겨레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아무런 사전 각본 없이 자유로운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한 점은 국민들이 보기에 신선했다”고 평가한다. 중앙 또한, “회견 장소를 춘추관보다 넓은 영빈관으로 정한 것과 기자단 의자를 반원형으로 배치한 것, 대통령이 책상 앞에 앉아서 질의응답을 한 것 또한 눈높이를 맞춘, 보다 폭넓은 소통을 상징하는 데 충분”하다고 높은 점수를 준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그러나 문재인 정부 100일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두 사설이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한겨레는 거시적으로 이 기간의 성격을 “‘나라다운 나라’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해 국가 운영의 물줄기를 크게 트는 시기”라고 갈음한다. 나아가, 한겨레는 문 정부가 추진했던 일들을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국가정보원 개혁 등 적폐 청산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과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과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삶의 질 개선”과 통일 정책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여기에는 ‘정상화’와 ‘실험’이라는 현 정부의 개혁 방향이 오롯이 드러난다. 제시된 정책들은 하나같이 지지층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 낼 만한 것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겨레는 “개혁이 구체화돼 국민이 효능감을 피부로 느끼도록 하는 일이 이제부터의 과제”라고 하며, “특히 내치에선 야당의 협력을 실질적으로 얻어내 ‘협치’를 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더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사실 지난 100일 동안의 개혁은 국회를 통해 법을 만들어야 하는 정책보다 정부의 행정조치만으로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 측면이 크다. 과거 참여정부는 당정협의, 국회와의 협상에 매달리느라 정책들이 흐지부지되곤 했다. 이에 대한 학습효과로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에 대선 공약 중 국회 동의 없이 정부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여 지지율을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 정부는 국정 100대 과제 이행을 위해서 앞으로 500개 가까운 법률을 제정, 혹은 개정해야 한다.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국정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대목이다.

중앙 사설은 바로 이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하는 듯 보인다. 중앙은 문 대통령이 인사에 대해 “균형·탕평·통합 인사라고 국민이 평가한다”고 말한 것을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라며 강하게 질책한다. 장관 등 정부 요직의 인선이야말로 야당의 동의와 협조가 절실한 분야다. 하지만 대통령의 언급에서는 인사청문회 등에서 상당한 진통과 파열음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깊은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 앞으로 ‘협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걱정되는 대목이다.

나아가 중앙은 “상당수 국민들이 우려하는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경제 성장을 이끌려는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은 모두 소득주도성장론의 연장선 위에 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아직까지 소득주도성장론을 국가정책으로 전면 채택한 나라는 없다. 가계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복지지출이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곳간이 튼실해야 한다. 경제에서 민간 부문이 살아나지 않은 채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경제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일자리와 복지에 관한 정책이 모두 엄청난 재정 부담으로 돌아오는 까닭이다. 중앙은 이 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함을 비판하는 듯하다.

중앙은 “‘다름’이 곧 ‘틀림’은 아니”며, “나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생각을 경청해 양쪽의 공감대를 최대화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문한다. 한겨레 역시 “문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개혁의 대장정을 성과 있게 추진”해 나가라고 부탁한다. 두 사설 모두 문 정부 개혁의 성패가 소통에 있음을 강조하는 셈이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프로파간다

에드워드 버네이스 지음, 강미경 옮김, 공존 펴냄, 2009년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선전으로 여론을 조목조목 다스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정을 내릴 상황이 오면 군중은 대개 뛰어난 지도자의 처신을 따르거나, 이미 사회에 퍼져 있는 편견에 따라 움직인다. 버네이스는 절대 ‘내가 ~을 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 이루어졌다’, ‘~하게 일이 벌어졌다’는 식으로 수동적인 표현을 썼을 뿐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했다고 믿게 하기 위해서다. 다니얼 부어스틴에 따르면, ‘유명함’(fame)과 ‘위대함’(greatness)의 경계는 점점 흐려져 간다. 예전에는 위대한 영웅이 유명세를 누렸다. 지금은 오히려 유명한 사람을 위대하다고 여긴다. 현대 정치인들은 신념만큼이나 자신의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깨어 있는 시민이란 이미지와 진실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추천 도서]

이미지와 환상

다니엘 부어스틴 지음, 정태철 옮김, 사계절 펴냄, 2004년








[키워드로 보는 사설]

역대 대통령들의 국민과의 소통 노력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만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은 취임 후 무려 10여개월 뒤에 이루어졌다. 그것도 ‘신년 기자회견’을 겸한 자리였다. 이후로 박 전 대통령의 ‘불통’의 이미지는 점점 단단해졌다.

노태우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여러 방식으로 국민과의 대화 자리를 열었다. 1990년, ‘6·29 선언’ 3주년 대화 자리에서 청와대는 각계인사 120명을 초청해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1998년 1월부터 2001년 3월까지 네 차례의 국민과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당선인 신분으로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던 1998년 1월18일 행사에서는 시청률이 53.3%에 이르렀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기자회견을 11차례나 열었다. 나아가 ‘검사와의 대화’처럼 특정 집단과 직접 소통에 나서기도 했고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도 시도했다. 심지어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일본 국민과의 대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청와대 춘추관으로 예고 없이 출입기자들을 찾아가 국정을 설명하고 격식 없이 토론하기도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소통 노력이 더 많은 오해와 논란을 부른 측면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8년 9월 취임 200일 즈음해 ‘대통령과의 대화’를 열었고, 2009년에는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 각종 현안을 놓고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재임 기간 내내 격주로 라디오와 인터넷을 통해 109차례나 연설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나 기자회견보다 주로 ‘대국민담화’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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