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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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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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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나라다운 나라’ 물꼬 튼 100일, 이제부터 시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개혁의 구체적 결실을 맺기 위해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0일 동안 국가 운영의 물길을 바꾸고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 과제를 실천해왔다”며 “이제 물길을 돌렸을 뿐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어려움과 과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말대로, 지난 100일은 ‘나라다운 나라’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해 국가 운영의 물줄기를 크게 트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국가정보원 개혁 등 적폐 청산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과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삶의 질 개선, 그리고 ‘베를린 구상’ 선언 등 북핵 및 남북관계 대책 마련 등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비교적 높은 국민 지지 속에 국정의 큰 방향이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당면한 안보와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일자리·주거·안전·의료 같은 국민생활 분야에서 속도감 있게 실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이 구체화돼 국민이 효능감을 피부로 느끼도록 하는 일이 이제부터의 과제다. 검찰·국정원 개혁, 재벌 개혁 등 시대적 과제들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개혁은 집권 초기에 승부를 보아야 하는 만큼 로드맵을 잘 마련해 과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지난 100일 동안 성과도 많았지만 몇몇 분야에선 한계도 나타났다. 특히 내치에선 야당의 협력을 실질적으로 얻어내 ‘협치’를 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더 강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의 인사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탕평 인사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지만 뒤로 갈수록 이런저런 인사 논란이 야기된 부분에 대해선 겸허하게 그 이유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 시기 개헌을 거듭 약속했다. 개헌 추진 과정에서 국회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함으로써 협치를 진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아무런 사전 각본 없이 자유로운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한 점은 국민들이 보기에 신선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00일을 지나면서 진정한 국민주권 시대가 시작됐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국민의 마음을 끝까지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첫 100일의 다짐대로 문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개혁의 대장정을 성과 있게 추진해나가길 기대한다.
[중앙일보 사설] 자신에 찬 대통령 100일 회견에서 아쉬웠던 몇 가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신선했다. 취임 100일에 즈음한 회견은 역대 정부에서 계속돼 왔지만 이번처럼 각본 없이 진행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회견 장소를 춘추관보다 넓은 영빈관으로 정한 것과 기자단 의자를 반원형으로 배치한 것, 대통령이 책상 앞에 앉아서 질의응답을 한 것 또한 눈높이를 맞춘, 보다 폭넓은 소통을 상징하는 데 충분했다.
질문 내용을 사전 통보받지 않았음에도 문 대통령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고 자신에 차 있었다. 외교·안보를 비롯해 경제, 사회, 정치, 위안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이르기까지 국정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확실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 주길 바라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었다.
특히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집권하고 나면 없던 일로 치부하던 역대 정권과는 달리 국회 개헌특위에서 개헌 논의에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정부 주도로 개헌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하겠다는 로드맵을 다시 한번 천명함으로써 정치권으로서는 보다 적극적인 개헌 논의 압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에 지나치게 낙관적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의구심을 다시 한번 들게 만들었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에 레드라인에 다가가는 도발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그러나 기자의 질문에 답한 것이고, 대화 여건이 갖춰진 다음이라는 전제를 달았다고는 해도 “‘대북 특사’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적절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처럼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에 그릇된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반도 위기 해결을 위해 물밑에서는 대북 특사 검토를 넘어 막후 대화 채널까지 가동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은 인사에 대해 “균형·탕평·통합 인사라고 국민이 평가한다”고 말한 것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 세웠던 ‘5대 공직 배제 사안’을 어기고도 사과없이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것은 문 정부가 가장 잘못한 것으로 인사를 꼽고 있는 다수 국민들을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상당수 국민들이 우려하는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점, ‘약속 대련 없는 회견’이라 자랑해놓고 주류 언론에는 질문 기회가 돌아가지 않은 점들도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어떠한 정부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100% 이해시키고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다름’이 곧 ‘틀림’은 아니다. 나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생각을 경청해 양쪽의 공감대를 최대화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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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역대 대통령들의 국민과의 소통 노력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만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은 취임 후 무려 10여개월 뒤에 이루어졌다. 그것도 ‘신년 기자회견’을 겸한 자리였다. 이후로 박 전 대통령의 ‘불통’의 이미지는 점점 단단해졌다. 노태우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여러 방식으로 국민과의 대화 자리를 열었다. 1990년, ‘6·29 선언’ 3주년 대화 자리에서 청와대는 각계인사 120명을 초청해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1998년 1월부터 2001년 3월까지 네 차례의 국민과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당선인 신분으로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던 1998년 1월18일 행사에서는 시청률이 53.3%에 이르렀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기자회견을 11차례나 열었다. 나아가 ‘검사와의 대화’처럼 특정 집단과 직접 소통에 나서기도 했고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도 시도했다. 심지어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일본 국민과의 대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청와대 춘추관으로 예고 없이 출입기자들을 찾아가 국정을 설명하고 격식 없이 토론하기도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소통 노력이 더 많은 오해와 논란을 부른 측면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8년 9월 취임 200일 즈음해 ‘대통령과의 대화’를 열었고, 2009년에는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 각종 현안을 놓고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재임 기간 내내 격주로 라디오와 인터넷을 통해 109차례나 연설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나 기자회견보다 주로 ‘대국민담화’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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