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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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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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보훈의 의미 새롭게 새긴 현충일 추념사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 곁에 지뢰 사고를 당한 부상군인들이 자리했다. 평소에는 4부 요인이 함께했지만 이번에는 국가유공자들이 자리한 것이다. 보훈의 위상을 강화하고 국가유공자들을 제대로 예우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상징적 조처였다. 이날 추념식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보훈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김으로써 국민을 한데 아우르는 계기로 삼기에 충분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한 대한민국이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참전 용사, 파독 광부·간호사, 봉제공장 여성노동자, 5·18과 6월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킨 이들,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가 애국자”라고 했다. 그는 특히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추념사 말미에는 순국선열, 호국영령과 함께 민주열사를 나란히 열거하기도 했다. 결국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넘어 애국하는 모든 이들을 받드는 보훈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이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해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눈에 띈다. 시대 변화에 걸맞은 적극적인 보훈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보수 정권들이 보훈을 좁은 의미로 해석해 특정 이념의 전유물인 양 다룬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며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찾아내 기억하고 기리겠다”고 말했다. 친일의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직시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북한’이란 단어를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전과는 다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충일이면 북한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거나 북한을 고리로 국내의 정치적 상황을 연관시키는 발언을 하곤 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핵 위기를 둘러싼 유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신중히 접근하는 한편, 전쟁의 경험을 국내 정치에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앙일보 사설] 보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제62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애국과 보훈은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앞으로 보훈 활동을 국민 화해와 통합의 장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선언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말로 독립운동가와 후손, 공적을 끝까지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공감을 자아낸다. 독립운동가를 포함한 애국자들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순수한 신념과 열정에서 온몸을 바쳤지만 이를 잊지 않고 끝까지 찾아내 기억하고 보훈을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문 대통령이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가는 길”이라며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해 국가유공자 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것은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환영할 일이다. 국회는 국가보훈처의 격을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물론 실질적인 보훈 활동을 강화하고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입법활동과 예산 배정으로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물론 중앙보훈병원을 찾아 국가유공자를 손수 위로한 것도 울림을 준다. 특히 추념식에서 유공자가 소감 발표를 마친 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내려오자 예정에 없이 자리에서 뛰어나가 부축한 것은 우리 역사를 만든 애국자에 대한 보훈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명백히 북한의 침략으로 발생한 민족사의 비극인 6·25전쟁에 대해 가해자를 명시하지 않고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는 동안”이란 애매한 표현으로 넘어간 대목은 유감이다. 명백히 밝혀진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야말로 전몰장병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보훈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끊임없는 과거사 반성은 전쟁과 비인륜적 행위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후손들에게 정확하게 교육하는 데서 출발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추천 도서]
[추천 도서] 보훈의 역사와 문화 김종성 지음, 국학자료원 펴냄, 2012년 30년간 보훈 업무에 종사하면서 경험한 저자의 지식과 시대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보훈 정책이 한 걸음씩 전진해온 과정을 보면서 공동체에 헌신했던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거울처럼 되돌아볼 수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보훈 전통적 보훈은 왕의 은전이나 시혜의 성격이 강했다. 전쟁이 끝나면 왕은 공신을 가려내어 포상이나 관직, 사당을 지어주곤 했다. 그러나 근대적 보훈은 법적 권리가 인정되는 청구권적 성격을 지닌다. 우리나라는 민족국가 발전 과정에서 식민지, 전쟁, 독재정치, 빈곤, 사회 재건 등 다양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군경유공자, 민주화유공자 등이 지금의 나라를 이루는 데 기여한 덕분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이번 추념사에서 파독광부, 파독간호사, 여성노동자 등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주역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 눈에 띈다. 국가가 공적 감사의 범위를 확대해 시대의 주역을 찾아내고 공동체의 기억으로 물려주고자 하는 자세가 따뜻하다. 국가가 시련을 겪고 있을 때 공익을 위해 헌신한 사람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은 고마움과 부채의식을 느낀다. 국민들은 보훈의 현재 모습을 보고 미래의 헌신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이렇게 조용하지만 자발적으로 형성된 애국심이야말로 진정한 사회통합의 원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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